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규 現차관, 기조실장 때 전병성 前이사장 만나 "정권 바뀌면 관례적으로 재신임 받더라"
임기(2019년 7월) 1년반 남기고 사표 내자 타 임원들도 사표 내…전병성 실제 퇴임은 12월
올해 8월 차관 승진한 박천규 "관행 말한 것일뿐 사퇴 종용한 건 아니다" 부인
타 공단 임원들 "사표 내기 전 감사 들어와…'사표 쓰는 걸 왜 그렇게 어려워하냐' 물어"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진상조사단이 공개한 이른바 '환경부 산하기관 블랙리스트 문건'과 관련해 현직 환경부 차관이 기획조정실장 시절 산하기관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28일 나왔다.

동아일보는 이날 한국당이 전직 특감반원 김태우 수사관의 제보로 공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사퇴 동향 문건)에 등장하는 한국환경공단 전직 임원 A씨가 통화에서 "올해 초 환경부 기조실장이 전병성 공단 이사장에게 사퇴하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환경부 기조실장은 올해 8월 환경부 차관으로 승진한 박천규 차관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7월 임명된 전병성 전 이사장은 올해 12월4일 퇴임했다. 예정된 임기는 2019년 7월까지였다.

사퇴 요청을 받은 올해 1월은 임기가 1년 6개월이 남은 시점이었다. A씨는 "올해 1월 전 전 이사장이 사표를 내자 공단 내 다른 임원들도 '친정(환경부 지칭)에서 요구한다'며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천규 차관은 "올해 초 전 전 이사장을 만나 '기관장들은 관례적으로 (정권이 바뀌면) 재신임을 받더라'는 얘기를 했다"며 "관행에 대해 말한 것일 뿐 사퇴를 종용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전 전 이사장 외에도 환경부가 산하기관장과 임원들에게 일괄사퇴를 요구한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A씨는 "당시 사표를 내기 전 환경부에서 '업무추진비를 살펴보겠다'며 감사를 들어왔다"며 "감사를 나온 환경부 직원이 '사표 쓰는 걸 왜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느냐'고 물어 사퇴 압박이라는 걸 알아차렸다"고 밝혔다.

사퇴동향 문건에 등장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임원 B씨 역시 "원래 임기가 올해 6월까지인데 1월에 인사 담당 부서로부터 '형식적인 절차이니 일단 사표를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정권이 바뀌었으니 내야 하는 걸로 생각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다만 B씨는 사표가 반려돼 임기를 채운 뒤 올해 6월 1년 연장 계약을 해 지금도 공단에 재직 중이다.

앞서 환경부는 사퇴동향 문건이 친문(親문재인) 인사들에게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만들어졌고 김태우 수사관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됐다는 폭로가 26일 처음 나왔을 때 "해당 문건을 작성한 적도, 청와대에 보고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27일로 접어든 자정 무렵 뒤늦게 설명자료를 내 "환경부 감사관실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 김태우 수사관의 요청으로 ▲동향 문건 ▲대구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관련 직무감찰 결과 ▲환경부 출신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등 3건의 문건을 만들어 제공했다"고 6시간 만에 말을 바꿨다.

그러나 환경부는 감사관실이 동향 문건의 존재를 상부에 알리지 않았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평소 감사관실과 청와대 특감반이 수시로 연락하며 정보를 교환해왔고, 특정 개인의 비위 사실 등이 아닌 일상적인 정보공유 차원이라 여겨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김 수사관 개인에 대한 정보제공 차원이었다고 애써 축소하는 논리를 두고, 한국당에선 '상식 이하의 변명'이라고 일축했다. 27일 당 진상조사단장인 김도읍 의원은 김 수사관이 문건 제공을 먼저 요청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고, 법률지원단장인 최교일 의원은 "(요청이 있었더라도) 이전에 (윗선에) 지시가 있었고, 김 수사관이 달라고 하니 환경부가 진행 상황을 쭉 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같은날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박 차관, 주대형 전 환경부 감사관,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 등 5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피고발인들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24명의 전 정권 인사를 상대로 사표 제출을 종용해 광범위하고 중대하게 직권을 남용했다"고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환경부 외에 교육부 등 타 부처의 산하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문서 작성 지시가 있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추가 문건 확보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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