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브로커 이용한 '그림자 무역'으로 필요한 물품 구입
해외사업으로 자금 확보 후 국제은행 통해 대금지불...대부분 중국에서 거래 이뤄져 적발도 어려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어떤 방법으로 필요한 자원들을 해외서 구매하는지 상세히 전했다.

이날 WSJ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석유 등에 대한 값을 지불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실질적으로 북한의 통제 하에 있는 아프리카의 한 목재 회사, '칠보(Chilbo)'를 통해 10만 달러를 벌여들였다. 목재에 대한 값을 지불한 기업은 '위안이(Yuanye) 우드'라는 중국 기업이다.

다만 10만 달러를 북한이 직접 받는 대신에 싱가포르의 한 중개상인 탄위벵(Tan Wee Beng)에게 송금해 줄 것을 요청, 북한은 이 돈으로 자신들을 대신해서 물건을 구입하는 방법으로 제재망을 회피하는 것이다.

탄위뱅은 지난 10월 25일(현지시간) 미국서 대북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미연방수사국(FBI)의 지명수배를 받은 대상이다. 

미국 검사들이 이와 관련된 10만 달러를 몰수하기 위해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몇 년 동안 이같은 방법을 통해 반복적으로 국제적인 사업을 지속해왔다.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석유, 석탄 등을 수입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그림자 무역'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WSJ은 북한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국제 은행에 대한 제재라고 지적했다. 송금을 위해선 반드시 은행의 거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미국 달러와 관련된 송금액을 명확히 해야함으로 대부분의 자금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고 해외 은행에서 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렇게 되면 국제금융 결제망에서 북한의 '그림자 금융'을 잡아내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된다.

최근 대북제재 관련법 초안 작성에 참여한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북한으로 유입되는 돈은 적다"며 "대부분의 자금이 해외 은행에 머물러 움직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홍콩에 있는 업체는 북한으로부터 파라핀 왁스를 사들였지만, 정작 수입대금은 러시아의 석유 관련 업체로 흘러 들어갔으며, 북한으로부터 석탄을 사들인 중국의 수입업체는 중국 통신업체인 ZTE에 대금을 지급했다. 미국 당국은 북한이 ZTE로부터 통신장비를 사들인 대금을 우회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방식으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등록한 몇몇 업체들도 북한에 설탕 및 요소비료를 공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WSJ는 관련 분야 전문가의 언급을 인용, 미국은 그동안 북한을 위해 돈을 송금한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제재를 가해왔다면서 향후 중국 은행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적인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이달 미 재무부가 북한의 '그림자 무역' 시스템을 감시·적발하기 위해 미국 은행을 상대로 직접 지시했다고도 전했다.

그러나 미국 은행들은 북한과 관련된 송금을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어떤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북한을 돕는지에 대해선 은행의 능력 밖임으로 사실상 북한 관련 송금을 중단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한계를 언급했다. 또 대북 송금은 미국이 아닌 해외,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진다는 점도 덧붙였다.

또 북한이 은행측에 제공하는 서류 위조에도 점점 더 능숙해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대북 송금과 관련한 미국측의 관계자는 "대북 송금과 연루된 회사가 제재를 받을 때 북한은 새로운 것을 찾거나 만들어낸다"며 북한의 집요함을 꼬집었다.

 미국의 대북제재를 위반하여 美연방수사국으로부터 주요 지명수배된 싱가포르 브로커 탄위벵(41)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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