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도중 사임의사 밝혀
존 볼턴 등 대북 강경파 입지 강화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오른쪽)이 참석한 가운데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올린 트윗에서 매티스 장관이 내년 2월 말 퇴임할 예정이라며 "새 국방장관을 곧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오른쪽)이 참석한 가운데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올린 트윗에서 매티스 장관이 내년 2월 말 퇴임할 예정이라며 "새 국방장관을 곧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내년 2월 말 퇴임할 예정이라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매티스 장관이 지난 2년간의 봉직을 마치고 퇴임한다"며 “새 국방장관을 곧 임명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그의 재임 기간 새로운 전투 장비 구매와 관련해 엄청난 진전이 있었고, 그는 동맹국들과 다른 나라들이 군사적 의무를 분담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그의 봉사에 매우 감사한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사임 서신에서 대통령은 자신과 견해가 더 잘 맞는 국방장관을 가질 권리가 있기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의 사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의 전면 철수를 결정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시리아에서 이슬람 극렬 무장단체 IS 격퇴전 승리를 선언하고 병력 철수를 전격 발표했다. 현재 시리아에는 약 2000명 정도의 소규모 지상군이 남아 있다. 미 의회 여야 지도부와 미군 지휘부는 사전에 이번 결정에 대해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매티스 장관을 비롯한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시리아 철군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티스 장관이 사퇴의사를 밝힌 당일 트럼프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1만 4000명의 미군 삭감에 대해 중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매티스 장관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자리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고, 몇몇 현안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수장이 시리아 미군 철수를 일방적으로 결정한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 비판한 것으로, 앞으로 상당한 후폭풍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티스 장관의 사퇴로 렉스 킬러슨 전 국무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이른바 ‘어른들의 축’ 3인방이 모두 트럼프 행정부를 떠나게 됐다.

매티스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결별'은 사실 어느 정도 예고돼 왔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부터 합류했던 초기 멤버인 매티스 장관은 신중하고 절제있는 스타일로 트럼프 대통령의 큰 신뢰를 받으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대외정책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입장 차이 등으로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의 충고와 불일치하는 정책을 발표했던 적이 많았다. 트럼트 대통령과 김정은의 정상회담 후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 것과 남서부 국경에 병력을 배치한 것 그리고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한 것이다. 특히 올해 6.12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북관계 급진전과 맞물린 한반도 문제 논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등 존재감이 점점 상실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매티스 장관은 북한 비핵화 전망과 조기 종전선언에 대해 줄곧 회의론을 표명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방침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에는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더는 중단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만에 이를 뒤집는 일도 있었다. 그는 지난 9월 원로 언론인 밥 우드의 저서 '공포'에서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 등과 관련해 "초등학교 5, 6학년 수준의 이해력과 행동을 보인다"고 비판한 것으로 기술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폭스 뉴스의 ‘60분’에 나와 “매티스 장관은 일종의 민주당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은 좋은 사람이고 우리는 잘 지내지만 그는 아마도 떠날 것”이라며 "내 말은 어느 시점에는 모든 사람이 떠난다. 모든 사람은 떠난다. 그것이 워싱턴이다"고 했다. 그 즈음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장관의 속마음이 민주다엥 있어 그를 싫어한다며 11월 중간선거 이후 교체 가능성을 보도했다. 

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유임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매티스 장관 본인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100% 지지'를 받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결국 시리아 철군 문제를 두고 두 사람은 '결별'에 이르게 됐다.

이달 초 발표된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후임의 인선 과정에서도 매티스 장관이 추천했던 인사가 '고배'를 마신 것으로 전해지면서 매티스 장관의 영향력 약화설이 다시 회자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최근 차기 미 합참의장으로 데이비드 골드파인 공군참모총장을 추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제안을 무시하고 마크 밀리 육군참모총장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매티스 장관의 한 측근은 WP에 "이 일이 특히 매티스에겐 모욕적이었다"고 말했다.

미군의 최고 책임자였던 매티스 장관의 공백으로 미국의 대외 국방, 안보 정책의 향배를 놓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으로 '미친 개' '수도승 전사' 등의 별명을 가진 매티스 장관은 군 내부와 정치권 등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동맹국 등 해외에서도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왔다.   

WP는 매티스 장관을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정책의 안정성과 제재력을 높여온 영향력 있는 인물'로 묘사하며 "시리아 철군과 잠재적인 아프가니스탄 병력 감축 움직임 와중에서 이뤄진 그의 사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북한문제를 포함한 국제적 현안을 다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불확실성을 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매티스 장관은 자신의 예측 불가능성을 자랑으로 여기는 대통령 밑에서 북한 문제부터 시리아 문제에 이르는 여러 위기를 다뤄야 했던 행정부 내에서 외교 정책의 안정성을 더해주는 인사로 오랫동안 간주돼 왔지만 갑작스러운 시리아 철군에는 다른 고위 국가안보 참모진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P통신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가장 존경받아온 대외 정책 관료인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하고도 시시때때로 바뀌는 정책을 누그러뜨리게 하기 위해 고투를 벌인 뒤 2년간의 격동의 시기를 지나 떠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매티스 장관이 내년 2월 물러나면서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미칠 영향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매티스 장관은 대북 정책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지난해 북한 핵위기가 고조됐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군사옵션 대신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며 충돌하기도 했다. 한·미 동맹과 대북 대화에 무게를 둬온 매티스 장관이 물러나면서 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 NSC 보좌관의 입지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지금처럼 거부하는 태도를 계속해서 가져갈 경우 대북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강력한 대북 경제적 압력과 함께 군사적인 압박 강도를 높일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미국 정부는 비핵화 실무 협상 및 고위급 회담, 2차 미·북 정상회담 등 대화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20일 캔자스 지역방송인 KNSS 라디오와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날로부터 너무 머지않은 때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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