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샘의 교실이야기 29] 학생부 전성시대는 이제 그만
[유니샘의 교실이야기 29] 학생부 전성시대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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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광풍의 핵심에 자리한 생활기록부
경쟁적으로 불어난 생활기록부는 교사평가의 리트머스로 둔갑
과장, 왜곡, 不正에 ‘셀프 작성’ 생기부 까지
생기부는 학업능력과 학생의 잠재력을 기록하는 기록부 일뿐
조윤희 부산금성고 교사
조윤희 부산금성고 교사

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에 기재되는 내용은 사실 한 학생이 입학하여 성장하는 궤적을 기록하는 기록부에 다름 아니다. 3년간 담임교사의 평가가 가장 많이 반영되고 그 학생을 맡아 가르치는 여러 교사의 관점이 반영되기도 한다. 이러한 생기부야 말로 한 학생을 가장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기록이다. 교과와 비교과로 나누어 학교 안팎에서 이루어진 활동이 오롯이 담겨있으니 ‘객관적’ 평가기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암암리에 부풀려지는 측면과 성적 물타기(?)에 심지어 비리 그리고 비교과 영역을 과장하기 위해 벌어지는 왜곡이 도를 넘어선 측면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필자가 있는 학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수시와 정시 중에서는 수시로 입시 결과를 끌어올리는 편이다 보니 교사들의 품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생기부에 대한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며 언급되자 학생부 관련 자체연수를 실시하였다. 공정함과 투명함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기본이었다.

● ‘서사시’냐, 기록부냐! 거품 잔뜩 생활기록부

그 중 백미는 ‘교과세특’과 ‘동아리기록’과 관련한 특기사항 입력이었다. 학생들의 진로희망 사항에 맞추어 많은 기록들을 ‘선택과 집중’으로 만들어 가자는 이야기였다.

예를 들어 ‘드라마 작가 혹은 PD’를 희망하는 하는 학생의 생기부는 거의 모든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과 동아리기록에 있어서 그 진로희망에 맞춘 ‘종합예술’에 가까운 활동 기록이 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담임교사가 아닌 교사는 그 학생의 진로희망이 무엇인지 모르는데 그 노릇은 어쩔 것인지. ‘하다 보니 맞아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맞추어 활동을 해야 할 판이다. 맞춤식으로! 유능한 학생은 방황도 하면 안 되고,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릴 여유도 없다. 저렇게 맞춤식으로 완성도 높게(?) 작성된 생기부는 ‘전공적합성’에 있어서 최고의 생기부가 된다.

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해 이런 저런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고민하고 방황도 하고 그렇게 성장통을 겪으며 아이가 나름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히 기록해 주는 ‘관찰자’시점의 기록이 생기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생기부는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누가 더 수려하게 생기부를 ‘만들어’ 가는가가 입시에서 ‘key’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생기부는 수시로 대학을 가는 학생들에게 너무나 중요한 ‘資産’이 되어버렸다.

물론 공식대로 그리고 애초의 의도대로 한 학생이 입학해 성장을 거듭한 기록으로 빼곡한 생기부들도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의도가 의도대로 결과를 낳은 경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더욱 더 실감나게 다가오는 것은 위의 생기부의 예로도 충분하지 싶다. 

위의 사례는 일례에 불과하다. 현장에서 여러 학교의 생기부를 보면 대서사시를 방불케하는 생기부들이 넘쳐난다. 담임교사의 손만을 빌기 어려울 정도의 기록부, 그리고 그 내용을 채우기 위해 빌어온 듯한 외부(?)의 힘. 일손이 달리고 문장력이 부족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한 활동이나 독서기록들을 적어오라고 하고 그렇게 적어온 것을 토대로 생기부에 기록을 하기도 한다. 이른바 ‘셀프 기록’이다. 이런 기록도 현재 생기부의 내용 중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기록이 입시의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은 믿지 못하고 고교 현장은 생기부에 목숨을 거는 평행선이 달리는 중이다.

●‘생기부’는 교사능력 평가부, 이제 좀 바뀌려나

교육부는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및 관리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 한다고 이달 17일 밝혔다. 

스펙의 각축장인 생기부, 부풀려지고 비틀어진 기록들은 결국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왔다. 일부 고교에선 상위권 일부학생들에게 100여개가 넘는 교내상을 제공하고 이를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했고, 특혜를 받는 학생은 전공적합성에 따라 상도 ‘몰아주기식’으로 하여 일부 보도에서 드러났듯이 그 공정성에 문제가 많았다. 지난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여고 처럼 교과 영역의 성적도 비리와 부풀리기 등이 있어온 것은 알려진 비밀이었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조치를 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다음과 같은 내용을 토대로 최종 확정되면 내년 3월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적용된다고 한다. ‘학생부 작성 및 관리지침 개정안’을 대략 정리를 해본 내용들이다.

학부모 정보와 진로희망사항은 초등학교 학생부에서도 사라지며, 인적사항 내 학부모 정보와 진로희망사항 등의 대입 영향력을 없애고 진로희망분야는 창의적 체험활동 내 진로활동 특기사항에 기재하더라도 대입 활용자료로는 쓰지 않기로 하는 등 변화하는 사항이 많아진다. 교사들의 학년말 바람은 다른 것 없다. 거품처럼 ‘부풀려진 생기부’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것뿐. 학생을 가르치고 또 그렇게 교육의 결과로 변화한 학생들의 성장을 흔적으로 남기는 것이야 응당 교사의 몫이며 의무이자 권리이기도 하다. 학교현장에서 교육이 이루어진 이래로 그러한 기록부는 존재해왔다. 그러나 언제 부터인가 생기부의 분량은 상상을 초월하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미사여구와 ‘포장’으로 과장되기도 했다. 그렇게 과도한 포장을 잘 하지 못하는 교사들은 그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교사들에 비해 진정성이 부족한 교사가 되거나 무능하거나, 학생들을 덜 사랑하는 교사로 치부되어 자괴감을 느끼기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이르렀다. 

교육은 교실장면에서 이루어지고 그 교육의 흔적이 기록부가 되어야 할 것이거늘 요즘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애초 수시라는 입시 자체가 학생들의 잠재력과 소질 등을 보겠다고 하는 제도였고, 교육당국은 특히 ‘입학사정관 제도’까지 도입했던 터였다. 대입 전형의 자율화·특성화 역량을 강화시키자고 만들어진 제도인 만큼 대학에 맡겨 두면 될 일 이었다. 그러나 공정성이 문제되자 교육당국은 개입하기 시작했고, 보다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량적 요소가 필요해지면서 자구책으로써 생기부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생기부가 대학입시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근거자료에서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경쟁적으로 페이지 수를 늘이는 생기부는 사라지지 않을까. 부풀려지고 과대 포장된 서류철은 사라지지 않을까.

● 불신의 시작, 생활기록부, 그렇다고 경쟁도 사라지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생기부의 문제점이 더 많이 불거진 요즘 그 문제점을 일일이 이 지면을 빌어 나열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생기부의 교과, 비교과 영역 기재 때문에 비롯된 일들이다. 보도에 따르면 2015년부터 최근 4년간 초중고교 1만392곳이 감사 대상이었으며 총 3만1216건의 지적 사항이 나왔다고 한다(중앙일보, 2018.12.17.일자 보도).  4년간 고교 시험지 유출만 13건, 학생부·평가 부정 적발이 4000건 적발, 학생부 조작 등 중대 비위도 15건이나 적발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교사나 학교의 불신을 막기 위해 ‘교육부 훈령’ 내에 있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 관련 규정을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으로 상향 조정하여,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위상을 높여 공정하고 투명한 학생평가 관리를 하겠다고 한다. 여기에 학부모 위원도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 참여하여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필고사뿐 아니라 수행평가 운영에 대한 모니터링도 할 예정이다. 앞으로 학생·학부모가 학생평가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경우 교사, 교과(학년)협의회, 학업성적관리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치고 필요할 경우 외부전문가 검증도 권장하며 새로운 기관도 생겨날 것이라 한다. 전문성을 갖춘 전담인력을 배치한 ‘학생부 기재·관리지원센터’가 그것이다.

‘옥상옥’에 ‘불신의 시대’다. 학교 내에 교사를 믿지 못하는 결과다. 단위학교의 학생부 업무를 지원하고, 학생부가 전국적으로 일관되게 기재 및 관리되도록 할 것이라 한다. 구체적인 설치·운영 방안은 시도교육청과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고도 한다.

생기부 하나를 두고 온 나라가 난리다. 정 믿지 못하겠다면 학생을 평가하는 근거로 삼지 말고 학생의 성장과정을 평가 하기위한 보조부와 참고자료로 삼으면 그만 일테다. 입시에 절대적 기준으로만 무게를 싣지 않는다면 이렇게 유난을 떨 일도 온갖 비리의 온상으로 만들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거기에 덧붙여 은근 슬쩍 강화되는 ‘절대평가’ 문구가 눈에 띈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에 따른 내용도 이번 개정안에 담았는데, 대표적인 게 내년 고교 1학년부터 진로선택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평가에서 활용했던 석차등급이나 표준편차를 산출하지 않고 성취도(A~E)와 성취도별 분포비율만 기재하기로 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학생들은 성적에 대한 부담 없이 자신의 진로·적성에 따른 과목을 선택해 이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2년부터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또한 학기당 1단위로 이수단위가 작은 과목은 석차등급을 산출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고교 1학년 때 배우는 '과학탐구 실험'이 그 대상이다.

내용을 줄인다 하니 업무절감차원에서 일부는 환영할만하나 경쟁을 통한 기록이 차츰 사라지고 절대평가가 자리를 슬금슬금 차지하게 두는 것은 아닌지 염려도 된다. 구더기가 무서우니 이제 장은 담그지 않기로 하는 것은 아닌지!

아무리 뜯어봐도 생기부, 이젠 참고자료로만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만 든다. 더는 이것이 입시자료로 절대적 역할을 하게 둔다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 되고 말 것이란 생각이 든다.

조윤희(부산 금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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