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공항공사·국토부 항공실 입장에선 잘 걸린 것…文 정권 공격이기도 해"
공항 보안요원 김 씨 "억울하다" 경위서 내기도…소속 항공노조도 김정호에 항의
노조 항의 하루만에 25일 노조 위원장과 김 씨에 전화해 "공항 근무자들에 미안하다"
김정호, 아직도 CCTV 공개 동의 안 해…野 "아직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 지적
자유청년연합·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 우파 시민단체들 김정호 의원 경찰에 고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앞). (사진 = 김정호 의원 페이스북)

김포공항 보안요원에게 ‘인격살해’에 가까운 갑(甲)질을 행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김해시 을·초선)이 이번 ‘갑질 논란’이 김해 신공항을 반대하는 자신에 대한 견제가 깔려있다는 음모설을 제기하다가, 갑질을 당한 공항 보안요원 김모 씨(24)가 소속된 항공노조가 사과를 요구한지 하루만인 25일 입장을 바꾸고 김 씨에게 사과했다.

김 의원은 24일 김해 중소기업 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부·울·경 검증단 동남권 관문 공항 검증 중간보고’에서 “(‘갑질’ 논란은) 한국공항공사가 제보한 것이며 (내가) 바로 다음 날 사과를 했는데 계속 키워나가는 데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김해 신공항 반대를) 제가 가장 대척점에서 주도해 와서 이것에 타격을 주려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했다. 이후 김 씨가 소속된 한국노총 공공연맹 한울타리공공노조 김포항공보안지부(항공노조) 등은 김 의원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민영통신사인 뉴시스는 25일 "김 의원이 상대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갑질 논란’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20일 오후 9시 5분, 김 의원은 김포공항 출발장에서 공항직원 김모 씨(24)에게 “신분증을 지갑에서 꺼내 보여달라”고 했다. 신분증 위조 사건이 잦아 잘 확인하라는 상부 지침에서였다. 당시 김 의원은 신분증 제시를 끝까지 거부하며, 김 씨에게 ‘이 XX들 근무 똑바로 안 서네’라는 등 고압적 언사를 했던 것이 김 씨가 제출한 공항 경위서를 통해 확인됐다. 김 의원은 이틀 뒤인 지난 22일 입장문을 내고 “분명코 욕을 하지 않았고, 근거 규정도 없이 필요 이상 요구를 하는 것이 오히려 갑질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항의했던 것”이라고 부인한 바 있다.

당시 김 의원이 '음모설'을 제기하자, 야권에서는 반발하며 “아직도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그렇게 당당하면 공항 CCTV를 공개하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을 사퇴하라” 등 비판에 나선 바 있다. 

김포공항 보안직원 김모 씨가 작성한 경위서. (사진 = 연합뉴스)
김포공항 보안직원 김모 씨가 작성한 경위서. (사진 = 연합뉴스)

김 씨는 24일자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그 분(김 의원)이 처음부터 ‘나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라고 밝혔는데, 공항 협력사 직원인 내가 국회의원에게 갑질을 하다니 상상도 못할 일이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라며 “CCTV를 보면 다 알게 될 것”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경위서 등이 공개되자, 김 씨가 소속된 항공노조에서는 김 의원에게 항의서한을 보내고 "의원에게 욕설까지 들어가며 근무해야 하는 피해 보안요원이 되레 갑질을 했다고 하니 망연자실할 뿐"이라며 "김 의원은 공항의 모든 비정규직 보안요원들이 별다른 권한이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갑질' 주장으로 사기를 저하시켰다"라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김 의원은 하루만인 25일 이상훈 항공노조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잘못을 뉘우치고 국민들에게 정중한 사과문을 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또, 김 씨의 휴대전화로도 직접 전화를 걸어 "아들뻘인 김○○ 씨에게 무례하게 했던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인 공항 근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마음 고생이 심하셨을 김 씨의 부모님과 공항 동료 직원들에게도 거듭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김 씨 측도 뉴시스에 "전화상으로 김 의원의 목소리가 많이 떨렸고 진심도 느껴졌다. 김 의원의 사과를 받아주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김 의원은 음모설을 제기하며 “공항공사나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 입장에서는 (‘갑질’ 사건이) 잘 걸린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김 씨에 대해 사과는 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아직 사건 정황을 담은 CCTV 공개는 동의하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도 김 의원의 ‘갑질’ 사건으로 지도부 회의까지 소집했다가 “김 의원 개인이 소명을 해 마무리된 사안이고 (야권 지적은) 지나친 정치공세”라며 대책 논의를 하지 않기로 결론내린 바 있다.

한편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호 의원의 사과는 해당 직원을 모욕, 갑질한 것에 대한 사과다. 그와 별도로 업무방해죄는 사과가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장 대표와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26일 오후 김 의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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