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가 9월 11일 방영한 전날 청년들의 횃불행진 영상에서 '대진군, 과학기술, 자력갱생'이라는 문구가 행진에 등장한 모습(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가 9월 11일 방영한 전날 청년들의 횃불행진 영상에서 '대진군, 과학기술, 자력갱생'이라는 문구가 행진에 등장한 모습(연합뉴스)

북한의 핵무기 연구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엄격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다른 국가들과의 과학 분야에서의 공동연구를 통해 제재를 우회하고 관련 기술을 유지·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미들버리 국제연구소 비확산센터가 공개한 ‘북한의 국제 과학 협력: 범위, 규모, 잠재적인 이중 용도와 군사적 의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들과 공동으로 과학연구를 하면서 무기 개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소는 1958년부터 올해까지 북한의 공동 연구 간행물 1304건을 분석한 결과 약 95%는 자연과학, 공학, 컴퓨터과학, 수학 분야로 파악됐다.

연구 협력 국가로는 중국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 다음은 독일이었다. 조사 대상 간행물 가운데 913건이 중국 과학자들과의 공동 저술이었다.

특히 약 100건의 보고서는 군사분야로 응용이 가능한 ‘이중 용도’ 기술 즉 대량살상무기(WMD) 또는 기타 군사적 목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우라늄 정제(루마니아 1991~1992), 원자력발전소용 고압 케이블 절연(중국 2007~2012), 우주/미사일에 적용되는 수학적 모델링(중국 2006~2016), GPS 관련 연구(독일, 중국 1998~2016), 잠재적 군사 분야 응용이 가능한 기타 재료과학(중국 2011-2018), 사이버보안(중국 2012) 등이 이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북한정권이 기술 발전을 추구하는 데 있어 북한과 외국 과학자 간 직접적인 협력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미들버리 국제연구소 조슈아 폴락 선임연구원은 “북한 과학자들이 국제적인 공동 연구를 갈수록 더욱 중시하는 배경에는 제재를 이겨내려는 의도가 일부 반영된 것 같다”며 김정은은 북한을 향한 국제사회의 과학 기술 봉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 개발이 중요하다고 북한 과학자들에게 연설했다고 설명했다.

폴락 연구원은 “공동연구에서 얻은 지식은 북한이 보유해선 안 되는 무기 기술을 획득하고 개량하도록 도울 수 있다”며 북한의 우라늄 정제와 원자력발전소용 고압 케이블 절연 등 일부 분야가 국제 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편 미 재무부의 테러·금융범죄담당 차관의 선임고문을 지낸 엘리자베스 로젠버그 신안보센터 선임연구원은 대북제재로 기술 이전을 막기는 쉽지 않다며 각국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로젠버그 선임연구원은 VOA에 “이미 상당 수준으로 발전한 북한 핵 미사일의 추가 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기술 이전 감시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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