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탄절 전날에 트위터에 북한 관련 글과 사진을 올렸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소극적인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어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나의 팀으로부터 북한에 관한 크리스마스 이브 브리핑을 받고 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 내 ‘결단의 책상(대통령 전용책상)’에 앉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는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김정은과의 다음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휴일에 보고를 받은 것도 그렇지만 더욱 주목되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다른 현안이 산적한 와중에 북한 관련 보고를 받은 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현재 국경 장벽 설치 예산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으로 인해 연방 정부 폐쇄 사태와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발표가 최대 쟁점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관련해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VOA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그동안 이룬 성과를 거듭 밝힌 것이거나 최근 진행 중인 양측의 물밑대화에 관한 언급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다시 확인하면서 김정은과의 2차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밝힌 것은 최근의 교착 상태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은 지난 10월 초부터 석 달 가까이 중단된 상태다.

VOA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바라는 정상회담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북한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견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북한 비핵화는 외교안보 현안 가은데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 여하에 따라 비교적 신속하게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는 분야로 여러 나라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중동 문제와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이미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 시설의 폐기를 공언했고 협상 여하에 따라서는 다른 진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내 다른 고위 인사들도 북한에 유화적 제스처를 잇달아 취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을 비판하는 연설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는 남북 간 경제협력을 유엔 안보리 제재의 예외로 인정하는 데 적극 나섰다. 그 결과 남북한은 26일 개성에서 철도와 도로 연결 착공식을 개최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비건 특별대표에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비건 특별대표가 대북 인도주의 활동에 대한 제약을 완화할 예정이라는 국무부의 방침을 직접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대신 당분간 비건 대표가 전면에 나서 북한과 소통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북한에 유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어깃장을 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북한의 공식 입장은 오는 1월 1일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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