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강정고령보 개방 후 8년만에 멸종위기 흑두루미 나타났다?…2013년, 2016년에도 낙동강 왔다
2013년에는 4대강 정비 덕에 흑두루미 출현했다던 환경부, 文정부서는 "4대강 보 개방 덕" 입장 바꿔
환경부는 사실관계 잘못 정리된 보도자료 뿌리고, 언론은 검증도 없이 기사화…결론은 가짜뉴스 양산

사진은 2013년 11월 5일 경북 구미의 감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모래톱과 인근 습지에서 흑두루미가 노닐고 있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연합뉴스 제공)

4대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의 자연성을 회복시킨다는 명분을 내걸고 4대강에 설치된 보를 개방하고 있는 '환경부 4대강 자연성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이하 환경부 4대강 평가단)이 가짜뉴스를 유포한 정황이 포착됐다.

27일 펜앤드마이크(PenN)의 취재결과에 따르면 환경부 4대강 평가단이 지난 19일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게재된 '낙동강 강정고령보를 개방한 결과 8년 만에 멸종위기 철새 '흑두루미'가 발견됐다'는 내용은 사실관계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 4대강 평가단 관계자는 PenN과의 전화통화에서 "환경부가 확보하고 있는 데이터에는 흑두루미가 존재하지 않았고, 올해 처음 발견돼 낙동강 하류 4개 보 개방 후 변화된 모습이라고 판단하고 보도자료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난 2013년 4대강 정비사업의 효과로 멸종위기 흑두루미가 낙동강 강정고령보 인근 달성습지에 대규모로 날아왔다고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4대강 사업의 효과로 흑두루미가 돌아왔다는 자료를 냈던 환경부가 문재인 정권에서는 입장을 바꿔 4대강 보를 개방한 효과로 흑두루미가 8년 만에 돌아왔다는 과장된 정보를 담은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환경부의 보도자료는 몇 가지 심각한 가짜뉴스 양산의 근거가 되었다. 환경부의 보도자료를 근거로 하더라도 흑두루미는 8년 만에 돌아온 것이 아니라 5년 만에 돌아온 것이 맞다. 그런데 왜 8년 만에 돌아온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냈을까?

둘째, 환경부는 지난 2013년 보도자료를 낼 때는 4대강 정비사업 덕분에 흑두루미가 돌아왔다고 주장했는데, 이번에는 정반대로 보를 개방하니까 자연성이 회복되어 흑두루미가 8년 만에 돌아왔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진짜로 흑두루미가 돌아온 이유가 5년 전과 180도로 뒤바뀐 것이다. 환경부의 본심은 무엇인지 헷갈리게 하는 대목이다.

셋째, 언론사 보도에 의하면 2016년에도 낙동강 강정고령보 일대에 흑두루미가 날아온 것이 관측된 바 있다. 그렇다면 낙동강 보 개방과 흑두루미의 출현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인과관계가 의심된다.

다수 언론들은 환경부 4대강 평가단의 보도자료 내용을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 썼다. 중앙일보는 <'녹조' 낙동강 보 열었더니…8년만에 흑두루미 나타났다>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했고 동아일보도 이날 <'녹조' 낙동강 보 열었더니…8년 만에 멸종위기 흑두루미 나타났다>라는 제목의 통신사 뉴스1의 기사를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경향신문도 이날 <낙동강 4대강 보 문 열자 겨울 녹조 사라지고, 멸종위기 흑두루미 돌아와>라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주류 일간지부터 환경부의 거짓 정보를 검증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환경부 4대강 평가단 관계자는 8년 만에 흑두루미가 나타난 것이 아니라 8년 만에 처음 흑두루미와 관련된 공식 데이터를 확보한 것이라고 보도자료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흑두루미가 국내에 날아오는 시기는 10월 말부터 11월 초이고, 2010년부터 4대강 인근 생태를 조사했는데 늘 12월과 1월에 조사를 진행했기에 데이터상 흑두루미가 낙동강에는 온 적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번에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를 위해 매달 4대강 인근 생태를 조사하면서 처음으로 흑두루미를 공식적으로 발견했고 생태조사를 실시한 2010년부터 데이터상으로는 8년 만에 낙동강에 온 것으로 봤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환경부가 냈던 보도자료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4대강 정비사업으로 습지가 확대되면서 멸종위기의 흑두루미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환경부가 최근 보 개방 후 흑두루미가 나타났다고 주장한 것은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강에 있던 불법 농경지를 습지로 복원했고 얕은 습지를 보강해 습지 면적을 넓히면서 4대강 정비사업이 끝난 2013년부터 겨울 철새들이 많이 날아왔고 그 중에 흑두루미도 있었다"며 "환경부가 지금와서 8년만에 흑두루미가 나타났다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가짜뉴스고 강의 물을 빼니까 자연성이 회복됐다는 것을 과도하게 홍보하려다 가짜뉴스까지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12월부터 2012년 4월까지 4대강 정비사업을 벌였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의 자연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크다면서 환경부에 4대강 평가단을 만들어 작년 6월부터 4대강에 설치된 16개의 보 중에 총 11개의 보를 개방했다. 환경부 4대강 평가단은 주변 생활용수 취수 문제로 수위를 낮추기 어려운 한강 여주·강천보, 낙동강 칠곡보를 제외한 총 13개 보를 개방할 예정이었지만 현재 낙동강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당초 보 개방 계획에 차질이 발생한 상태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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