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보안요원, 추가인터뷰서 상세정황 전하며 "CCTV 보시면 확인돼"
"그분 처음부터 국토위 의원이라 했는데 내가 갑질? 난 바보가 아니다" 호소
실제 "이XX들 근무 똑바로 안 서네" 등 폭언 20일 사건 발생직후 '경위서'로 드러나
野 4개정당 "특권 갑질" "CCTV 공개" 입모아…與는 24일 최고위 열었다가 '빈손'
홍익표 與수석대변인 "현재로선 (대응) 계획 없다" "기본적으로 사과했지 않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김해시을·초선)으로부터 '인격살해'에 가까운 갑(甲)질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김포공항 보안요원 김모씨(24)는 김정호 의원의 '욕설은 없었다'거나 '언론 왜곡'이라는 식의 주장에 대해 "그분의 말이 하나도 맞는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당시 현장의 폐쇄회로(CC)TV를 통해 진상을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야권에서는 김 의원의 '갑질 성토'가 이어지는 한편 CCTV 확인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여당은 지도부 회의까지 소집했다가 '대책논의를 하지 않기로' 결론내버렸다.

'공항 갑질 논란'의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봉하마을 대표 시절 모습)이 지난 12월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휴대폰 지갑과 신분증 사진(오른쪽). 김정호 의원은 "지금까지 투명 케이스에 담긴 신분증을 제시하고 통과했다"며 20일 김포공항 협력사 소속 보안요원 김모씨에게 고압적 언사를 가한 경위를 해명했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의 '항공기표준운영절차' 규정엔 '(보안요원의) 두 손으로 탑승권과 신분증을 받고 육안으로 일치 여부를 확인하되 위조 여부 등도 확인해야 한다'고 돼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정호 의원 페이스북)

김씨는 앞서 지난 20일 오후 9시5분쯤 김포공항 출발장에서 김 의원에게 신분증을 지갑에서 꺼내 보여 달라고 했다가 김 의원에게 고압적 언사와 욕설을 들었다고 조선일보에서 최초 보도한 당사자다. 그는 24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추가 인터뷰에서는 "김 의원이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이 XX들 근무 똑바로 안 서네'라고 욕을 하고 고함을 질러 너무 자존심이 상하고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같은날 민영통신사 '뉴시스'는 김씨가 사건 발생 직후인 20일 오후 10시쯤 공항 측에 낸 '경위서'를 입수 보도했는데, 김씨는 이때부터 '이 XX들 근무 똑바로 안 서네'라는 김 의원의 욕설 등을 진술한 것으로 확인돼 그의 주장이 '조작 가능성이 희박하고 일관된' 것으로 평가된다.

김 의원은 앞서 갑질 정황이 처음 보도된 22일 입장문을 통해 "분명코 욕을 하지 않았고, (공항 직원들이) 근거 규정도 없이 필요 이상 요구를 하는 것이 시민들에게 오히려 갑질 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던 것"이라고 부인했었다.

집권여당 국토위원이면서 피감기관인 한국공항공사 산하 김포공항의 협력사 보안요원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한 셈이다. 정치권의 상식대로면 '어불성설'이다. 국정감사 과정 등에서 얼마든지 공항공사 사장조차 을(乙)로 전락시킬 수 있는 지위의 그의 앞에서, 공사 산하 협력사 말단 직원이라면 '을 중의 을'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가장 왼쪽)은 지난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경남 김해시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승리해 김경수 현 경남도지사(왼쪽에서 두번째)의 지역구 국회의원직을 이어받는 데 성공했다. 김정호 의원과 김경수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노무현 전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첫번째)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는 등 대표적 측근 인사로 거론돼 왔다.(사진=연합뉴스)

실제로 김 의원은 끝까지 자신의 신분증을 김씨에게 꺼내주지 않았고, 같은 당 경기 안산시 단원구을 지역위원장 출신 손창완 공항공사 사장(지난 14일 임명)에게 전화까지 걸어서 불만을 토로했다. 국회와 공사에 따르면 이튿날(21일)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전, 공사의 서울지역본부장과 김포공항 보안 담당자가 김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와 관련 김씨는 인터뷰에서 "그분의 말이 하나도 맞는 것이 없다"며 "내가 시민에게 갑질을 한 것이라는 김 의원의 입장문을 봤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분이 처음부터 '나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라고 밝혔는데 공항 협력사 직원인 내가 국회의원에게 갑질을 하다니 상상도 못할 일이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라며 "CCTV를 보면 다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욕하는 걸 함께 들었던 김 의원의 수행원이 나중에 내게 와서 '아까 기분 나빴다면 죄송하다'고 했다"며 "내가 '다 괜찮은데 욕은 너무하신 것 아니냐'고 했지만 대답을 듣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공항공사 협력사인 A사에 올해 1월 입사해 3월부터 김포공항에서 신분증 확인 업무를 해왔다. 김씨는 "교육받은 대로 위·변조 여부를 확인해야 하니 신분증을 (지갑에서) 꺼내 달라고 했는데 김 의원이 '나는 꺼내본 적 없으니 규정을 찾아오라'고 화를 냈다"며 "내가 다시 '최근에 비슷한 위조 사건이 발생해 신분증을 잘 확인하라는 특별 지침이 내려왔다'고 설명해도 계속 화를 냈다"고 했다.

김씨는 "규정을 찾고 있는데 옆에서 김 의원이 '너희가 뭔데 나한테 갑질을 하냐. 그렇게 대단하냐' '공사 사장한테 전화해라'고 했다"며 "김 의원 수행원은 휴대폰에 대고 '차관님 이런 일이 있어도 되겠느냐'고 했다"고 소회했다.

김씨는 "사장님한테 전화한다니 너무 당황해서 규정 책자를 제대로 읽기도 힘든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김 의원이 내 명찰을 보고 'A사 김○○씨, 근무 똑바로 서세요!'라고 하길래 너무 분해서 '의원님, 신분증 확인이 제 일입니다'라고 했다"며 "그 말을 들은 김 의원이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나와 다른 직원들 얼굴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김씨는 자신을 비롯한 공항 직원들이 수차례 김 의원에게 "불쾌하셨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나 비행기 안 탄다. 책임자 데려와라'라며 계속 화냈다고 한다. 

자료사진=연합뉴스TV

김씨는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동료 직원들도 계속 사과했다"며 "김 의원은 우리가 무례하게 굴었다고 하는데 CCTV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두 손을 모으고 저자세로 그분을 대했는지 다 나올 것"이라고 'CCTV 확인'을 거듭 강조했다.

김씨는 "승객 10여명이 김 의원 뒤로 줄을 서 있었고 큰 소리가 나오자 '왜 저러느냐'며 웅성웅성했다"며 "김 의원을 일단 비어 있던 옆줄로 안내하고 다른 승객들을 먼저 들여보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입장문에서 "나는 탑승 수속을 밟은 제일 마지막 승객이었다"며 자신 때문에 불편을 겪은 다른 승객들이 항의했다는 조선일보 보도를 악의적으로 왜곡·과장됐다고 주장했었다.

김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도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고 한다.

야당들은 일제히 김 의원을 비판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23일 논평에서 "항공사 직원에게 무지한 갑질을 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특권이 아니다.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같은날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국토위원인데, 신분증을 추가로 요구해서 화가 났다고 하는 편이 솔직하겠다"며 "함부로 '시민을 대표'해서 항의했다는 헛소리는 하지 마라. 자격 미달"이라고 쏘아붙였다.

민주평화당은 문정선 대변인 논평에서 "김 의원은 자칭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다"며 "특권 갑질로 노무현 이름에 먹칠한 김 의원, 반칙왕 등극을 축하한다!"고 비꼬았다. 친여(親與)강성좌파 정의당에서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특권과 반칙이 맞는다"고 했다.

24일에도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의원 건은 개인 문제가 국회 전체의 신뢰가 달린 문제"라며 "CCTV를 보면 진실이 뭔지 바로 확인된다. 공항 CCTV를 즉각 공개할 것을 공항공사에 요청한다"고 압박에 나섰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른바 '공항 갑질 폭언 처벌법'도 발의해 향후 공항에서 직원의 정당한 요구에 불응하는 행동 등을 강력히 처벌토록 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지난 12월19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시작에 앞서 참석자들이 착석하고 회의 준비에 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민주당은 당초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항 갑질 사건에 관한 논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으나,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현재로서는 (당 차원 논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김 의원이) 이미 소명자료를 냈지 않느냐. 기본적으로 사과를 했다"면서, '국토위원 사임 촉구'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정치공세 아니겠나. (당의 조치는) 지금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