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말쯤 드루킹 특검법 통과되자 '윗선' 지시로…" 김태우 前특감반원 추가폭로
특검·특검보는 변협·국회 추천·선별후 대통령 최종임명권 갖지만 지휘대상 아냐
靑 "반부패비서관실 행정요원 자격으로 한 것" "특검선정후 정보 폐기" 되풀이

청와대가 '드루킹 등 더불어민주당원 포털 기사 댓글 1억회 조작 사건' 관련 특별검사-특검보 후보로 예상되는 인물들에 대해 국회 추천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특별감찰반을 시켜 사찰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이 지난해 '드루킹 등 더불어민주당원 포털 댓글조작 사건' 당시 특검과 특검보 후보로 거론됐던 10여 명을 사찰한 뒤 윗선인 민정수석비서관실에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감반 감찰 대상이 아닌 민간인들을 상대로 정치·업무 성향과 세평(世評) 등 첩보를 수집했다고 한다.

일명 드루킹 사건은 지난 대선 당시 드루킹 김동원씨와 그가 이끈 친문(親문재인) 사조직 '경제적공진화모임' 회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네이버 등 포털 댓글 찬반을 약 1억회 조작했다는 의혹이다.

21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청와대 핵심부가 '비위행위자'로 몰아 특감반에서 축출한 김태우 수사관은 이 신문에 "지난 5월말 쯤 국회에서 드루킹 특검법이 통과되자 이인걸 특감반장이 '윗선' 지시라며 드루킹 특검과 특검보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에 대한 평판 수집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태우 수사관은 "당시 특감반원 한 명당 2~3명씩 맡아 정치 성향이나 업무 스타일, 출신 고등학교와 주위 친분 관계 등 정보를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보고서는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거쳐 '민정 고위 라인'까지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사찰 당시엔 허익범 특검과 임정혁 변호사,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 민유태 변호사 등 10여명이 하마평에 올랐다. 김 수사관은 이들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의 전언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고 했다.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에 파견돼 근무했던 김태우 수사관이 청와대 '윗선'에서 특감반에 지시를 내려 민·관 무차별 사찰을 벌였다는 의혹을 연일 폭로하고 있다.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특감반은 ▲현직 고위공직자 ▲공공기관·단체의 장(長) 및 임원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 등에 한정해 비리 관련 감찰 활동을 하게 돼 있다.

드루킹 사건을 수사하는 특검과 특검보는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국회 선별·추천을 거쳐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대통령 지휘를 받지 않는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검경(檢警) 행정부 소속 사정 기관과 달리 독립성이 필수인 특검은 행정부 소속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청와대가 나서서 특검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것은 정치 중립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인사 관련' 정보 수집이라면 특감반원이 아닌 인사수석실 등에 맡겨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 특감반은 국회가 특검·특검보 후보를 정식 추천하기 전 단계부터 민간인 신분인 변호사, 전직 검사 등 후보군에 대해 신상 정보를 모은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지적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특감반원은 특감반이면서 민정수석실 소속 행정 요원이라는 이중(二重)적 신분을 갖고 있다"며 "(특검 후보에 대한 정보 수집은) 감찰반원이 아닌 행정 요원 자격으로 협업(協業)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특감반이 법무부 주도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설'이 돌던 시기 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들의 비트코인 투자·소유 현황을 사찰했다는 김 수사관의 폭로 당시에도 청와대가 댔던 논리다.

이 관계자는 "특검 임명에 대한 준비는 반부패비서관실 소관이었다"며 "대통령이 임명할 특검 및 특검보에 대한 세평 조사는 당연히 민정수석실이 할 일"이라고 했다.

야권에선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기 위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해도 야당이 후보를 결정한 뒤 정보를 수집하면 됐다"며 "미리 정보를 수집한 건 어떻게든 특검 후보 선정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다는 증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미리 준비하는 차원이었고, 특검 선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관련 정보도 특검 선정 이후 다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월권·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하면 '열람 후 폐기했다'고 대응하는 패턴이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21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서면브리핑을 통해서도 "특검(후보군 조사)은 변협에서 4명의 후보자 추천이 있고 난 이후 이루어진 일"이라며 "그러므로 후보자로 거명되는 10여명의 신상조사를 하였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이어 "특검보의 경우 특검으로부터 6명의 후보자 추천이 있고 난 이후에야 이루어진 일"이라며 "반부패비서관실이 특검 관련 업무를 담당했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한 것으로 정당한 업무수행"이라고 했다.

박 비서관은 "특검과 특검보는 인사검증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인사 관련 부서가 아닌 소관 업무 담당부서에서 업무를 처리한 것"이라며 "내근 행정관과 행정요원인 특감반원이 협업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리한 사찰 논란마다 특감반원을 반부패비서관실 행정요원으로 치환하는 논리가 반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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