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10월 계엄포고 당시 계엄위반·불법집회 혐의받은 허모 씨 무죄 확정
"당시 정치·사회 상황, 구 계엄법 상 '군사상 필요할 때' 해당 안 돼"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대법원이 부마 항쟁 당시 계엄법이 무효라고 본 데 이어, 1972년 10월 17일 선포한 비상계엄 역시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1일 허모 씨(76)의 재심 상고심에서 계엄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발령된 계엄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다.

1972년 10월 17일 당시의 계엄포고는 ‘모든 정치활동 목적의 실내외 집회 및 시위·정당한 이유 없는 직장 이탈이나 태업·유언비어 날조, 유포 등을 금지하고, 정치활동 목적이 아닌 실내외 집회도 허가를 받도록 했다.

허 씨는 1972년 11월 5일 지인들과 함께 약 50회에 걸쳐 도박을 해 계엄포고 위반·불법집회 혐의로 기소됐다. 1970년 이모 씨를 협박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그는 1973년 1월 육군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고, 같은해 7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후 허 씨는 “당시 계엄포고령은 위헌이고 무효”라며 2013년 재심을 청구했고, 창원지법은 2015년 그 사유를 인정해 재심 결정을 내렸다. 2016년에는 계엄법이 위헌·무효라는 법령을 적용해 계엄포고 위반·불법집회 혐의는 무죄가 됐다.

이날 대법원 재판부는 허 씨에 대해 “계엄포고는 1972년 10월 17일 대통령 특별선언을 통해 기존의 헌정질서를 중단시키고 유신체제로 이행하고자 그에 대한 저항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했던 것”이라며 “계엄포고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 및 사회상황이, 당시 계엄법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그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 표현의 자유, 대학의 자율성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계엄포고가 발효, 해제에 상관없이 헌법과 계엄법에 위배돼 위헌, 위법해 무효”라고도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29일에는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에서 부마 항쟁 당시 선포된 계엄포고령이 무효라는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에도 재판부는 "그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과 사회상황이 구 계엄법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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