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대우조선·신아조선 등 '전문경영인 체제'의 말로(末路) 되새겨야
오너가 사라지면 전문경영인과 노조가 실권 장악...오너 리스크 보다 결코 안전하지 않아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

네이버와 카카오 노조가 사실상 경영 참가를 요구하고 있다. 민노총 소속인 이 두 회사의 노조가 노사협상에서 사외 이사와 감사 추천권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조선일보 12월 16일자). 성과급의 기준을 공개하라, 신임 임원 영입의 근거가 무엇인가 등도 따졌다. 예전 같으면 주주나 따질 법한 사항들이다. 이 정권 하에서 노조의 경영참가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만큼 오너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기업을 국민기업이라며 반긴다. 오너 리스크와 노사분규가 사라질 터이니 경영성과도 좋아질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는 다르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이다.

실제 오너가 없어지거나 무력화된 기업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보자. 1971년 이후의 유한양행, 1981년~1997년 사이의 기아자동차, 2003년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대우조선해양, 2004년 이후부터 2010년경까지의 대한전선, 1990년대 이후의 신아조선 등이 대표적인 비오너 기업이었다. 오너가 사라지고 전문경영인 또는 노동자들이 경영했다.

기아자동차와 대우조선, 신아조선은 거의 같은 길을 걸었다. 첫째 초기에는 경영성과가 좋지만 몇 년 지난 후부터 적자가 쌓였다. 둘째, 적자를 감추기 위해 분식회계가 이뤄지고 해결의 기회를 놓치고 결국 부도 상태에 이르렀다.

기아자동차는 1981년 대주주인 김상문 회장이 김선홍과 노조에게 주식의 의결권을 위탁함으로써 전문경영인과 노동자가 공동경영하는 형태로 출발했다. 초기에는 노동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획기적인 원가절감 에 성공했고 ‘봉고 신화’로 이어졌다. 프라이드의 성공도 뒤를 이었다. 1990년대에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데 기아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국 1997년 부도를 냈다. 검찰 수사를 통해서 드러난 사실은 세상을 경악하게 했다.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회사 돈을 빼돌렸고 쌓인 적자는 분식회계로 덮었다. 1990년대에 들어 거의 매년 조직적인 분식회계가 이뤄졌다. 기아 자동차의 부도는 외환위기의 도화선이 되었다. 1998년 현대차에 인수되고 나서야 비로소 세계적 자동차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신아조선도 비슷한 경로를 겪었다. 신아조선은 1990년대에, 대우조선해양은 2000년대 초반에 오너 없는 기업, 노동자와 전문경영인이 실권을 가진 기업으로 재출발했다. 이곳들도 초기의 성과는 좋았다. 노사분규가 없다는 것이 큰 원인이었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후 부도 상태에 이른다. 조사 결과 분식회계로 적자를 덮어왔음이 드러났다. 높은 비용, 낮은 생산성을 분식회계로 감추다가 결국 부도에 이른 것이다.

대한전선은 조금은 다른 길을 걸었다. 2004년 오너인 설원량 회장이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고 임모라는 전문경영인이 실권을 잡았다. 자손으로의 경영권 승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모는 본업인 전선업과는 무관한 기업들을 인수하는 데에만 몰두했고 그 과정에서 자기 회사를 만들어 돈을 빼내는 데 열중했다. 급기야 오너 가문이 그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회사도 결국 부도를 냈고 지금은 사모펀드에 인수된 상태다. 대한전선이 전문경영 체제로 사경을 헤매는 사이 오너 기업인 LS전선은 세계적 전선업체로 도약했다.

유한양행은 오너가 없는 데도 50년 가까지 생존했다는 점에서 예외적이다. 이 기업이 오너인 유일한의 손을 떠나 노동자기업-전문경영인 기업으로 재탄생한 것은 1971년이었다. 그 후로 줄곧 제약업계 선두권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모범적이다. 그러나 많이 성장하지는 못했다. 1970년 당시 종업원 규모가 1,000명 수준이었는데 50년이 지난 지금 1,700명 수준이 되어 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규모로 출발한 다른 기업들에 비하면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가 크지 않다. 유일한이 직접 경영하던 때에 비해 좋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기업들에게는 오너가 있다. 그리고 오너 리스크도 있다. 오너들은 부패하기도 하고 갑질을 하기도 한다. 오너만 사라지면 오너 리스크가 사라지고 기업이 잘 될 것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너가 사라지면 그 자리를 전문경영인과 노조가 차지한다. 처음에는 잘 되는 듯하지만 곧 서서히 나태와 부패가 자리를 잡는다. 오너 리스크 대신 노조 리스크, 전문경영 리스크가 등장하는 것이다. 결국 기업은 경쟁력을 잃고 부도로 치닫는다.

정권은 오너를 무력화하는 데에 열심이다. 스튜어드십코드, 순환출자 금지, 내부거래 규제 등 소위 ‘공정경제’라는 름의 정책들은 대부분 오너의 무력화, 오너의 축출을 향하고 있다. 그 자리는 노조와 시민단체 운동가들 차지할 것이다. 노동자와 좌파운동가들의 해방구가 된 기업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1990년대의 기아차와 대우조선과 대한전선 향했던 곳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 (김정호의 경제TV대표, 전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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