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대학원 졸업자 취업률 66.2%에 그쳐…6년만에 최저
서울대·연세대·고려대도 2014년 이후 취업률 가장 낮아
일도 공부도 구직활동도 안 하는 15~29세, 올해 29만명
'문재인 불황'이 지속되며 대학생들의 취업률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4년제 대학 졸업자 취업률이 2011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의 3대 명문대로 꼽히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경우에도 취업률이 60%대로 하락하며, 일반대 졸업자보다 취업률 하락폭이 컸다. 또한 취업 사정이 괜찮다고 평가됐던 전문대와 대학원 졸업생 취업률도 3년 만에 감소하면서, 일반대·전문대·대학원 졸업자 취업률이 동시에 떨어지는 '트리플 취업난' 현상이 벌어졌다.
교육부는 2017년 2월과 2016년 8월 전국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57만4009명의 진로(2017년 12월 31일 기준)를 전수조사한 취업 통계를 27일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취업률은 66.2%로 전년보다 1.5%포인트 줄었다. 이는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4년제 일반대 졸업자 취업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일반대 취업률은 62.6%로 1년 전보다 1.7%포인트 떨어졌다. 전문대 취업률도 2014년부터 꾸준히 오르다 지난해 69.8%로 떨어졌다. 대학원 졸업자 취업률(77.7%)도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서울 주요 대학도 취업 한파...SKY 취업률 60%대
2011년 이래 역대 최악이라는 '대졸자 취업 한파'는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에도 예외 없이 불어닥쳤다. 경희대·고려대·동국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숙명여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등 서울 주요 대학 11곳의 지난해 평균 취업률은 전년(69.2 %)보다 2%포인트 떨어진 67.2%였다. 전체 4년제 대학 취업률 하락폭(1.7%포인트)보다 더 컸다.
고려대가 2016년 73.8%에서 2017년 68.2%로 가장 많이(5.6%포인트) 감소했고, 서울대(70.6%→ 68.3%), 한양대(72.7%→69.6%), 연세대(70.1%→68.7%), 한국외대(64.1%→60.1%) 등도 취업률이 떨어졌다. 특히 서울대·연세대·고려대는 2014년 이후 취업률이 가장 낮았다.
계열별로는 인문(56%), 자연(62.5%), 사회(62.6%), 예체능(63%), 교육(63.7%), 공학(70.1%), 의약(82.8%) 순으로 취업률이 낮았다.
전문가들은 "더 심각한 문제는 올해 이후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다. 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해의 대졸 취업률이 2017년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둔화세가 뚜렷해지면서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 경쟁력을 급격히 잃고 있고, 내년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앞으로 주요 대학 취업률이 더욱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졸자가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 감소'
전문가들은 대졸자 취업률이 6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것은 민간 일자리, 특히 대졸자가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대졸자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등의 일자리가 줄면서 막 사회를 나서는 20대들이 '일자리 한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정부는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 숫자가 전년대비 10만개 늘었다고 하는데, 고용률은 1주일에 한시간만 일을 해도 계산에 포함된다"며 "고용통계에 임시직 알바, 노인들이 하는 시간제 근로도 다 포홤되어 있으니 고용율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최근 제조업 및 대기업의 좋은 일자리들이 줄고 있다"며 "이번 정부가 고용을 하기 어렵도록 만들어 놓지 않았는가"라고 일갈했다. 그는 "기업들이 투자를 안하고 움츠러 들어 있는 상황"이라며 "여간 특별한 정책전환이 없으면 내년에도 일자리 사정이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취업 사정이 낫다는 서울 주요 대학 취업률도 떨어졌다는 건 대기업들이 경기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사람을 덜 뽑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대기업이 채용을 줄이는 건 제조업·첨단 서비스업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그만큼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업종별로 매출 400억~1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일자리는 2015년 377만개, 2016년 368만개, 2017년 356만개로 2년 연속 줄었다.
여기에 우리나라 특유의 경직된 노동 구조도 대졸 취업률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 입장에서 대졸 채용은 '임금도 너무 높고 고용이 경직돼 상당히 위험이 큰 투자"라며 "대졸자가 갈 만한 '좋은 일자리'가 점점 줄고 대졸자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수년간 취업을 준비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취업 환경이 이처럼 악화하니 취업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올해 5월 15~29세 청년 가운데 일도 안 하고, 구직 활동도 안 하고, 공부도 안 하는 '니트(NEET)족'이 2008년 이후 최대인 29만명으로 나타났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