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월 판사 “北, 1년 이상 위태로운 상태로 억류...웜비어 잔인하게 다뤘다”

지난 1월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열린 미국 연방의회 하원 의사당에 초대된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가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월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열린 미국 연방의회 하원 의사당에 초대된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가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법원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최종 판결을 통해 북한당국에 오토 웜비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어 5억 113만 4638달러를 북한이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 공개한 판사 의견서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북한이 ‘펜치’와 ‘전기충격’을 이용한 고문을 가했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VOA에 따르면 이번 소송을 담당한 베럴 하월 판사는 24일(현지시간) 공개한 의견서(memorandum opinion)에서 북한에 5억 달러의 배상금 지급 판결을 내리게 된 이유로 웜비어 측이 제출한 서면 진술과 지난 19일 개최된 ‘증거청문’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여러 차례 인용했다.

하월 판사는 웜비어의 죽음이 북한당국의 고문 때문이라는 웜비어 측의 주장을 사실상 수긍했다. 판결문은 “전문가(주치의)가 내린 결론은 북한이 고의적으로 웜비어의 죽음을 초래했다는 데 있어 필수적인 증거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웜비어의 주치의였던 대니얼 캔터 박사는 지난 10월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 진술서에서 “웜비어의 사인은 뇌 혈액 공급이 5~20분간 중단되거나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며 북한 당국이 주장했던 식중독의 일종인 보톨리누스균 감염 증상은 웜비어에게서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에서 촬영한 뇌 사진을 근거로 웜비어의 뇌 손상 시점을 2016년 4월로부터 수주 전으로 예상했다. 웜비어는 북한에서의 억류 기간의 상당부분을 병상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하월 판사는 “북한이 웜비어가 의료치료를 받도록 하기 위해 그를 집으로 더 일찍 보내는 대신 1년 넘게 심각하게 위태로운 상태로 계속 억류했다”며 “이는 전체주의 국가가 웜비어를 잔인하게 다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웜비어의 발에 큰 상처가 있다는 점과 치아들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주치의의 진술서를 인용해 “웜비어의 발에 전기충격이 가해지거나 치아의 위치를 바꾸기 위해 펜치를 사용했다는 증거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북한에 억류되기 전 오토 웜비어의 입 부분 사진(위)과 치과 엑스레이 사진(중)을 북한에서 풀려나 사망한 후 찍은 두개골 스캔 사진(아래)과 비교하면 북한에 억류된 동안 가운데 아랫니가 외력으로 의심되는 원인에 의해 변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타드 윌리엄스 박사가 DC 연방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첨부된 사진들이다(VOA).
북한에 억류되기 전 오토 웜비어의 입 부분 사진(위)과 치과 엑스레이 사진(중)을 북한에서 풀려나 사망한 후 찍은 두개골 스캔 사진(아래)과 비교하면 북한에 억류된 동안 가운데 아랫니가 외력으로 의심되는 원인에 의해 변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타드 윌리엄스 박사가 DC 연방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첨부된 사진들이다(VOA).

하월 판사는 북한 사법체계의 위법성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지난 19일 증거청문에 출석한 이성윤 미 터프츠대 교수와 데이비드 호크 미 북한인권위원회 위원의 증언을 인용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3월 판결을 통해 웜비어에게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에 독립된 사법부가 없고, 웜비어의 자백을 조작했으며, ‘보여주기실 재판’을 했다는 이유를 들어 웜비어에게 내려진 판결이 적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하월 판사는 이 같은 내용을 적시하면서 “만약 북한의 사법체계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웜비어에게 내려진 판결은 15년 노동교화형이었지 죽음을 아니었다”며 웜비어의 죽음의 원인은 북한에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웜비어의 가족에게 높은 금액의 배상액을 책정한 것에 대해서는 “고문이나 인질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가족들은 일반적으로 단일 공격으로 인한 피해 가족들보다 더 높은 배상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웜비어의 억류를 둘러싼 상황은 특별히 부모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며 “웜비어가 억류된 동안 이 전체주의 국가는 그의 상태에 대해 어떤 사실도 알려지도록 하지 않았고 부모는 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모르는 채 계속 걱정해야 했다”고 했다.

또한 하월 판사는 웜비어가 신시네티 공항에 도착했을 당시 부모인 신디와 프레드 웜비어 씨와 동생 2명은 비행기에서 의식불명 상태의 웜비어가 사람소리 같지 않은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웜비어는 심각한 뇌 손상으로 인해 주변 상황을 전혀 인지할 수 없는 상태였고 이에 대해 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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