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원청처벌 강화' 김용균법 환노위 3당 간사합의 이루자 靑 갑자기 '생색내기'
靑김의겸 "3당 김용균법 합의 이룬건 文대통령 뜻이 큰 영향 끼친 걸로 보여"
'사립유치원 재정 전면통제' 박용진 3법 합의불발에 민주·바른 패스트트랙 강행태세

특별감찰반을 통한 '민관(民官) 무차별 사찰', '여권 고위인사 비위 묵살 의혹' 책임론이 집중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오는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기로 했다. 당일 운영위에는 통상 출석해오던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도 함께 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만나 31일 운영위 전체회의 개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합의했다. 우선 조국 민정수석 국회 출석 문제는 당초 국회 일정이 없었던 31일 운영위를 여는 것으로 여야가 의견 접근을 이뤘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의 지시로 오는 12월3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가운데),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오른쪽)이 동반 출석하게 됐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원내대표간 회동에서, 사실상 제1야당 압박 수단으로 제기돼 온 사립유치원 관련 박용진 민주당 의원발(發) 3법 처리는 불발됐다. 

그동안 사립유치원에 대한 정부 보조금·지원금과 성격이 다른 '학부모 부담금'까지 국가 통제대상 재원으로 포함시키는 입법 여부를 놓고 범(汎)여권은 "공공성 강화"라는 명분을 강조했고, 한국당은 헌법상 가치인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맞서 갈등이 계속된 바 있다.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되자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한국당을 배제하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을 강행할 태세를 보였고, 한국당 측은 집단퇴장으로 저항했다.

여야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등 6개 특별위원회는 연장하기로 했다. 

'고용세습 논란'이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에 대한 채용비리 국정조사 계획서는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왼쪽부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국회 정보위원장은 한국당이 바른미래당 쪽에 내놓기로 했다. 바른미래당 소속이던 이학재 정보위원장이 최근 탈당하고 옛 친정인 한국당으로 복귀함에 따라, 제3교섭단체 몫의 상임위원장(총 2곳)이 하나 줄어들자 바른미래당은 반발해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정보위원장은 통 크게 내려놓기로 했다"면서 "정보위원장은 바른미래당에 양보한다"고 말했다.  

원내대표간 합의에 앞서, 여야 교섭단체 3당은 같은날 각당 정책위의장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가 일명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처리하는 데 합의했다. 당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는 요건이 충족된 것이다.

김용균법은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안전사고 등 산업재해에 대해 도급인, 즉 원청업체의 처벌 수위 등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총 8개 쟁점 중 막판까지 남은 2개 쟁점인 사업주 책임강화(도급 책임범위), 양벌규정(과징금 부과액 상향) 부분에 대해선 현행법과 정부안의 중간 지점에서 합의를 이뤘다. 

여야 교섭단체 3당 정책위의장 및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들이 12월27일 국회에서 만나 일명 '김용균법' 처리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발의한 산안법 개정안은 원청이 안전·보건조치를 해야하는 장소를 22개 위험장소에서 '원청 사업장 전체'로 확대했다. 이를 위반하면 하청 사업주와 같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하지만 "원청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는 것은 과하다"는 야당의 지적에 따라 여야는 도급인의 사업장과,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로 대통령령에서 정한 장소를 대상으로 하기로 했다.

원청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부안보다 낮췄다. 현행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보다는 처벌 수위를 올렸다. 양벌규정은 현행 1억원에서 최대 10억원으로, 정부안대로 가기로 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간사는 "원청 형사처벌 규정을 낮춘 것은 법인 양벌규정에서 벌금을 10배 상한했기 때문에 처벌은 낮춰도 문제가 없겠다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야 합의 후 환노위 간사들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를 만나 이 사실을 전했다. 환노위 한국당 간사 임이자 의원은 "100% 만족하진 못하더라도 마음을 담아서 했다"고 말했고 김씨 어머니는 "비록 아들은 누리지 못하지만 우리 아들딸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됐다"며 감사를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환노위 여야 간사들이 김용균법 타결을 이끌어낸 가운데, 정작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해당 법안의 연내 국회 통과를 위해 한국당의 요구대로 조국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하라고 지시했다'고 생색내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한병도 정무수석비서관으로부터 "조 수석의 운영위 출석과 김용균법 처리가 맞물려 있어 법안 처리에 진척이 없다"는 보고를 받고 이같이 지시를 내렸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특감반 관련 수사가 이제 시작돼 피고발인 신분의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제2·제3의 김용균이 나오는 걸 막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연내에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의겸 대변인은 "한병도 정무수석이 문 대통령의 뜻을 오늘 오전 10시에 국회에서 열린 3당 원내대표 회동이 열리기 전에 전화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며, "오늘 국회 3당 원내대표들이 김용균 법 처리 합의에 이르게 된 데는 문 대통령의 이런 뜻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또 조 수석이 문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준비를 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고, 문 대통령도 '격려'의 말을 했다고도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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