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언급 순서 '조건부 관계개선' 표명한 中보다도 뒷전
"북핵 戰後 가장 엄중…외교안보 기축 앞으로도 미일동맹"
메이지유신 화두로 개헌의지…근로방식 개혁국회 표방도

지난해 국회서 시정연설하는 아베 일본 총리(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국회서 시정연설하는 아베 일본 총리(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 한국을 '가장 중요한 이웃'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재협상도, 이행도 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 방침과 관련해 문 대통령의 이름을 거명하며 '신뢰'를 강조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본회의에서의 '시정방침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거명하며 "양국간 국제적 약속, 상호 신뢰의 축적 위에서 미래지향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심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이행할 것을 다시금 촉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중이던 2017년 1월 연설까지 한국을 가리킨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국가"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종전에 사용했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도 4년째 쓰지 않았다.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대통령 이름을 직접 거론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관계개선 방침도 아베 총리는 내놓지 않았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없던 중대하고도 절박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일본 안보 환경이) 전후 가장 엄중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도발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다양한 사태에 대비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 가겠다"며 "엄중함이 증가하는 안보 환경의 현실을 직시해 국방의 위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육상형 이지스(이지스 어쇼어)와 스탠드 오프(stadn-off) 미사일을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 정세 등에 따라 "연말까지 방위의 대강을 재검토할 것을 추진한다"면서 "우리나라의 외교·안보의 기축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미·일 동맹"이라고 미국과의 우호를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인 신뢰관계 아래에 세계의 다양한 과제에 대해 함께 대처하겠다"며 결속 의지를 다졌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미ㆍ일 정상회담 후 미국과 공동 전략으로 내세운 '자유롭게 열린 인도ㆍ태평양(Indo-Pacific)전략'을 추진하겠다며 "태평양에서 인도양에 이르는 광대한 바다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항행의 자유'와 '법의 지배'가 기초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한국·북한과 거리를 두고 미국과의 우호를 다짐한 아베 총리는 중국에 대해서는 '조건부 관계 개선' 노선을 밝혔다. 예전과 달리 한국보다 중국을 먼저 언급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중국과도 협력해서 증대하는 아시아 인프라 수요에 부응해 가겠다"고 했지만 중국 측이 '법의 지배' 등 국제적 룰을 준수하는 것이 전제라고 했다. 중국의 광역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에 참여한다는 언급을 직접 남기지도 않았다.

그는 다만 "올해는 중ㆍ일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으로 경제, 문화, 관광, 스포츠 등 다양한 차원의 중일 양 국민의 교류를 비약적으로 강화하겠다"며 "조기에 한ㆍ중ㆍ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리커창 총리를 일본에서 맞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적절한 시기에 방중하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되도록 빨리 일본을 방문하게 하겠다"며 "고위급 사이의 왕래를 깊게 해 중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그동안 사실상 평화헌법 개정 목적으로 주장해 온 개헌 의지도 재차 피력했다. 그는 올해로 150주년을 맞는 메이지유신과 그 성과를 연설 시작과 끝까지 화두로 올리면서, "나라의 이상적인 모습을 말하는 것이 헌법"이라며 "각 당이 헌법의 구체적 방안을 국회에 가져와서 헌법 심의회에서 논의를 심화해 진행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집권당인 자민당외에 연립 여당인 공명당, 희망의 당은 물론, 개헌에 반대하는 제1야당 입헌민주당에까지 개헌 논의를 위해 한 발 나서줄 것을 요청한 셈이다. 자민당은 오는 3월 중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아베 총리는 이번 국회를 '근로방식 개혁 국회'로 언급하며 노동기준법 등 8개 관련법의 일괄 개정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장시간 근로 시정, 정규직과 비정규직 처우 개선, 시간외 근무를 연 720시간으로 제한하는 등 잔업인정기준 변경, 시간 대신 성과로 평가하는 탈시간급 제도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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