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1일, 현 나루히토(德仁) 왕세자, 126대 일왕 즉위

아키히토 일왕 부부 [연합뉴스 제공]
아키히토 일왕 부부 [연합뉴스 제공]

내년 4월 말 퇴위하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일본식 표현은 천황)이 자신의 재임 기간 "전쟁이 없어서 안도한다"고 말했다고 일본 궁내청이 23일 밝혔다.

이날 85세 생일을 맞은 그는 지난 20일 도쿄 황궁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헤이세이(平成, 아키히토 일왕 취임 해부터 시작된 연호로 올해가 30년)가 전쟁이 없는 시대로 끝나게 된 것에 진심으로 안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 기자회견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궁내청은 밝혔다.

아키히토 일왕은 "취임 이후 헌법에 따라 정치적 권한이 없는 '상징 천황'의 바람직한 자세를 추구해 왔다며 "양위의 날을 맞을 때까지 계속해서 (그런) 자세를 추구하면서 일상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에 이어 이어 현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내년 5월 1일 126대 일왕으로 즉위한다.

나루히토 왕세자는 1960년생으로 가쿠슈인대학 역사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을 나왔다. UN 물과 위생에 관한 자문 위원회 명예총재와 일본 적십자사 명예부총재를 역임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전후(戰後·일본의 2차대전 패전 이후) 일본의 평화와 번영은 전쟁에서의 많은 희생과 국민의 노력으로 구축된 것을 잊지 말아야 하며, 전후 태어난 세대에도 올바로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임 중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이나 한신(阪神)대지진 등의 막대한 인명 피해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통함을 느낀다"면서 자원봉사 등을 통해 서로 돕는 모습에 "항상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키나와(沖繩)나 사할린, 팔라우, 필리핀 등을 방문해 전쟁 희생자들을 추도한 것을 "잊을 수 없다"며 "천황으로서의 여정을 끝내려는 지금, '상징 천황'으로서 나를 지지해 준 많은 국민에 충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아키히토 일왕은 2차대전 당시 천황이었던 히로히토(裕仁·1901~1989)의 아들이다. 히로히토가 사망한 1989년 1월 천황에 취임했다.

그는 재임 중 국내외 전쟁 희생자 위령이나 재해 지역 방문 등의 일정에 신경을 썼다.

그는 일본의 패전일인 지난 8월 15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전쟁 희생자 추도식에서는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재차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자신의 몸에 한국의 피가 흐른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는 2001년 생일 기자회견에서 "내 개인으로서는 간무(桓武)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쓰여 있는 데 대해 한국과의 연(緣)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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