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이첩목록에 靑특감반장 사인, "승진자료" 활용까지…'무차별 사찰 반복'서 논점일탈
민간인신분 前서울창조센터장 사찰後…靑비서관 "나한테 보고됐다" "범죄의심정보 이첩" 자인
한국당 "첩보 이첩은 민정수석실 결재 있어야 가능" 지적…'윗선' 조국·임종석에 "운영위 나와라"

문재인 정권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을 통한 민관(民官) 무차별 사찰 의혹이 연일 터져나오는데도, 청와대는 '더는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라는 논점일탈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가 김태우 수사관에 대해 지난 11월부터 감찰에 착수, 특감반에서 축출한 사유는 아직 전말이 불분명한 '비위행위'다. 국가정보원 국내정보수집 무력화·국군기무사령부 해체로 반(反)사찰 이미지를 강조했던 청와대는 정작 자신들이 집권한 뒤 야당정치인·기업·언론사·공직자 사생활 등 불법적인 민관 사찰을 장기간 방조했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왼쪽부터) 청와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임종석 비서실장(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청와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임종석 비서실장(사진=연합뉴스)

김태우 수사관은 '텔레그램 선(先)보고 후 윗선 허가, 또는 지시가 있어야 첩보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입장인 만큼, 일련의 불법사찰 의혹을 둘러싼 청와대의 혐의점은 방조를 넘어 사주로까지 옮아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인' 신분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까지 23일 제기됐지만,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이인걸) 특감반장이 (박용호 창조경제혁신센터장 관련) 첩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한 바 전혀 없다"며 "특감반의 감찰 대상이 아니기에 특감반장이 더는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같은날 자유한국당이 특감반 첩보 중 감사원과 검찰 등 외부기관으로 이첩된 첩보 리스트를 공개하며 '민간인 사찰 지시는 없었다'는 청와대 입장을 반박한 데 따른 반응이었다. 

한국당은 김 수사관이 제보한 본인의 <특별감찰반 첩보 이첩목록> 내용을 폭로했다. 김 수사관은 지난해 11월 무렵 이때까지 자신이 보고한 첩보 중 총 14건이 수사기관에 이첩된 목록을 제출해 이인걸 특감반장으로부터 자필 서명까지 받았다.

자료사진=자유한국당 제공

이 중 지난해 7월24일 대검찰청에 이첩된 'OOOOOOOO센터장 박OO 비리 첩보'를 한국당은 박용호 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의 것이라고 지목했다. 박용호 전 센터장은 지난해 7월31일까지가 임기였다.

한국당 특감반 진상조사단 소속 김용남 전 의원(변호사)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공공기관도 아니고 센터장 역시 공직자가 아닌 명확한 민간인 신분"이라며 "당에 접수된 당시 제보 내용에 따르면 혁신센터장에 대한 비리 첩보를 생산하자 '민정라인의 상부자들'이 '국정농단의 냄새가 나는 첩보'라며 좋아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전임 박근혜 정부에서 명명하고 추진한 사업이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남 전 의원은 또 "이 목록의 감찰대상이 된 사람 중 특감반 대상이 될 수 없는 '하위공직자'도 다수 포함됐다"고 추가로 '월권'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박형철 비서관은 청와대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첩보 수집 지시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다만 그 내용 중 범죄 의심 정보가 포함돼 있어 나한테 보고한 후 수사 참고자료로 대검에 이첩했다"며 "이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해명대로라면 김 수사관이 작성한 첩보보고서의 내용을 적어도 박 비서관까지 열람하고, '범죄 의심' 정보는 수사기관으로 넘겨 '사찰 대상'을 '수사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단순히 조국 민정수석 등 '윗선'에서 추가로 조치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는, 권력기관에 의한 민·관 무차별 사찰이 자행된 경위를 설명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박 비서관이 "김 수사관이 지난해 원 소속청인 검찰 승진심사 실적을 제출하겠다고 해 특감반이 사실 확인해 준 것에 불과하다"고 강변하자, 야권에선 이를 즉각 공박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위원회의에서 "청와대 (해명대로라면) 조직 생리 상 수석과 비서관 지시가 없는 활동에 특감반장이 자의적으로 승진자료로 활용하라고 한 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정보는 즉시 폐기돼야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즉시 중지시키고 징계하는 게 당연한데, 오히려 승진자료 활용으로 확인해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료사진=자유한국당 제공

아울러 "그동안 청와대가 '이런 것들은 불순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행여 민간인 사찰 관련(내용)이 올라오더라도 불순물은 확실히 폐기됐다'고 이야기하더니, 지금 보니까 결재라인 거쳐 대검으로까지 이첩됐다"며 "첩보 이첩은 민정수석 결재가 있어야 가능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 두가지만 봐도 여러 의혹을 증폭시키는 해명"이라며 "사찰 DNA(유전자)뿐만 아니라 거짓말 DNA가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거짓말 DNA로 국민들을 현혹시켜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국 민정수석은 그저께(22일) 페이스북에 '맞으며 가겠다'고 글을 올렸는데, 당당하게 이제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사건 관련 입장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겨냥해서도 "비서실 관리감독 책임"을 거론, "사건의 '몸통'으로 추정되는 조 수석이 출석하지 않으면 국민과 국회에 대한 기만행위, 오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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