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野 폭로 직후 작성사실 부인하다 결국 인정…"김태우 요청에 정보제공 차원" 강변
文캠프 보은인사-윗선 개입의혹 선그었으나 '불법사찰' 성격 짙어
'김태우 요청으로 줬다' 환경부 주장에 한국당 "상식밖의 궤변"
조사단장 "金, '문건작성 요청한 바 전혀 없고 받자마자 급히 보고했다'는 입장"
"金 보고받기 전 지시 나왔을 것…6급 주사때문에 '캠코더 인사'用 사찰했단거냐"
野, 환경부 前장관-前기조실장·前감사관에 이인걸 前특감반장 직권남용 고발키로

문재인 정권 환경부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을 표적으로 사실상 '사퇴 압박' 문건을 만들었다는 폭로에 직면하자, 한차례 부인했다가 결국 시인했다. '문재인 정권 블랙리스트'가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환경부 감사담당관실은 지난 1월 중순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이던 김태우 수사관의 요청에 따라 자유한국당이 폭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작성 및 전달했다고 27일 인정했다.

앞서 한국당 특감반 진상조사단은 26일 민정수석실이 환경부 산하기관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 등 친여(親與)인사들을 앉히기 위해, 사퇴 종용 대상 및 현직 부처 임직원 리스트를 환경부가 작성하도록 해 보고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자료사진=자유한국당 제공

환경부는 당초 문건 작성 자체를 부인했지만 당일 늦게 입장을 바꾸면서 '올초 청와대 특별감찰반 김태우 수사관의 요청으로 감사담당관실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했다. 문건 작성 사실 자체는 인정한 것이나, 김 수사관의 요청 여부는 소명되지 않았다.

환경부 감사담당관실은 설명자료에서 "요청에 따라 대구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관련 직무감찰결과, 환경부출신 지방선거 출마예정자,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의 동향 등 3건의 자료를 (만들었다)"이라면서도, "'정보제공'차원에서 윗선에 보고 없이 1월18일 김태우 수사관이 환경부 방문시 제공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당초 입장을 번복한 것에 대해서는 '내부 확인이 늦어진 것에 따른 실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폭로한 문건은 "한국환경공단 외에는 특별한 동요나 반발 없이 사퇴 등 진행 중"이라며 한국환경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 환경산업기술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국립생태원, 낙동강생물자원관, 환경보전협회, 상하수도협회 등 8개 산하기관 임원들의 임기와 현재상황 등 사퇴 동향을 세세하게 담았다.

해당 문건 '현재 상황'란에는 "사표제출예정" "반발" "사표제출" "후임 임명시까지는 근무" "후임 임명시까지만 근무" "현 정부 임명"으로 환경부 산하기관 임직원들의 사퇴 동향이 분류돼 있다.

특히 사퇴에 반발하고 있거나 후임 임명시까지 근무 의사를 보인 임원과 관련해선 "새누리당 출신" "KEI 출신" 등 구체적인 배경까지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문건에 제시된 주석 1~3번을 보면 각각 "최근 야당의원실을 방문하여 사표제출요구에 대해 비난하고 내부정보를 제공한다는 소문"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본부장 임명에 도움을 주었다고 하나, 현재는 여권인사와의 친분을 주장" "새누리당 서울시의원 출신으로, 직원폭행사건으로 고발되어 재판 진행중"이라고 사퇴 유예-반발자들의 첩보까지 거론됐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직제 제7조 1항에 따르면 특감반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공직자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공기관·단체 등의 장 및 임원 ▲대통령의 친족 및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에 대해 감찰업무를 수행한다. 

직제 규정대로면 공공기관·단체의 장 또는 임원에 대한 '감찰' 자체는 허용된다고는 하나, 특감반의 요구로 만들어진 환경부 문건은 실질적인 비위 또는 직무감찰을 넘어 대선캠프 등 보은인사용 '사찰'에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월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김도읍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장(왼쪽 네번째)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2월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김도읍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장(왼쪽 네번째)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당은 27일에도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를 열어 환경부 측 입장을 반박하고, "환경부 김은경 전 장관, 박천규 당시 기획조정실장, 주대영 전 감사관,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 등 5명을 직권남용죄로 오늘 중으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국당 법률지원단장인 최교일 의원은 조사단 회의에서 이같이 밝히고, "피고발인들은 환경부 장관 및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로서 직무집행을 가장해 8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24명의 전 정권 인사들을 상대로 사표 제출을 종용해 광범위하고 중대한 직권남용을 한 자"라고 지적했다.

최교일 의원은 또 "환경부는 블랙리스트에 대해 청와대와 환경부는 처음에 '모른다'고 했다가 환경부에서 이를 뒤늦게 시인했다"며 "사표제출 요구에 반발하는 인사들의 동향까지 각주를 적어 보고한 것은 청와대와 피고발인(김은경 전 장관) 상호간에 사표제출 요구에 대해 공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특히 "이에 대해 유일한 변명이 '김 수사관이 (문건 작성을) 먼저 요청했다'는 것이다"며 "그러나 김 수사관이 요청한 시점에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이 아니라 지시는 그 전에 있었고, 김 수사관이 요청하니까 바로 그때 진행상황을 보고한 것"이라고 환경부 입장을 반박했다.

환경부 문건을 직접 공개했던 김용남 전 의원은 "환경부가 애초에는 자신들이 작성한 문건이 아니라고 변명하다가, 자정 무렵에 '김태우의 요청에 의해 작성을 했다' '금년 1월18일자로 김태우를 통해 건네줬다'고 밝혔다"고 운을 뗀 뒤 "요청 여부는 지엽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경부 블랙리스트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캠코더(선거캠프·좌파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를 위한 인적청산을 했느냐, 누구의 지시에 의해 했느냐"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용남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 인사를 위한 인적청산마저 김 수사관의 요청에 의해 했다는 것이 환경부 해명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수사관은 6급 검찰 주사 신분이다. 그러면 주사 한명에 의해 인적청산이 이뤄지고 조직적인 민간인 사찰이 이뤄졌다는 의미냐"며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 정부'라고 비판하는 건 들어봤어도 주사 한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주사 정부'란 건 듣도 보도 못했다. 환경부를 포함한 문재인 정부에선 상식 밖의 궤변을 계속 내놓을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적인 해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진상조사단장인 김도읍 의원은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김 수사관 윗선 지시라는 정황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김 수사관의 주장은 1월18일 환경부의 간부로부터 그 문건을 받은 건 맞는데, 그 문건을 작성해달라고 요청한 바가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환경부 간부가 '이걸 보고해 달라'고 자신한테 건네줘서, 문건 내용을 보니까 보고를 급히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됐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세종시에서 (문건을) 받자 마자 사진을 찍어 텔레그램으로 사진 파일을 이인걸 특감반장에게 우선 보고했고, 그날 청와대로 올라와서 받은 문건의 실물도 이 반장에게 보고했다는 게 김 수사관의 주장"이라며 "그런데 문건의 내용상 김 수사관만 보고 참고하라고 만든 문건으로 도저히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수사관이 무슨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인사권을 가진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윗선에서) 보고받은 사람이 전혀 없고 김 수사관에게 개인 참고용으로 만들어줬다'는 환경부의 해명은 상식 밖의 궤변"이라고 쏘아붙였다.

한편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이 정권은 '사찰 정권'임이 명백히 드러났다. 민간인 사찰도 모자라 공무원 휴대전화를 다 압수해서 공무원 사찰도 하고, 지금 환경부에서 작성한 자료를 보면 공공기관도 사찰했다"며 "어제(26일) 보여주기 식 (특감반) 압수수색을 비춰볼 때 검찰 수사도 결과적으로 믿기 어려워서 특검도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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