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前 연평도 포격에 부활한 敵 표현을 '北위협' 여전한데도 제외 확실시
정부소식통 "확연히 달라진 남북 '평화분위기' 고려해 신중 기한 것"…'타협무드' 편승
처음 알려진 8월엔 "敵 규정해놓고 北과 적대행위 해소 협의 모순" 모순된 주장
北은 최근 "'조선반도 비핵화'엔 '北 비핵화' 없다" 잡아떼기까지 하는 상황
野 김진태 의원 "우리 위협세력은 원래 北뿐…敵개념 삭제는 국회서 정해야"

지난 2010년 11월23일 북한군의 6.25 전쟁 휴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토와 민간인을 향한 '직접공격' 사례인 연평도 포격이 발발했을 당시 포탄이 떨어진 연평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10년 11월23일 북한군의 6.25 전쟁 휴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토와 민간인을 향한 '직접공격' 사례인 연평도 포격이 발발했을 당시 포탄이 떨어진 연평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국방부에서 처음 발간하는 '2018 국방백서'에선 북한 정권과 북한군(軍)을 우리의 적(敵)"이라고 규정한 기존 문구가 모두 빠질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백서는 2년마다 한번씩 나오는데 2018년 국방백서는 내년 1월 초중순 발간 예정이다.

동아일보는 26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2018 국방백서'에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敵)으로 지칭하는 문구와 표현의 삭제가 확실시된다"며 "그 대신 대한민국 영토와 국민의 생명 및 재산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은 적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군은 이런 내용을 담은 2018 국방백서 초안을 최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제출해 검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 백서인 '2016 국방백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사이버 공격 등을 주요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이런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이 문구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한 2010년 말에 발간된 '2010 국방백서'부터 포함됐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다른 소식통은 "올해 확연히 달라진 남북관계와 최전방 감시초소(GP) 시범 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왕래 추진 등 화해 평화 분위기를 고려해 (국방백서의) 관련 대목 기술에 신중을 기한 걸로 안다"고 했다.

이는 사실상 남북 정권간 '타협 무드'에 편승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사진=연합뉴스)

2018 국방백서 내 '북한군은 우리의 적' 문구 삭제가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은 전임 송영무 장관 체제의 국방부였던 올해 8월부터 전해졌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당시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 책자에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해 놓고 북한과 적대행위 해소 조치를 협의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존 국방백서에는 '위협이 지속되는 한'이라는 단서가 달려있는데, 올해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섰기 때문에 상황이 바뀐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관계자 발언을 되짚어 보면, 새 국방백서대로 '적이 아닌' 북한군과 현재 적대행위 해소를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정보원 등에 의하면 현재까지도 북한은 핵 개발을 지속하고 있으며, 탄도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를 선(先)폐기했다는 소식은 들려온 바 없다.

북한 정권은 지난 20일 관영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낡은 길에서 장벽에 부딪히기보다 새길 찾는 것이 나을 것이다' 제목의 논평에서 "6·12 조미(북-미)공동성명에는 조선반도 비핵화라고 명시돼 있지, '북 비핵화'라는 문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고 강변하기까지 했으나, 문재인 정권 국방부는 현 상황은 '위협 해소' 상태라는 입장에서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김정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북한을 굳이 (국방백서에서) 빼려는 것"이라는 질타가 나왔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세력은 북한밖에 없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주적이 없는 군대는 있을 수 없다. 싸울 대상도 없는데 군대갈 필요없다는 풍조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적개념 삭제는 국민의 뜻을 물어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결정하자"고 촉구했다.

한편 2018 국방백서는 NSC 검토 이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결재를 거쳐 국방부 홈페이지에 실리고, 책자 형태로 발간될 예정이다.

국방백서는 정부의 국방정책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발간한다. 외부 위협과 군사 대비 태세, 안보환경 변화와 군사정책, 국방예산 등을 국민에게 알려 안보 공감대 형성과 국방정책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발간하는 '국방 가이드라인' 성격의 보고서다.

1988년부터 2000년 판까지 매년 출간하다가 제2차 국방장관 회담을 북한이 보이콧한 여파로 2004년까지 발간을 멈췄다. 이후 지난 2004년 부터는 2년에 한 번씩 짝수해 연말이나 이듬해 초에 제작한다.   
  
북한군을 적으로 보는 표현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지난 1995년 판부터 시작됐다. 당시는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표현했고, 이는 김대중 정부 때인 98년, 99년, 2000년까지 이어졌다.

이후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판에서는 북한을 '직접적 군사위협'으로 규정했고, 2006년에는 "심각한 위협"으로 변경됐다.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에도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잇따르며 북한은 다시 '적'으로 표현,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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