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보좌관엔 "야.사장한테 전화해"...욕설 논란도
김정호 "갑질은 내가 당한 것, 신분증 왜 꺼내야 하나, 시민 대신해 항의...욕설 안 했다"
운동권 출신으로 봉하마을 대표이사,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지내

사진은 김정호(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8년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김경수 경남지사와 함께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연합뉴스 제공)
사진은 김정호(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8년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김경수 경남지사와 함께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경남 김해을)이 김포공항에서 공항 직원에게 고압적인 '갑질'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김 의원은 자신이 갑질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2일 조선일보 등에 따르면 김 의원이 지난 20일 김포공항에서 항공기에 탑승하면서 공항 직원들을 상대로 언성을 높이고 욕설을 했다는 목격자들의 주장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20일 오후 9시쯤 김포공항 국내선 건물 3층 출발장에서 9시 30분에 출발하는 김해공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다른 승객들과 함께 줄을 서 있던 김 의원에게 공항 직원이 탑승권과 신분증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하자 김 의원은 신분증을 지갑에 넣어둔 채로 보여줬다.

이에 공항 직원이 '신분증을 지갑에서 꺼내서 보여주셔야 한다'고 했지만 김 의원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의원은 지갑 속에 있지만 신분증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데 왜 꼭 꺼내서 보여줘야 하는지 관련 규정을 제시하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김 의원은 "내가 왜 꺼내야 하느냐. 지금까지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다"며 "내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인데 그런 규정이 어디 있다는 것인지 찾아오라"고 말하면 언성을 높였다. 김포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김 의원이 공항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자 뒤에서 기다리던 다른 승객들은 "그거 꺼내는 게 뭐 힘들어요. 빨리 꺼내요"라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소란이 일자 다른 공항 직원들도 모여들었다. 직원들이 두꺼운 규정 책자를 갖고 와서 관련 규정을 찾기 시작했고 김 의원은 "빨리 (관련 규정) 안 찾고 뭐하냐. 이 새X들이 똑바로 근무 안 서네"라며 "너네가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고객한테 갑질을 하냐. 책임자 데려와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목격자들은 주장했다. 

김 의원은 곁에 있던 보좌진에게 "야, (한국공항) 공사 사장한테 전화해!"라고 말하기도 했고, 직접 휴대폰을 꺼내 공항 직원들 얼굴 사진까지 찍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탑승 시간이 임박하자 김 의원은 보좌진에게 사건의 마무리를 지시하고 탑승장으로 들어갔고 김 의원은 결국 신분증을 따로 꺼내 보여주지 않았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21일 김 의원을 국회 사무실을 찾았지만 만나지는 못했다. 이날 김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 머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의원은 "일방적으로 제가 무례한 갑질을 당했다고 생각한다"며 "현직 국회의원 신분을 밝혔고 (의원) 배지도 달고 있었는데 명색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데 (한국공항공사 직원들이) 듣도 보도 못한 규정을 얘기하면서 고압적으로 신분증을 (지갑에서) 빼달라고 하기에 갑질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욕은 하지 않았고 그런 규정을 제시하지 못하길래 화를 내고 언성을 높였을 뿐"이라며 "한국공항공사 사장에게 직접 전화했고 바로 통화가 되지 않았지만 나중에 전화가 왔길래 '규정도 없이 근무자들이 고객한테 갑질을 하는데 정확하게 조사해서 조치하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시민을) 대표해서 항의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공항공사의 '항공기표준운영절차' 매뉴얼에는 항공경비요원의 탑승객 신분 확인 절차에 대해 '승객이 오면 인사를 한 뒤 탑승권과 신분증을 제출토록 안내하고, 두 손으로 탑승권과 신분증을 받고 육안으로 일치 여부를 확인하되, 위조 여부 등도 확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컬러 프린터로 신분증 위·변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직접 신분증을 보고 만져보면서 확인해왔다"며 "신분증을 빼서 보여달라고 한 것이 고압적 요구는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김 의원은 운동권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다. 2008년에 봉하마을 대표이사를 맡았고 2010년부터는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도 맡았다. 네이버 인물검색에 올라와 있는 정보에 따르면 현재까지 농업법인 봉하마을 대표이사와 재단법인 노무현재단의 상임운영위원 직을 유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6월 김경수 경남지사의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김해을 지역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초선 의원이다. 김 지사는 김 의원에게 지역구를 넘기면서 "(김 의원은) 봉하 지킴이이자, 노무현·문재인 두 분 대통령과는 나보다 더 가까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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