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착공식 후 공사준비" 김현미 "공사 前까지 할 것 굉장히 많아" 실토
한국당은 나경원 원내대표 불참, 지도부 일제히 "文 지지율 조작용 착공식"

문재인-김정은 정권이 합의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현대화 사업에 대한 '착공 없는 착공식'이 26일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일찍이 실질적으로는 "착수식"이 될 것이라고 시인한 바 있다.

연합뉴스TV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일찍 정부 측 인사들을 태우고 북측으로 갔던 9량 특별열차는 연결사업 착수 행사와 오찬이 끝난 뒤, 오후 1시33분쯤 다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3시10분쯤 서울역으로 귀환했다.

이른바 착공식 행사에선 남북 인사들간 환담이 이뤄졌다. 북측 대표로 온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 1년이 돌아보니 참 빨랐다"며 고위급회담과 평창 올림픽 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환담장에서 리선권 위원장이 철도, 도로 연결은 남북이 함께가는 의미가 있고 오늘 참여한 분들은 친목이나 이런 걸 뒷받침 해야 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26일 오전 북한 개성시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동서해선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참석한 (왼쪽부터)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남북측 인사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12월26일 오전 북한 개성시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동서해선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참석한 (왼쪽부터)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남북측 인사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중국과 러시아, 몽골 등 외빈들도 한국 측 열차를 타고 북으로 향했다. 이들은 이른바 '철도 공동체' 구상에 대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협조 요청에 협조 의사를 밝히며 "이번 착공식이 남북 관계 평화와 비핵화 추진의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미 장관은 착공사(축사)를 통해 "서울에서 개성으로 오는 철길이 활짝 열렸다"며 "철도는 시공간만이 아니라 남과 북의 마음의 거리까지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측에서는 한국 정부 기준 차관급이라고 할 수 있는 김윤혁 철도성 부상이 축사를 했다.

김윤혁은 "북과 남이 몸도 마음도 하나가 돼어 강추위 속에서 철도 도로 현대화의 첫삽을 뜨게 됐다"면서 "역사적인 북남 공동 선언은 온 겨레가 어떤 정세하에서도 변함 없이 높이 들고 나가야할 자주 통일의 기치 밑에 민족 번영의 이정표"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이날 오전 이유진 부대변인 정례브리핑을 통해 "착공식 이후 추가 정밀조사를 계획하고 있다"며 "그 조사에 기반해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설계 등 향후 본격적인 공사를 위한 사전 준비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실질적으로 착공 여건이 되지 않았음을 정부가 자인하면서도 '착공식'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7억원대 예산을 들여 밀어붙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권은 앞서 이번 행사를 치르고자 일부 물품의 대북(對北) 반출을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 면제까지 받았다. 실제 착공에 돌입하려면,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 강행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실제로 공사하기 전까지 할 게 굉장히 많다"며, 기술적으로 "설계만해도 1~2년이 걸릴 것"이라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착수 행사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홍영표 원내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바른미래당 소속 주승용 국회부의장과 국회 남북경협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인영 민주당 의원, 박지원 민평당 의원 등도 국회 대표로 방북길에 오른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불참했다. 한국당 지도부에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일제히 '착공식은 정치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쏟아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 등을 통해 '착공 없는 착공식은 가불'이라고 비유하며 문 대통령의 지지율 관리용, 보여주기 식 행사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초 '각당 원내대표' 중 한명으로서 정부가 착수 행사 참석 대상자로 간주했지만, 이날 오전 당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불참을 알렸다. 불참 사유는 정부가 이번 착수 행사 비용의 근원이기도 한 '남북협력기금' 예산 내역 대부분을 비공개에 부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실체 없는 착공식"이라며 "지지율이 '데드크로스'(국정 지지율이 부정평가를 하향돌파하는 현상)를 찍은 문 대통령의 여론조작용 착공식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당일 언론에 '나 원내대표가 전화를 세번 하고 문자도 보냈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나 원내대표는 "조명균 장관이 제게 전화를 세번 했다는데 전 조 장관의 전화번호를 모른다"며 "전 모르는 번호를 안 받는다. 어떻게 연락하셨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오늘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 등 내일 본회의를 앞두고 중요한 안건이 많은데 (원내)대표들 다 기차타고 (북으로) 가셨더라"며 "어쨌든 (조 장관은) 제게 전화를 했다는데 (착수 행사 참석 관련) 제대로 설명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비서실에 어제 확인했을 때 (조 장관이) 전화 한번 달라는 요청은 받았다고 한다"며 "찾아오겠다는 요청은 없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적어도 제게 와서 설명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전화 한번 달라는 데 그친 건) 결국 정부의 오만한 방법 아닌가"고 비판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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