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단가 하락률 과다 추계
송배전비용 등을 전기료 결정 요소에서 누락
2030년 물가·전기 수요, 2017년과 같다고 가정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에 따른 전기료 폭등을 숨기기 위해 전기료를 사실상 왜곡해 계산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 말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탈원전을 해도 전기료는 2017에서 2030년 사이 10.9%밖에 안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연평균 인상률은 0.8% 수준으로 물가상승률(지난해 기준 1.9%)보다 낮다. 특히 현 정부 임기인 2022년까지 전기료 인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28일 정유섭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신재생에너지 가격 전망 산출 자료’를 본 에너지 전문가들은 정부의 계산이 짜깁기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신재생 단가 하락률 과다 추계

정부의 전기료 인상률 추산에 사용된 ‘신재생에너지 단가 19.5% 하락’ 전망부터 엉터리였다. 정부는 작년 산업조직학회가 수행한 ‘균등화 발전원가 연구용역’에서 태양광 발전 원가가 19.5% 떨어진다고 분석한 것을 인용해 신재생에너지 단가를 산출했다. 문제는 풍력, 바이오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는 따로 분석하지 않고 모두 태양광만큼 단가가 떨어진다고 가정했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용역에 ‘풍력 단가 하락률은 태양광의 절반 수준이란 분석도 있지만 이는 무시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풍력발전은 기본적인 건설비가 높아 태양광만큼 단가가 떨어지기 어렵다”며 “모든 재생에너지가 태양광만큼 가격이 하락한다는 가정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전기연구원이 분석한 신재생에너지 단가 전망을 보면 올해 ㎾h당 185.6원에서 2030년 178.0원으로 4.1% 하락하는 데 그쳤다. 태양광 가격은 2030년 ㎾h당 135.3원까지 떨어져 정부 전망(135.7원)과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육상풍력(-2.5%), 해상풍력(-3.8%), 바이오(+2.5%) 등은 하락폭이 현격히 작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송배전비용 등을 전기료 결정 요소에서 누락

정부는 또 한국전력의 전력구입비 증가율(10.9%)을 구한 뒤 이를 전기요금 상승률로 봤다. 송배전 비용, 판매비 등 다른 전기료 결정 요소는 뺀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지난해 6.2%에서 2030년 20.0%로 늘리면 송배전 시설 건설에도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이를 제외하는 바람에 전기료 상승률이 과소 추계될 수밖에 없었다.

2030년 물가·전기 수요, 2017년과 같다고 가정

정부는 전력구입비를 전망할 때는 전기 수요, 연료비, 물가 상승 효과를 모두 배제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구입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 수요, 연료비, 물가를 감안하지 않고 전기요금이 얼마 늘 거라고 말하는 것은 기만에 가까운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책연구기관을 통해 탈원전에 따른 비용 분석을 해보니 정부 전망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전체 전력구입비는 2017년 대비 2030년 46.7%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전기 수요와 물가, 연료비 등의 상승을 고려해 분석한 전력구입비 시나리오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단가가 전기연구원 전망(㎾h당 178.0원)과 가까운 ㎾h당 180.0원일 때를 가정했다. 이 추정도 송배전 비용 등의 증가는 감안하지 않아 실제 전기요금 상승률은 47%보다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탈원전 정책이 없다면 전력구입비 상승률은 2030년까지 12.7%에 그친다. 정유섭 의원은 “왜곡과 부실로 가득 찬 전망을 갖고 정부가 국민에게 ‘전기료 걱정 말라’고 설득해왔다”며 “국민의 부담을 높이는 탈원전 정책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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