김진태 의정보고회 "탈당파와 배신파는 절대 안돼...통합과 화합의 이야기는 잔류파만 얘기할 자격있어"
"경상도 피가 있어, 경상도에 가면 남이 아니라고 생각해주시더라" 영남 표심 구애
나이 젊고, 선수(選數) 낮다는 지적엔 "벌써 50대 중반이고 며칠 있으면 쉰 여섯...'얼라'라 안 된다는 것은 아냐"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강원춘천‧재선)이 지역구인 강원도 춘천에서 의정보고회를 열고 사실상 당권도전을 선언했다.

김진태 의원은 29일 오후 춘천 한림대학교 일송아트홀에서 의정보고회를 열었다. 이날 아침 춘천 지역 최저기온이 -15℃에 달할 정도로 한파가 몰아쳤지만 전국 각지에서 모인 김 의원의 지지자 1000여 명은 일송아트홀을 가득 메웠다.

김 의원은 춘천의 국비 2966억 원 확보와 제2경춘고속도로, 동서고속철, 캠프페이지 시민공원화, 삼성SDS 춘천공장 등 지역 주요 현안을 설명하며 의정보고회를 시작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현안 설명을 마친 후 "우리 춘천 말씀은 여기까지 드리고, 이제부터가 중요한 이야기"라며 당권 도전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당권 도전 행보의 구도를 원내대표 경선 압승 요인으로 분석되는 '잔류파 대 복당파' 프레임으로 가져갈 뜻을 분명히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원내수석을 모두 수도권과 충청권이 차지함에 따라 공백이 된 영남 당심에 구애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은 "지난 몇 달 동안 내가 87회 정도 전국을 다니면서 당원 동지들과 애국시민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전부 들어봤다"며 "탈당파와 배신파는 절대 안 된다고 하는데, 여러분 맞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통합은 어떻고 화합은 어떻고 포용이 어떻고 그런 이야기는 하더라도 우리(잔류파)가 하는 것이지, 배신하고 탈당했던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 하면 안 된다"며 "원내대표 했던 김모 씨(김성태) 이런 사람들은 싸우는 척 흉내만 냈던 것"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김 의원은 아울러 "이제 마지막 기회가 딱 한 번 남았다. 다음 번 전당대회"라며 "뼛속부터 제대로 된 우파를 지도자로 뽑아 원없이 제대로 한 번 싸워보자"고 외쳤다.

그는 또 5년전 타계한 부친을 언급하며 "아버지가 남겨주신 게 참 많더라. 아버지 아니었다면 어디 가서 '아버지가 6·25 참전자였다. 특수부대였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겠느냐. 경상도 피가 있어, (경상도에) 가면 남이 아니라고 생각해주시더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지자들의 요청에 따라 대중가요 '안동역에서'를 부르기도 했다. 김 의원은 2절 가사 중의 '안동역'을 각각 '춘천역', '부산역', '동대구역'으로 바꿔불렀다. 춘천역은 자신의 고향이자 지역구이기에 당연하지만 나머지 두 대목을 부산역과 동대구역으로 바꿔부른 것은 영남 표심을 기대하는 김 의원의 속내가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행사장의 뜨거운 분위기로 비춰볼때 김 의원의 당권 도전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어보였다. 행사장 앞에는 전국 각지의 번호판이 달린 관광버스들이 모였고, 사회자는 서울, 분당, 대구, 경북, 대전 등 각지의 이름을 부르며 행사 참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때와는 달리 상당한 수준의 전국 조직이 눈에 띄었다.

지지 조직이 결집하면서 원내(院內)에도 본격적으로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전당대회에 등판시키려는 방향으로 움직이던 옛 친박계 의원 몇몇은 최근 회동을 갖고 '플랜 B'로 김 의원을 지지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경쟁력은 충분하지만 당권주자 중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고, 선수(選數)가 재선이라는 점은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점을 김 의원도 의식한듯 이날 행사에서 청중과의 질의·응답 형식을 통해 직접 반박했다.

김 의원은 "선수가 낮다? 나이가 젊다? 아니, 그러면 내가 일부러 허옇게 흰머리라도 그려갖고 다녀야 하겠느냐"며 "벌써 50대 중반이고 며칠 있으면 쉰 여섯이 되는데, 젊게 봐주는 것은 고맙지만 '얼라'라서 안 된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같은 당 김기선 의원(강원원주갑‧재선)과 한기호 전 의원이 참석해 축사를 하며 김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기선 의원은 "오늘 날씨가 장난이 아닌데도, 이 추운 날에 오직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인 여러분들을 보니 한편으로는 좀 샘도 난다"며 "나는 이렇게 못한다"고 얘기해 청중의 웃음을 유발했다.

김기선 의원은 이어 "김진태 의원이야말로 춘천 뿐만 아니라 이 나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고갈 정말 위대한 정치인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분들이 우리 한국당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지도자로 김진태 의원을 세워가기를 바란다"고 덕담했다.

한기호 전 의원 역시 "국회가 새로 구성되면 언론사에서 의원 300명의 성향을 가장 좌측부터 우측까지 분석한다"며 "19대 국회의원 당시 내가 2등을 해서 '어떤 놈이 1등을 한 거야'하고보니 김진태 의원이더라"며 "군 생활 하면서 별을 세 개 단 중장이 공군대위한테 졌다. 졌기 때문에 진 놈은 승복해야 한다. 김진태 의원을 위해서 내 모든 힘을 다해 돕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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