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전쟁 포로, 평화를 말하다' 특별전 내 왜곡전시 많다" 지적
국군 포로 규모, 거제 포로수용소 운영 내용에 문제제기..."평양역사박물관인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안녕!민주주의' 전시에 북한 집체공연 사진 전시하기도
박물관 규탄집회 도중 광화문광장서 '북한 김정은 환영' 가두행진 벌어지기도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과 (사)한국역사진흥원 관계자들이 23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 김종형 기자)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과 (사)한국역사진흥원 관계자들이 23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 김종형 기자)

박선영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62)과 (사)한국역사진흥원 관계자 등 20여명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특별전이 '역사왜곡'이라며 23일 반대 집회를 열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지난 5일부터 경남 거제시 주최로 ‘전쟁 포로, 평화를 말하다’라는 특별전을 진행 중이다. 

물망초 측은 해당 전시에 대해 지난 13일부터 “박물관은 특별전에서 6.25전쟁 당시 국군 포로에 대해서는 대부분 송환된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며 “유엔군이 포로수용소에서 음악 교육을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확산에 활용했다는 것도 왜곡 사항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아니라 평양역사박물관이라 불러야 할 정도”라 주장해왔다.

이날 박선영 이사장은 “12만명에 달하는 국군 포로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 없이 ‘8,000여명의 국군 등 1만 2,000명의 유엔군은 대부분 다 돌아왔다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며 “이는 65년 동안 탄광에서 노예와 같은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12만 국군 포로들의 실상을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박물관은 ‘유엔군이 포로수용소에서 음악 교육을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확산에 사용했다’는 왜곡된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시하고 있다”고도 지적하며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의 퇴진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즉각 폐쇄를 요구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쟁 포로, 평화를 말하다'의 문제 전시 부분. (사진 = 김종형 기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쟁 포로, 평화를 말하다'의 문제 전시 부분. (사진 = 김종형 기자)

박물관 측은 문제가 된 패널을 전시했다가, 물망초 측과 국군포로 가족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 13일까지 해당 전시를 철거했다.  

문제가 된 패널에는 국군 포로 송환자 8,000여명만 언급하고, 돌아오지 못한 국군 포로의 수는 밝히지 않은 자료가 담겨있었다. 한 표에는 국군 포로가 8,000여명에 불과한 것처럼 표현하기도 했다.

이날 확인한 전시 자료는 “한국으로 귀환한 국군 포로는 8,000여명에 불과하여 ‘돌아오지 못한 국군 포로’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수정돼 있었지만, 전체 국군 포로 규모를 담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받고 있다. 

‘미송환 국군 포로’ 전시내용에는 물망초와 국군 포로 가족 측의 주장이 반영됐지만, 거제도 포로수용소 운영 관련 서술(“유엔군의 거제 포로수용소에서는 음악교육을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 확산에 활용했다”)은 정정되지 않았다.

박물관 전시에는 ‘도라지 타령’ ‘천안 삼거리’ ‘아리랑’ 등 민요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등을 포로 재교육에 활용했다고 돼 있다. 이날 집회에서 박선영 대표는 “우리 민요 아리랑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담은 이념곡이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아리랑을 개사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안녕!민주주의' 전시 사진들. (사진 = 김종형 기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안녕!민주주의' 전시 사진들. (사진 = 김종형 기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다른 전시에서도 주제와 관계없는 사진이 걸려있는 게 이날 확인됐다.

박물관은 지난 14일부터 내달 20일까지 ‘평화를 여는 특별사진전 안녕! 민주주의’를 열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의 여정을 사진을 통해 조명하겠다’는 취지로 서울시, 한겨레신문사가 후원해 연 이 전시 일부에는 북한 집체(집단체조) 공연 사진이 포함돼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지난달 30일 “집단체조에 강제로 동원된 어린이들(5~10세)이 방광염 등 각종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23일 광화문광장에서 반미집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 = 김종형 기자)
23일 광화문광장에서 반미집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 = 김종형 기자)

이날 물망초 측이 집회를 연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서는 같은시간 ‘국가보안법 피해자 모임’이 북한 김정은 서울 방문을 환영한다며 가두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분단수구악폐 완전청산’ ‘싱가포르 선언 이행’ ‘모든북침전쟁연습 영구중단’ 등의 글귀가 써진 현수막을 들고 “우리 민족은 자주적 평화통일을 이뤄야 한다. 우리 민족이 통일하려고 하는데 왜 미국놈들이 훈수를 두는가”라며 행진했다. 

물망초 측과 집회를 함께 개최한 강사빈 한국역사진흥원 원장은 “대한민국 역사를 직접 느낄수 있게 하겠다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교육의 연장선상인 공간”이라며 “그런데 그 박물관에서 역사 왜곡을 하는 전시전을 열고 있다. 문체부 산하에 있으면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사실에 입각해 알릴 의무가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이 전시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강 원장을 비롯한 한국역사진흥원은 “박물관 측이 해당 문제(국군 포로 규모와 거제도 포로수용소 운영 관련 서술)를 정정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으로 1인 집회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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