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美장비 2주 쓰고 거액 송금” 주장...'동아일보' 확인결과 160일 넘게 이용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에 대한 감사 이유로 제시한 핵심 근거인 X선 현미경(XM-1) 활용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주장이 미국 측 공식 기록과 다른 것으로 확인돼 과기부의 '사용시간 축소 발표 의혹'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과기부는 신 총장이 초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을 역임할 당시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의 사업에서 연구비를 이중 송금하고, LBNL의 연구원으로 있던 제자를 편법 채용한 혐의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후 신 총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25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2016년 하반기부터 2018년까지 2년 반 동안 XM-1을 사용한 연구자 이름과 할당 날짜가 기록된 일정표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DGIST는 이 기간 동안 연평균 160일이 넘는 장비 이용 시간을 독점 확보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이전에는 XM-1 사용 실적이 전혀 없었고 이후에도 1년에 단 2주만 사용했다"는 과기부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는 당시 DGIST가 XM-1 장비 사용이 적었지만 거액의 연구비를 보냈으며 결국 LBNL에서 일하는 신 총장의 제자인 임모 박사를 불법 지원하는 재원으로 쓰였다는 과기부 감사관실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로 제시됐다. 

2018년의 경우 DGIST의 재량으로 국내외 연구자에게 할당한 장비 이용일은 총 176일이었다. 이 가운데 LBNL의 정규 또는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두 한국인 연구자가 이용한 날(59일)과 국외 기관이 이용한 날(38일)을 제외한 순수 국내 기관 이용일은 79일이었다. 2017년도 비슷해서 DGIST에 할당된 날은 총 167일이었고 국내 기관 이용일은 84일이었다. 어느 경우든 과기부의 '연간 2주(14일)' 주장보다는 훨씬 많았다. 

이에 대해 신병철 과기부 감사담당관은 “감사 초반부터 LBNL 소장의 서명이 있는 공신력 있는 XM-1 장비 사용 명세를 DGIST 교수 및 LBNL 임모 박사에게 요구했지만 아직 오지 않았다”며 “그 대신 DGIST 연구자의 LBNL 출장 자료를 요청해 체류일을 계산한 결과 2주라는 결론을 얻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공식 일정표를 참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관계자에 의해 조작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