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원인, "구조적으로 EGR 밸브 자주 열려...설계결함"
조사단 "BMW, 3년 전부터 문제 알고 있었다...국내 리콜은 늑장대응"
BMW "우리가 한 기존 조사결과와 대체로 일치...축소·은폐 안했다"

 

BMW가 엔진결함으로 인한 차량의 화재 위험을 미리 알고도 이를 은폐·축소하고 '늑장 리콜'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BMW가 리콜 결정 이후에도 제대로 화재위험 차량을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사후조치도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BMW는 조사단 발표에 대해 이미 회사가 밝힌 원인의 재확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24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민관(民官)합동조사단의 BMW 화재 관련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는 결함 은폐와 축소, 늑장리콜 등의 책임을 물어 BMW를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BMW를 형사 고발(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하고 과징금 112억 원을 부과하는 한편, 추가 리콜에 나설 방침이다. 

"화재원인, 기존 BMW측 발표와 차이 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BMW 화재 원인으로 EGR 쿨러 균열에 따른 냉각수 누수 및 끓음(보일링) 현상을 지목했다. 이는 당초 BMW측이 발표한 원인과 유사하지만 화재 발생 경로에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조사단은 화재발생 원인으로 EGR 쿨러에 균열이 생겨 냉각수가 새고, 누수된 냉각수가 엔진오일 등과 섞여 EGR 쿨러와 흡기다기관 등에 엉켜 있다가 500°C에 달하는 고온의 배출가스와 만나 발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냉각수 끓음(보일링) 현상과 관련 조사단은 EGR 설계결함인 것으로 판단했다. EGR 설계 당시부터 열용량이 부족하게 설정됐거나, EGR을 열용량보다 과다 사용하도록 소프트웨어 등 장치가 설정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사단은 당초 논란이 됐던 EGR 밸브 개폐 문제에 대해 회사 해명과 다른 설명을 내놨다. 조사단은 특정 조건에서 밸브가 열리는 게 화재 원인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밸브가 자주 열리는 데다 경고를 알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사단은 "BMW는 냉각수 누수와 함께 누적 주행거리 고속 정속주행, 바이패스 밸브열림 등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화재가 발생하는 것으로 주장했지만, 바이패스 밸브열림은 화재와 직접 관련이 없고 오히려 밸브 열림 고착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박심수 공동 합동조사단장은 이와 관련 "BMW는 화재 원인이 EGR 모듈 문제라고 했지만 바이패스 밸브와 EGR 밸브는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조사단은 EGR 밸브 반응속도가 느리거나 완전히 닫히지 않는 현상과 이에 대한 경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박 단장은 일각에서 EGR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인 전자제어장치(ECU)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데 대해 "소프트웨어 결함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조사단 "BMW, 축소·은폐하고 늑장 대응"

조사단은 화재 원인과 함께 BMW가 결함을 은폐·축소하고 늑장 대응했다는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BMW가 올해 7월에야 화재와 ERG 간 상관관계를 인지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게 조사단의 설명이다. 조사단에 따르면 BMW는 이미 2015년 독일 본사에서 EGR 쿨러 균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테스크포스팀(TF)을 구성해 설계변경 등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돌입했다. 이어 2016년 11월엔 흡기다기관 클레임 TF를 출범하고 엔진 설계변경에 착수했다. 또 2017년 7월부터 사내 기술분석 자료나 정비이력 등 보고서에 'EGR 쿨러 균열', '흡기다기관 천공'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것도 확인했다.

국내 리콜 과정에서도 '늑장대응'이란 판단을 내렸다. BMW는 올해 7월 520d 등 차량 10만6천여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시행하면서 같은 문제가 있는 EGR을 사용하는 일부 차량에 대해서는 리콜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조사단이 해명을 요구한 뒤에야 올해 9월 118d 등 6만5천여대에 대한 추가리콜을 실시했다. 이를 조사단은 '늑장 리콜'로 봤다. 조사단은 아울러 BMW가 올해 상반기에 제출 의무가 있던 EGR 결함 및 흡기다기관 천공 관련 기술분석자료를 153일 늦은 올해 9월에야 정부에 제출하는 등 결함 은폐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조사결과를 바탕으로 BMW에 대해 형사고발, 과징금, 추가리콜 조치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늑장리콜에 대해선 39개 차종 2만2,670대에 해당하는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하는 한편 관련 혐의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에도 적극 협조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결함 은폐·축소와 늑장리콜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될 수 있다.

BMW "우리 조사 결과와 대체로 일치...축소·은폐 한적 없어"

그러나 BMW측은 이번 조사단 발표가 EGR쿨러 누수가 화재의 핵심원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그룹 내 기술조사 결과와 대체로 일치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흡기다기관 자체엔 설계결함이 없으며, 그럼에도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해 EGR 쿨러 누수가 확인된 차에 대해 흡기다기관 교체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EGR 쿨러의 누수 없이 기타 정황 현상만으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하드웨어 문제인 만큼 결함이 있는 EGR 쿨러를 교체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EGR 쿨러 결함이라는)화재의 근본원인이 확인된 시점에서 지체없이 리콜조치를 시작했다"며 "결함 축소 및 은폐는 없었으며 검찰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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