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이끄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미리 준비한 글을 읽고 있다(연합뉴스).
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이끄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미리 준비한 글을 읽고 있다(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9일 ‘방한 일성’으로 대북 인도지원을 위한 북한 여행 금지 조치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이는 지난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의 4대 합의사항 중 하나인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과 직결된다는 해석이다.

한미 워킹그룹 회의 등을 위해 방한한 비건 특별대표는 방한 기간 동안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반도와 한국 사람들, 그리고 미국과 북한을 갈라놓았던 지난 70년 간의 적대감을 뛰어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북한과 협상할 수 있도록”하기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한미 간 논의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입국하면서 기자들에게 미리 준비한 종이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비건 대표는 “이러한 목적을 위해 다음 주에 워싱턴에 돌아가면 민간 및 종교단체의 대북 인도지원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미국인들이 지원 물품을 전달하고 국제적 기준의 검증을 위해 북한을 여행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재검토할 것”이라며 북한여행 금지 조치를 해제할 뜻을 비쳤다. 미국은 지난해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17개월 간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지 엿새 만에 사망함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북한여행을 전면 금지해왔다. 다만 CNN 방송은 “비건 특별대표 및 그와 함께 있던 관리들은 여행 금지 재검토 대상이 인도적 지원 관련된 부분에 국한되는 건지 아니면 전반적인 것인지에 대해선 대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의 이날 발언은 북한이 지난 1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의 제재 및 인권압박을 성토하며 한반도 비핵화로 향한 길이 영원히 막힐 수도 있다고 강하게 반발한 지 3일만에 나온 미국의 공식 반응이다.

앞서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비핵화에 성과가 있다면 제재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에 대해 “워싱턴이 길어지고 있는 비핵화 대화의 교착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의 일부를 풀어주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중대 양보를 끌어내는데 충분한 정도인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도 “김정은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제안”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워싱턴과 평양이 교착 상태에 놓인 대화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부심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전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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