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 前법률구조공단 이사장 후임자로 '민변'출신 교수 임명
5개월-2년 넘는 임기 남기고 과학 기술계서 '줄사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제공]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정권이 330개 공공기관장 및 감사들의 임기, 정치 성향 등이 포함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28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환경부가 ‘찍어내기’ 용으로 보이는 산하기관 임원에 대한 동향 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임기 만료 전 자리를 비운 다른 공공기관 인사들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를 주장하고 있다.

이 신문과 인터뷰한 이헌 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은 이날 “직접적으로 나한테 ‘사표 쓰라’는 대신 주변 사람들이 ‘법무부에서 사표 안 쓰냐고 하던데요’라고 했다”며 “문제가 아닌 것들에 대한 문제 제기가 (법무부 차원에서)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기를 1년가량 앞두고 해임됐다. 이 전 이사장 후임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 교수가 임명됐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해 7월 청와대·국무조정실로 추정되는 곳에서 공단으로 내려와 문 정부의 국정 운영과 부합하는지, 직원들이 적절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등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일보는 또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유린한 국가 폭력”이라고 말했던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도 제기된다며 류재림 전 영상자료원장의 사례도 소개했다.

지난 2015년 10월 임명된 류 전 원장은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4월 중도 사퇴했다. 류 전 원장은 “직접 사퇴압력을 받은 적은 없다”면서도 “지난해 말에 서울 마포경찰서 정보과와 총리실에서 몇 차례 나와 직원들을 면담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내 행동이 계속 언론에 노출된 것도 나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기 위해 외부에서 압력을 넣은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현 정권 출범 후 과학 기술계에서는 박태현 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황진택 전 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등 과학기술계 기관장 11명이 적게는 5개월, 많게는 2년 넘는 임기를 남기고 사퇴했다.

김준영 전 경제인문사회연구원장 역시 3년 임기 중 1년11개월을 남기고 2017년 11월 물러났다.

이 신문에 익명을 요구한 전 공공기관장은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를 보면서 여러 감정이 스쳤다”면서 “1년 넘게 억울함을 풀기 위해 증거·정황 자료를 수집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및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과 관련해 특별검사제 법안 발의 준비에 착수했다.

한국당 법률지원단장인 최교일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특검법안 발의를 지시해 준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오는 31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상대로 사실상의 청문회 수준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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