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 기업 추가 부담 없어"
취임 직후 '속도조절' 언급했지만...실질적 인상률 고려하면 '과속' 페달밟고 있다는 지적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이번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시행령 개정에 대해 이번 개정안이 기업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해 총 9조원의 재정 지원을 신속히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법정 주휴시간(일요일 8시간)이 포함되어 실질적인 최저임금 인상률은 10.9%가 아닌 33%에 달할 것이란 것이란 계산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홍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논란을 확대시키고 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실제 일하는 시간인 월 174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보고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따진다고 판시한 바 있지만,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에 법정 주휴시간(일요일 8시간)이 포함되어 소정근로시간은 209시간이 된다. 이번 시행령으로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기준 근로시간을 35시간 가량 늘린 것이다. 이를 월급으로 환산하면 28만5100원이며 시급으로 따지면 1만30원이다. 최저임금이 올해 7530원에서 10.9% 상승해 8350원이 되는 것이 아닌, 실질적으론 33% 상승하게 되는 이유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무시하고 행정부가 시행령 개정만으로 실질적인 최저임금 인상률을 규정한다는 점에 있어서도 심각한 행정부의 월권이자,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전 7시30분께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제23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현재까지 해온 방식대로 법정주휴수당이 포함된 최저임금을 209시간으로 시급 환산하자는 것인 만큼 이번 개정으로 기업에 추가 부담을 지우는 것은 전혀 없으며 최저임금이 더 인상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일부에서 주휴수당이 포함되면 내년 최저임금이 수십% 오르는 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당초 개정 취지대로 최대 209시간으로 환산되도록 하기 위해 일부 기업들이 법정 외로 추가 지급하고 있는 토요약정휴무수당의 금액과 그 시간을 함께 제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하며 "논란의 핵심이 된 '법정주휴수당'은 1953년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이래 65년간 계속 지급돼 온 것으로서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새로 생긴 것이 아니다"고 했다. 

덧붙여 이번 개정안의 핵심을 "지난 30년간 노사가 받아들이고 산업 현장에서 일관되게 적용돼 온 월 209시간 시급 환산기준을 그대로 시행령에 명료하게 반영하자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대법원이 최저임금 시급 환산기준을 홍 부총리가 언급한 것처럼 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잡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월 209시간은 그동안 행정부가 판단한 기준임에 지나지 않았으며, 사법부와 행정부의 판단이 엇갈려 논란거리로 존속해온 사안이었다. 정부는 이를 법률의 하위 개념인 시행령 개정만으로 밀어붙여 대법원의 판단을 거스르겠다는 것으로, 향후 이와 관련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가 이날 "기업에 추가 부담을 지우는 것은 전혀 없다"고 발언한 것과는 달리 한편으론 "일자리안정자금, 근로장려금, 두루누리 사업을 통한 사회보험료 지원 등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해 확보한 총 9조원 상당의 재정 지원 패키지를 신속히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선 취임 직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속도 조절'을 하겠다고 밝힌 홍 부총리는 결국 그가 말한 '속도 조절'이 '과속'을 말한 것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10.9% 인상도 모자라 시행령 개정으로 내년 최저임금이 실질적으론 33%나 올랐으니 최저임금에 타격을 받는 각 분야에선 이같은 비아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올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에 취약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의 타격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재정 지원이 부족해서 이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비판적 목소린 나온 바 없지만, 정부는 일단 대규모 재정 지원을 신속하게 집행해 상황을 타개하려는 모양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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