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월-소방·의료 복무안 폐기…"형평성 지적하는 여론 고려"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자들, 교정시설 내 취사·물품보급 등 육체노동 맡을 예정

11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기자회견에서 병역 거부자 및 사회단체 회원들이 대체복무제안 수정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11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기자회견에서 병역 거부자 및 사회단체 회원들이 대체복무제안 수정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국방부가 지난 20일 업무보고에서 검토했던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기간 단축’을 철회하고, 36개월간 교도소에서 복무하는 방안으로 단일화했다. 이는 2020년 1월부터 시행된다.

국방부는 28일 해당 내용이 담긴 ‘병역법 개정안’과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당초 국방부는 지난 업무보고에서 36개월 안과 27개월 안 두 가지를 제시하며 “36개월 안의 경우 타 대체복무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했고, 27개월 안의 경우 국제기구 권고를 고려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당시 논의됐던 소방·의료기관 등 복무장소를 다양화하는 안 역시 이날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36개월·교도소 복무’ 안이 확정된 데에는 ‘국민 정서’와 ‘형평성’, ‘대체복무자 합숙 유무’가 가장 크게 고려됐다.

현재 일반적인 육군 현역으로 복무하는 경우의 복무기간은 18개월로, 대체복무자는 이 두 배인 36개월을 근무하게 된다. 국방부 당국자는 “공중보건의사 등 다른 대체복무자의 복무기간과 형평성을 유지하고,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반 현역과 같이 합숙 근무를 하려면 소방·의료기관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고려됐다. 일반 현역병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교도소 합숙 근무가 가장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대체복무를 하는 사람들은 교도소 내 취사와 물품보급 등 육체노동을 주 업무로 담당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해당 안 확정에 앞서 서울구치소 등의 교정시설을 방문했다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교정시설에 재소자가 많이 수용돼 있어, 쉬는 시간이 적고 업무 강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대체복무 인원은 연간 600명 수준을 유지하되, 시행 첫해에는 신청자가 몰릴 것을 예상해 1,200명을 받는다고 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대체 복무 신청자들은 대부분 대도시 거주자이고, 복무장소인 교도소 역시 서울·경기지역에 밀집돼 있다.

법원은 그동안 병역법 위반자들에 대해 징역 18개월을 선고해오다가, 지난 6월에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단을 하면서, 지난달 27일 수감된 병역거부자 71명 중 수감기간 6개월을 채운 58명이 석방되기도 했다.

한편, 국방부는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복무기간에 대해 "제도정착 이후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1년 범위에서 조정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36개월인 복무기간이 상황 변화에 따라 24개월까지 줄어들거나 48개월까지 늘어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행법상 현역병은 6개월(병역법 19조), 사회복무요원·산업기능요원(대체복무자)은 1년 범위(병역법 42조)에서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복무기간을 조정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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