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웅 칼럼] 가짜 뉴스 기법도 진화한다
[이민웅 칼럼] 가짜 뉴스 기법도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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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가짜 뉴스가 더 교묘하다.
가장 무서운 건 ‘절반의 진실’ 기법이다.
가짜 뉴스 퇴치 방법은 무엇인가?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

아날로그 시대에도 가짜 뉴스가 있었다. ‘가짜 뉴스’라 부르지 않았을 뿐이다. 오히려 개념상 차이가 분명하도록 誤報(misinformation)와 속임수 보도(disinformation)로 나누어 불렀다. 속임수 보도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거짓인줄 미리 알면서도 진실처럼 보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도적으로 과장하고 왜곡하고 조작한 정보를 보도하는 것이다. 오늘날 문제가 되는 가짜 뉴스는 바로 속임수 보도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실수에 의한 비의도적 오보를 가짜 뉴스에 포함시키는데 필자는 반대한다. 영어의 fake는 실수로 인한 잘못된 가짜가 아니라 의도를 가지고 인위적으로 왜곡하거나 조작한 가짜를 말한다. 우리말 가짜와는 어감이 좀 다르다. ‘온라인 어원  사전(Online Etymology Dictionary)에 따르면 fake의 어원은 독일어 청소하다(fegen)에서 유래한 단어로 원래 “인위적 수단으로 꾸미기(to spruce up by artificial means)” 정도의 어정쩡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최근 영국의  ‘Full Fact’라는 fact-checking 사이트는 ”의도적 가짜(false) 뉴스를 찾는 요령(tips)’을 발표하면서 Fake News 대신 의도적 조작의 의미가 확실한 False News를 사용했다. 

어떻든 아날로그 시대의 가짜 뉴스는 남을 속이기 위한 속임수 보도치고는 그 수법이 투박하고 거칠었다. 보통 사람이 보아도 금방 들통이 나게 허술했다. MBC의 PD수첩의 광우병 소 조작 보도처럼 그 수법이 거칠고 저돌적이었다. 당시 PD수첩은 영상을 자극적으로 조작했고, 선동적인 ‘멘트’를 남발했고, 인터뷰 내용까지 조작하여 혹세무민하여 나라를 크게 어지럽혔다. 중학생 수준의 영어 실력만 있어도 도저히 오역(誤譯)할 수 없는 인터뷰 문장까지 오역해 놓고도 의도적 오역이 아니라 ‘실수’했다고 바보 행세를 했다. 왜냐?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면 감옥소에 갈 위험이 컸기 때문에 차라리 바보가 된 것이다.

더 가소로운 건,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문제의 엉터리 ‘PD수첩’의 책임 PD였던 최승호는 올해 MBC 신임 사장에 선임됐고, 담당 조능희 PD는 기획편성본부장에, 송일준 PD는 광주MBC 사장에 발탁된 것이다. 그 밖의 PD들도 다 승진해 좋은 보직을 받았다. 광우병 소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듯 MBC PD들 중에서도 지능과 분별력과 제작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이 사람들이 장악한 MBC가 지금 시청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을까? 물론 아니다. MBC 보도 프로그램 시청률은 지상파 4개 채널 중 꼴찌이고, 종편인 JTBC에 비해서는 한참 뒤처지고 있다. 시청률이 떨어지니 광고가 붙지 않아 금년에 1천억 이상의 적자가 나리라는 얘기도 벌써 나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아날로그 식 가짜 뉴스의 사례를 하나만 더 소개하겠다. 지금 청와대 대변인 김의겸이 한겨레신문 기자로 있을 때 보도했던 가짜 뉴스다. 저돌적이고 무모한, 그러나 고전적  가짜 뉴스 수법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바로 ‘호칭하여 낙인찍기(interpellation)’ 기법이다. 김의겸이 기사에서 ‘운동 기능 회복 센터’를 이미지가 나쁜 ‘스포츠 마사지 센터’로 여러 차례 반복해서 낙인찍었다. 길게 얘기할 가치도 없다. 김의겸이 ‘마사지’란 말이 이미지가 나쁘다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자주 드나들었나? 한겨레신문 봉급으로 퇴폐 마사지점에 드나들기는 힘들었을 텐데.. 어떻든 ‘호칭하여 낙인찍기’는 옛날부터 좌파가 즐겨 사용했던 수법이다. 요새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단박에 반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백두 칭송 위원회’라는 이상한 단체가 나서서 김정은 남한 방문을 환영한다고 떠드니 당장 ‘인간 백정 규탄 위원회’가 나타나 김정은 방한을 더 강하게 반대하니 본전도 못 찾고 잠잠해지는 식이다. 

이런 구닥다리 수법을 사용한 가짜 뉴스를 1면 톱으로 올리니 한겨레신문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심지어 정부 기관지 내지 북한의 노동신문 같다는 평가도 주변에서 자주 들린다. 양식 있는 한겨레 기자들에겐 형편없는 박봉에 신문 평판마저 나쁘니 일할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하루 빨리 언론의 정도(正道)를 되찾기 바란다.

디지털 시대의 가짜 뉴스는 그 수법이 훨씬 교묘하다. 한국에서는 JTBC 뉴스가 제법 교묘한 가짜 뉴스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 회사 사장이 논문 표절 논란은 있었으나 그래도 미국의 유수한 저널리즘 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본치가 다소 있었는지 모르겠다. ㅎㅎ.. 어떻든 디지털 시대에 많이 사용되는 가짜 뉴스 기법은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얼버무리기(prevarication) 기법이다. 요즘 가짜 뉴스는 이전처럼 진실과 거짓을 뚜렷하게 구분하기 힘들다. 딱히 거짓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진실도 아니게 얼버무리기 때문이다. 얼버무리기 기법에는 완곡어법(euphemism)이 자주 사용된다. 예컨대 달콤한 거짓말, 부드러운 거짓말, 재미있는 거짓말 등등. 다시 말해 거짓말을 달콤하게 부드럽게 재미있게 한다는 말이다. 심지어 ‘진실’이란 말을 넣고서도 거짓말을 교묘하게 꾸민다. 예컨대 창의력을 보탠 진실, 개선된 진실, 풍부한 진실, 상상력을 발휘한 진실, 대안적(alternative) 진실 등등. 이런 표현을 보면 대개 교묘하게 포장된 거짓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좌파들이 전통적으로 왜 거짓말을 잘하고 가짜 뉴스를 잘 만들까? 사실과 진실을 토대로 우파와 대결하면 늘 깨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통 마르크스주의자들, 북미 대륙에 침투하기 위해 ‘비판이론’으로 이름을 바꾼 新마르크스주의 좌파들은 방법론에 약하다. 그래서 자신들의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사실적 논거를 제시하는 데에도 약하다. 분석적 마르크스주의자가 있기는 하나 극히 소수다. 최근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문제는 이 얼버무리기가 거짓말과 부정직에 대한 죄의식을 약화시켜 기자들로 하여금 가짜 뉴스를 별다른 양심의 가책 없이 일상적으로 만들게 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모방 관습(meme)’이라 불렀다. 요즘 가짜 뉴스가 문화적 전염병처럼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것도 모방 관습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얘기 전달(storytelling)식 가짜 뉴스의 유행이다. 아날로그 시대처럼 곧이곧대로 사실과 진실을 스트레이트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애기를 꾸며 전달한다. 재미있는 가짜를 확산 시키는 방법이다. 웃고 즐기는 사이에 가짜 뉴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이미지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흡수하게 하는 것이다. JTBC가 날조한 것으로 보이는 최순실의 테블릿PC가 제주도와 독일에서도 사용된 것처럼 스토리를 꾸며 추리 소설처럼 추적하는 것이다. 심지어 신화(神話)도 만들어 낸다. 신화가 무엇인가? 모든 사람이 다 잘 아는 ‘친숙한 허위’인 바로 그 신화를 말한다. 그 동안 좌파들이 만들어 낸 ‘세월호 신화’, ‘최순실 신화’, ‘박근혜 신화’, 최근의 ‘김정은 신화’를 생각해 보라, 자유우파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당하고만 있다. 

세 번째는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한다. 가짜 뉴스가 만들어낸 ‘탈(脫) 진실 시대’의 의미가 바로 그렇다. 영국의 EU탈퇴(Brexit) 국민투표가 통과됐을 때, 트럼프가 예상을 뒤엎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패배한 측에서 나온 이구동성이 “사실과 진실은 중요치 않았다. 유권자의 감정과 정서와 느낌이 중요했다”는 것이었다. 트럼프가 유세 중에 어떤 거짓말을 얼마나 했는지 그 리스트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사실의 확인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그의 성공은 단순하리만큼 강력한 스토리 위에서 성취되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는 검증할 수 있는 사실적 데이터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 속에 숨어있는 불만과 공포와 분노를 자극한 것이었다. 

마지막인 네 번째가 가장 무섭다. 바로 ‘절반의 진실(Half-Truth) 기법이다. 자칫 오해하기 쉽다. 이건 절반은 진실하고 나머지 절반은 거짓인 보도라는 뜻이 아니다. 모든 사실을 생짜로 날조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진실한 정보에 거짓 사실을 설쩍 끼워 넣어 전체가 진실인 것처럼 오도하는 속임수 기법이다. 특히 영상 그래픽 음향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동원하여 그럴 듯하게 진실을 오도하면 속을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절반의 진실 기법을 사용한 가짜 뉴스는 그 방면의 전문가도 그 뉴스의 진위를 판별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는 사이에 그 가짜 뉴스는 초고속 인터넷을 타고 전 지구적으로 진실처럼 확산된다. 최근 한국에서도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의문의 자살을 한 모 국회의원이 어떤 얼빠진 블로그에 의해 예수에 비견된 일이 있었다. 또 어떤 메이저 신문의 주필이 이에 동조하는 칼럼을 쓴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진 것도 절반의 진실 기법이 전통 언론이 다루기도 전에 초고속 인터넷을 타고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짜 뉴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또 그 일이 왜 그토록 중요한가? 이것이 다음 칼럼의 주제이다.  

이민웅 객원 칼럼니스트(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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