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얼마나 더 많은 시민들의 뒷조사를 했을지 모른다" 분통
경찰의 '태극기 시민' 금융조회, 세 차례 이상 확인돼
"공정한 사법절차 방해할 우려 있다”며 금융기관에 6개월간 통보 유예 요청하기도

경찰이 적어도 세 차례 이상에 걸쳐 태극기 집회 후원 시민들의 금융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6년 6월27일(신한은행)과 29일(NH농협, KB국민은행)에 이어 7월 11일(우리은행)에도 시민들의 금융정보를 조회했다. 경찰이 보름 이상 시민들의 금융정보 조회에 열을 올린 셈이다.

지난 15일 한 시민이 받은 금융거래 정보 제공사실 통지서. 경찰은 지난해 7월11일 우리은행 고객들의 금융거래 정보를 조회했다.
지난 15일 한 시민이 받은 금융거래 정보 제공사실 통지서. 경찰은 지난해 7월11일에도 우리은행 고객들의 금융거래 정보를 조회했다.

수사대는 지난해 6, 7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이하 탄기국)의 불법모금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태극기 집회를 후원한 시민들의 금융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조회했다. 이후 지난해 12월부터 정보제공 통지 유예 기간이 끝나면서 시민들에게 ‘금융정보 제공사실 통지서’가 날아들고 있다.

경찰이 ‘태극기 시민들’의 금융정보를 조회하며 184일의 통보 유예를 요청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공정한 사법절차를 방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경찰의 유예 요청 사유다. 184일은 경찰이 법적으로 시민들에게 통보를 미룰 수 있는 1차 최대 기한이다. 경찰이 ‘정치사찰’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기간을 최대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본래 금융기관이 경찰 등 국가기관에 거래정보 등을 제공한 경우에는 제공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거래정보 등의 ·사용목적·제공받은 자 및 제공일자 등을 고객에게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 기관이 요청할 경우 통보를 미룰 수 있다. 통보유예기간은 1차 요청은 6개월, 2차 및 3차 요청은 3개월로 제한된다.

경찰이 수차례에 걸쳐 금융조회를 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 사실을 접한 한 시민은 “경찰이 얼마나 더 많은 시민들의 뒷조사를 했을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이제 우파 활동을 지원하기만 해도 경찰이 관리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는 것 같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경찰의 무차별적 금융조회를 당한 피해자들은 지난 16일 ‘공권력에 대한 민간인 기부금 불법사찰 및 블랙리스트 대책위원회’(이하 ‘공민기대’, 위원장 맹주성 한양대 명예교수)를 정식 발족했다.

공민기대는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통보유예기간이 끝났음에도 이 사실을 즉각 통보하지 않은 이유와 불법성 여부도 따질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27일 통보 유예기간이 끝났음에도 늑장을 부리다 29일이 돼서야 금융정보 제공사실을 고객들에게 통보했다.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도 지난해 12월 29일 유예기간이 끝났지만 지난 1월 2일에야 이 사실을 통보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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