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사단 방문하신 OOO 의원님을 영원히 기억" 기념액자…野선 "정신나간 지휘관 필요없다"
국방부 11월30일 '철수 GP의 잔해물 처리 지침'엔 "지침 있을 때까지 잔해물 훼손 중단"
7사단은 군인공제회 간부·대형은행 간부에 2개, '청책투어' 與의원 등 9명에 철조망 액자선물
김진태 "北 핵 갖고있는데 베를린 장벽으로 착각 마라…기념품 회수, 사단장 징계" 촉구
논란되자 "더 안만든다"는 軍, "보존지침 있는지도 몰랐다"는 與…윤호중 "원위치 지시"

육군이 남북 군사합의 이행을 명목으로 파괴해버린 비무장지대(DMZ) 내 10개 GP(감시초소)와 관련, "잔해물을 보존하라"는 상부 지침을 어기고 철조망을 잘라 집권여당 의원들에게 '기념품'으로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민영 노스통신사 뉴스1은 26일 국방부와 더불어민주당 등을 인용해, 강원 화천의 육군 제7보병사단(사단장 박원호 소장)이 지난 18일 접경 지역을 찾은 여당 의원 7명을 포함해 총 9명에게 자른 GP 철조망을 액자에 담아 기념품으로 나눠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기념 액자에는 "전군 최초로 실시한 GP 철거 작전 시 7사단 GP에서 사용하던 것"이라며 "7사단을 방문하신 OOO 의원님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권은 이른바 9.19 남북군사합의 이행 차원에서 총 10곳의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를 파괴한 바 있다.(사진=연합뉴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민생현장 행보인 '청책(聽策)투어'의 일환으로 접경지역 주민 애로사항 청취 차원이라며 윤호중 사무총장과 김두관 참좋은지방정부 위원장, 권미혁 원내대변인 등 의원 7명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제7사단을 방문했다.

제7사단 상승칠성부대 칠성전망대 장병들을 격려한 이들은 059 GP 현장을 찾았다. 059 GP는 북측 GP로부터 900m 떨어진 곳인데 군사합의에 따라 11월26일 완전 파괴된 곳이다.

국방부는 앞서 11월30일 11개 GP에 대한 시범철수를 완료한 이후 이달 4일 시범철수와 연관된 육군 전 부대에 '철수 GP의 잔해물 처리 지침' 공문을 하달했다.

해당 공문에는 '시범철수 GP 10개 잔해물의 평화와 문화적 활용이 검토되고 있는 바 잔해물을 양호한 상태로 보존하시고 별도의 지침이 있을 때까지 GP 잔해물을 훼손하는 행위(폐기물 처리 등)를 중단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명시돼 있다고 뉴스1은 전했다.

국방부는 청와대 주관 하에 통일부 및 문화체육관광부와 GP 잔해물 처리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GP 시범철수 과정에서 발생한 잔해 처리방안에 대해 협의 중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7사단은 지난 11일 시범철수 작업 때 뜯은 059 GP 안쪽 철조망을 잘라 12월 부대를 방문한 의원들에게 주고자 11개의 기념품을 만들었다. 한반도 지도 중앙에 7cm 크기의 폐철조망을 놓고 액자에 담았다.

7사단은 이를 지난 12일 연말을 맞아 위로 방문을 한 군인공제회 간부에게, 지난 17일에는 부대를 찾은 시중의 한 대형은행 간부에게 각각 1개씩 이 기념품을 선물했다. 나머지 9개는 민주당을 찾아 전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내에서조차 정부 간 협의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GP 잔해물 일부를 군 당국이 자의적으로 활용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관계자는 "잔해를 보존하라는 국방부 공문을 받았지만 담당자가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앞으로는 철조망 액자 제작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매체에 말했다.

육군은 문제가 불거지자 059 GP 이외에 나머지 10개 GP(보존 GP 1개 포함)에 대한 전수조사도 실시했는데 철조망이나 돌 등 잔해물이 훼손된 곳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한편 이번 '철조망 선물' 사건을 두고 야권에서 잇따라 비판이 제기됐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강원 춘천시·재선)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는데, (군은 GP 잔해를) 허물어진 베를린 장벽으로 착각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김진태 의원은 국방부가 내년 초 발간할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우리의 적"이라고 규정한 문구를 삭제할 것으로 보인다는 언론 보도를 계기로 한 개인 논평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주적이 없는 군대는 싸울 수 없다. 싸울 대상도 없는데 군대 갈 필요 없다는 풍조까지 우려된다. 이러니 비무장지대 GP 잔해물인 철조망을 잘라 여당 의원에게 기념품으로 준 일까지 벌어졌다"며 "철조망 기념품은 즉각 회수하고 사단장(박원호 소장)을 중징계하라. 이런 정신나간 지휘관은 필요없다"고 쏘아붙였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부산 해운대구을·재선)은 같은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육군, 그리고 민주당도 국가안보에 관심이 없다. 제사보다는 젯밥에 관심"이라며 "국방부가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는데 철거된 GP 가지고 군 사단장은 선물 액자를 만들고 민주당은 그걸 덜컥 받아서 자랑하고 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나아가 "이건 일종의 항명"이라며 "군 전체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7사단장과 민주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액자를 빨리 반납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그는 GP 잔해에 대해 독일의 베를린 장벽과 같은 의미를 부여하며 '보존'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김진태 의원과 입장이 달랐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사진=연합뉴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뉴스1은 이날 보도가 확산된 뒤 민주당에서는 철조망 선물을 뒤늦게 육군에 반납하기로 했다고 추가로 전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경기 구리시·3선)은 이 매체와 통화에서 "그게 보존지침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다시 원위치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철조망을 잘라 만든 기념품이라는) 사단장의 설명은 있었지만, 그런(보존) 지침이 있는지는 몰랐다"며 "문제가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지침이 있는데 지침을 어기고 줬다니까 돌려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 것은 이미 반납했고, 다른 의원들 것도 다 반납해달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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