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언론유출', 기재부 'KT&G 문건', 복지부 '국민연금 요율인상' 보도마다 윗선 지시로
靑 직제규정, 특감반 "위법·강제처분 의하지 않은 방법으로" 감찰업무 규정
司政기관 관계자 "요즘은 포렌식 통해 온갖 내용 다 뽑아낸단 게 문제" 규정위반 소지
靑 핵심부는 "동의서 받고 '임의제출'받았다" "사생활도 감찰범위다"
人權 간데없고 영장없는 강제수사…"공무원들 '특감반 오라'하면 거절할 수가 없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민관(民官) 첩보를 무차별 수집한 것은 물론 정부 부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월권적 '강압수사'식 감찰을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정부 자료를 인용한 비판적 보도가 나오면 특감반원들을 해당 부처에 보내 공무원들 휴대폰을 제출받은 뒤 청와대 안에 있는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장비로 휴대폰 내용을 분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조선일보가 26일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특감반은 본래 감찰 범위를 넘은 공직자 '사생활'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고, 일부 공무원은 별건으로 특감반 사무실로 불려가 조사와 추궁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전경.(사진=연합뉴스)

대통령 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특감반 감찰 업무는 '법령에 위반되거나 강제 처분에 의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비리 첩보를 수집하거나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것에 한정하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이첩한다'고 돼 있다.

이 때문에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선 "인권을 중시한다는 현 청와대가 사실상 '영장 없는 압수수색, 강제 소환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공직자 감찰은 민정 고유 업무고 사생활도 감찰 범위에 해당한다"며 "공무원들로부터 '동의서'도 받은 뒤 휴대폰을 임의 제출받았다. 정당한 방법으로 감찰한 것"이라고 했다. "포렌식 기계는 박근혜 정부 때도 사용됐던 것으로 안다"고 사족을 달기도 했다.

지난 5월 특감반은 민간 기업인 KT&G 사장 선임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기획재정부 문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기재부를 감찰했다. 

당시 기재부 문건은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입수해 언론을 통해 그 내용이 공개됐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보도 직후 민정 윗선에서 '누가 이 문건을 (심재철 의원 등에게) 유출했는지 찾아내라'는 지시가 내려갔고 특감반원들이 기재부 사무실에 들이닥쳐 대대적 감찰을 벌였다"고 조선일보에 말했다.

당시 문제가 된 문건은 국내 담배 사업을 총괄하는 기재부 국고국 출자관리과가 지난 1월 작성한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선임됐던 백복인 사장의 임기 만료가 3월로 다가오자 연임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인 기업은행을 동원하려고 했던 정황이 담겨 있다. 기업은행은 KT&G의 2대 주주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또 "당시 '휴대폰을 제출해 달라'는 특감반 요구에 기재부 담당 공무원들은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공무원들은) 휴대폰 제출 동의서에 서명을 한 뒤 휴대폰 잠금 패턴, 비밀 번호까지 적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 유출 감찰을 위해선 과거에도 휴대폰 제출은 필수였으나 요즘 들어선 포렌식을 통해 온갖 내용을 다 뽑아낸다는 게 문제"라며 "이는 특감반 권한을 따로 규정한 대통령비서실 직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실제 당시 특감반원들은 기재부 공무원이 제출한 휴대폰 5~6개를 청와대로 들고 와 포렌식 작업을 한 뒤 통화 내역, 문자메시지 외에 개인 사생활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 내용, 사진 등도 들여다봤다는 것이다. 

당시 '유출자'는 찾지 못했다고 한다. 특감반 출신 한 인사는 "애초 감찰 목적이었던 '언론 유출' 흔적이 나오지 않으면 '윗선' 지시에 따라 사생활 문제도 들여다봤다"고 했다.

특감반에서 축출된 김태우 수사관 폭로 등에 따르면, 특감반은 지난해 말에도 외교부 고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비리가 아닌 '내부 정보를 언론에 유출했다'는 혐의로 감찰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사생활' 정보가 낱낱이 노출된 외교부 고위 간부는 별건으로 특감반 사무실로 불려가 대면(對面) 조사를 받았다는 것.

사정기관 관계자는 "공무원들에게 특감반으로 오라고 하면 거절할 수가 없다"며 "경찰, 검찰 수사를 받은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가장 최근인 올해 11월 들어서도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정책국장과 국민연금정책과장 등이 휴대폰을 청와대 특감반에 압수당했다는 의혹이 김승희 한국당 의원을 통해 제기된 바 있다.

11월8일 김승희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책질의에 참석한 가운데 "(국민연금 관련) 자료 요구 과정에서 (복지부) 담당 과장 등 실무자들에게 전화해도 전화가 꺼져 있고, 오늘 겨우 통화했더니 휴대전화는 청와대에서 모두 압수했다고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예결위 한국당 간사 장제원 의원도 "청와대가 복지부 실·국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면 폭거"라며 청와대에 보고한 국민연금 개편안 자료 제출과 휴대전화 압수 해명 등을 요구했다.

복지부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리겠다는 국민연금 개편안(案)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을 때도 '윗선'에서 특감반에 감찰 지시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청와대는 "감찰활동의 일환으로 당사자 동의를 받아 임의 제출된 것"이라고 강압수사 의혹을 부인했다. 감찰 내용(국민연금 개편안 대통령 보고 전 언론보도)에 대해선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알 수 없다"며 "언론보도를 참고해 달라"고 입을 닫았다.

청와대는 최근까지도 "언론 유출 사고가 있었다면 당연히 진상 파악을 해야 하고 공직자들은 이에 응해야 한다"며 포렌식 등 감찰 방식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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