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주 북한정권의 반인도적 인권유린 상황을 비판하는 연설을 하려다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북(美北) 비핵화 대화에서 북한의 반발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해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ABC 방송은 22일(현지시간) 펜스 부통령이 지난주에 북한의 인권 유린에 관한 연설을 할 예정이었지만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대화가 긴장상태를 지속하면서 펜스 부통령의 연설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펜스 부통령의 연설 계획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소식통은 방송에 북한의 반발을 초래하거나 북한과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어 비핵화 대화에서 북한을 탈선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일정 부분 작용했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의 연설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북한의 2인자인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 등 북한의 고위 관리 3명을 미국의 독자 제재 명단에 추가하고 다음 날인 11일 미 국무부가 북한을 17년 연속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한 사실을 밝힌 것에 이어 북한을 더욱 압박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펜스 부통령은 그동안 북한 인권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귀국한 지 엿새 만에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아버지와 동행했다. 또한 당시 서울방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초청돼 주목을 받았던 지성호 씨와 북한 18호 북창 관리소 출신 김혜숙 씨 등 한국에 사는 탈북민 4명을 초청해 환담을 나눴다. 지난 7월 말에는 미 국무부 주최로 열린 ‘종교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 회의’ 연설에서 북한 지도부가 자국민을 상대로 고문과 살인, 강제 낙태와 노예 노동 등을 자행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정권이 70년 넘게 권력을 유지해온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19~22일 한미워킹그룹회의 방한 기간 동안 대북 선물 보따리를 한꺼번에 풀었다. 미국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방북 허가를 시사했고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리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이 제재 면제 조치를 받아 열차를 타고 행사장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됐다.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제공 등 인도적 조치도 이뤄지게 됐다.

그러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 같은 조치가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1일 미 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과 같은 경제 제재를 겪어본 적이 없다”며 “미국은 인도주의 지원이 전달된다는 것을 확실히 할 수 있을 때 여행 제한을 완화할 것이며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미국인들이 때로는 그 곳(북한)에 갈 수 있어야 하고 미국은 이런 상황을 촉진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ABC 방송은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비핵화 회담이 최우선 과제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 트위터에 “북한은 굉장한 경제적 성공 잠재력을 지녔다”며 “김정은은 누구보다 그 사실을 더 잘 알고 있으며, 북한주민들을 위해 그 기회를 충분히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우리의 핵 억제력을 없애는 것이기 전에 조선(북)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북핵 폐기에 앞서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미군 전력부터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미북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이유는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그릇된 인식 탓’이라고 주장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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