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철새 연구자 박희천 교수 "강정고령보에 흑두루미 매년 왔었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2012년부터 올해까지 강정고령보에 흑두루미 발견"

대구시가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에 2015년 12월 9일 게재된 흑두루미 사진. 이 사진은 금호강 인근에서 환경부가 촬영해 대구시에 제공했다. 금호강은 낙동강과 이웃한 강으로 두 강이 만나는 지점에 달성습지가 있다.

흑두루미가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4대강 보 개방 등 자연성 회복 사업의 성과라고 주장하며 8년 만에 낙동강 강정고령보에 멸종위기 철새, 흑두루미가 나타났다는 환경부의 주장을 담은 보도자료가 각종 가짜뉴스의 근원이 되고 있다는 펜앤드마이크(PenN)의 27일 보도와 관련해 환경부 '4대강 자연성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관계자는 28일 PenN과의 통화에서 "흑두루미가 8년 만에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환경부의 주장이 아니라 우리가 외주를 준 한국환경생태연구소라는 민간 영리법인의 이시완 연구소장의 연구결과"라고 밝혔다.

흑두루미는 시베리아 습지에 서식하고 추운 겨울은 일본 규수 가고시마현 이즈미시에서 난다. 시베리아에서 2500km를 날다가 낙동강 습지에 잠시 머무는 흑두루미는 4대강 정비사업과 무관하게 매년 꾸준히 낙동강 인근 습지를 찾았다. 낙동강 강정고령보 달성습지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흑두루미 휴식지다. 4대강 정비사업 전부터 오랜 세월 흑두루미가 오가던 길목이었고 흑두루미는 4대강 정비사업 이전과 이후를 막론하고 꾸준히 낙동강 습지를 거쳐갔다. 

낙동강 철새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조류생태환경연구소 박희천 소장(경북대 생물학과 명예교수)은 PenN과의 통화에서 낙동강 하류에 건설된 강정고령보에서 8년 만에 흑두루미가 발견됐다는 환경부 보도자료는 정확한 내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흑두루미가 낙동강 강정고령보에 나타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고 올해까지 매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1980년대까지 강정고령보 달성습지는 흑두루미가 겨울을 나던 월동 지역이었고 최근에는 일본 규수 남부의 가고시마현 이즈미시에서 흑두루미들이 겨울을 나기에 낙동강 달성습지는 흑두루미들이 잠깐 쉬어가는 지역이 됐다"며 "2005년 조류생태환경연구소를 경북대 안에 설치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낙동강 인근 철새들을 조사하고 있는 연구자 입장으로 8년 만에 강정고령보에 흑두루미가 나타났다는 환경부 주장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4대강 정비사업이 마무리된 2012년 4월부터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흑두루미를 꾸준히 관찰하고 흑두루미에게 청보리 등 먹이를 주는 사업을 진행해온 대구광역시 환경정책과도 환경부가 8년 만에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흑두루미가 발견됐다는 보도자료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PenN과의 통화에서 "2012년 4월, 4대강 정비사업이 종료되고 강정고령보 달성습지에서는 흑두루미가 매년 꾸준히 관찰됐고 2016년까지 환경부에서는 흑두루미가 달성습지를 찾았다는 보도자료를 냈었다"며 "최근에 환경부 4대강 자연성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이 8년 만에 흑두루미가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관찰됐다는 보도자료는 그간의 환경부 보도자료와 대구시가 관리하고 있는 데이터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서 4대강 정비사업 낙동강 부문을 담당했던 퇴직 공무원 A씨도 환경부의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8년 만에 흑두루미 발견'이라는 보도자료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A씨는 PenN과의 통화에서 "환경부가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8년 만에 흑두루미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4대강 자연성회복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환경부가 발표했던 보도자료의 내용만 확인했어도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A씨는 "강정고령보를 건설하고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달성습지가 확대되면서 흑두루미가 머무는 것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데 환경부는 그런 사실을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홍보해놓고 정권이 바뀌자 이제는 4대강 자연성 회복이 흑두루미를 불러왔다는 식으로 보도자료를 내놓는 것은 명백한 국민 기만이다"라고 덧붙였다.

4대강 정비사업과 관리는 국토교통부 소관이었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물관리 일원화'라는 명분을 내걸고 올해 6월 환경부로 이관됐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 담당을 환경부로 옮기고 4대강 자연성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을 출범시켰고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 중에 11개 보를 개방했다. 

환경부 4대강 자연성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관계자는 PenN과의 통화에서 "보도자료에는 흑두루미가 발견된 지역이 강정고령보라고만 표기했지만 실제로는 강정고령보에서 상류 방향으로 8km 떨어진 백천 하류에서 흑두루미가 발견된 것이고 이 지역에서 흑두루미가 발견된 것은 2010년 이래 8년 만이 맞다"며 "강정고령보 달성습지에서 발견된 흑두루미와 백천 하류에서 발견된 흑두루미를 구분해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정고령보에 있는 달성습지가 아니고 강정고령보와 8km 떨어진 백천 하류에서 8년 만에 발견됐다는 내용을 보도자료에는 왜 설명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변하지 못했다.

환경부가 8년 만에 흑두루미가 강정고령보에서 발견됐다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주류 언론들이 이를 인용해 결과적으로 가짜뉴스가 양산된 것에 대해서는 "보도자료를 낸 것이지 기사를 쓰라고 기자들에게 강요한 적은 없다"며 "이번 조사는 환경부 4대강 자연성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이 직접 한 것이 아니라 한국환경생태연구소라는 민간 영리법인에 외주를 맡겼고 흑두루미가 8년 만에 발견됐다는 것은 이시완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연구소장이 우리에게 보고한 연구결과"라고 부연했다.

흑두루미를 비롯해 낙동강에서 철새들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박희천 소장은 '백천 하류'라는 지역에 대해 "생소한 지역"이라며 "대개 연구자들은 강정고령보에서 흑두루미가 나타났다고 하면 달성습지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환경부 4대강 자연성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이 외주를 준 한국환경생태연구소는 조류학을 전공한 이한수 박사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흑두루미가 8년 만에 강정고령보에서 발견됐다고 환경부에 보고한 이시완 연구소장과는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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