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아이 넷 가진 나도 모르는 낯 뜨거운 내용들...성해방 공교육 용납할 수 없어”
전문가들 “방어적·도덕적 성교육 필요...에이즈 주된 경로에 ‘동성 간 성관계’ 명시해야”

현행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의 급진적 '성교육'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중학생에게 무려 10가지나 되는 피임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피임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고 하거나 ‘사용 도중에 콘돔이 찢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가르치는 식이라 학부모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펜앤드마이크(PenN)가 20일 학부모 단체인 '생명인권학부모연합'과 함께 중고교 보건,기술가정 교과서들을 분석한 결과 들샘 중학교 보건 교과서(한미란 외, 2009)는 피임 방법을 무려 10가지나 설명한다. 콘돔, 월경주기법, 먹는 피임약, 응급 피임법, 기초 체온법, 점액 관찰법, 자궁내 장치, 살정제, 정관 수술, 난관 수술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특히 콘돔의 사용방법은 5단계로 나눠 하나하나 삽화를 곁들여 보여준다. 먹는 피임약에 대해서는 “피임을 원하는 날만 먹는 것이 아니라 월경이 시작된 날부터 21일 동안 매일 복용한 후 7일간은 약의 복용을 중단한다”고 자세하게 복용법까지 알려준다.

YBM 중학교 보건 교과서
YBM 중학교 보건 교과서

 

YBM 중학교 보건 교과서(우옥영 외, 2009)는 질외 사정법과 사후 피임약에 대해서 자세하게 가르친다. 질외 사정법에 대해서는 “사정 직전에 음경을 질 밖으로 빼내어 사정하는 방법이다”며 “쿠퍼선액에도 정자가 들어 있어 실패할 확률이 높으므로 피임 방법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주의를 준다. 성관계 후 복용하는 응급 피임약에 대해서는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먹어야 하고 구입할 때 의사 처방이 필요하며 구토, 피로, 생리 과다 등의 부작용이 있다”며 “또 반복 사용하면 피임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금성출판사 중학교 기술가정 교과서

금성출판사의 중학교 기술가정 교과서(조강영 외, 2015)는 “청소년기의 준비되지 않은 임신과 출산은 부모와 아기 모두에게 불행을 가져온다. 피임 방법을 알아보자”며 콘돔, 월경 주기법, 루프, 먹는 피임약, 점액 관찰법 등을 제시한다. “자궁 경부 점액의 변화를 관찰하여 배란일을 짐작하고, 배란 시기를 피하여 성관계를 한다” “사정 직전에 여성의 질 밖에 사정하는 방법인 질외 사정법 등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만약 내가 피임을 한다면 어떤 피임 방법을 선택할 것이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자”고 학습과제를 제시한다.

교문사 중학교 기술가정 교과서

 

교문사 중학교 기술·가정 교과서(이상봉 외, 2009)는 자위행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자위행위란 “자신의 성기를 자극하여 쾌감을 느끼는 행동으로, 상대방 없이 성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방법이다”며 “지나치지 않으면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기술한다.

원교재사 중학교 기술·가정 교과서(김기수 외, 2015)는 콘돔 피임법에 대해 한 페이지를 할애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콘돔을 주변에서 쉽게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도 간편하고 피임 효과도 높아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장점을 나열한다. 이어 콘돔은 얇기 때문에 사용 도중에 찢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라며, 너무 오래된 콘돔을 잘 찢어지기 때문에 제조일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않은 것이 좋다고 주의를 준다. 또한 “콘돔은 반드시 발기 직후 삽입하기 전에 착용해야 한다” “사정을 하기 전에 소량의 정액이 단계적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콘돔은 반드시 여성의 질 내에 음경을 삽입하기 전에 착용해야 한다” “착용 시 콘돔의 끝부분을 손으로 비틀어 납작하게 만드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사정 후에는 질 내에 콘돔이 빠지지 않도록 음경과 콘돔 끝을 동시에 잡고 질 속에 삽입된 음경을 빼야 한다”며 자세하게 사용법을 설명한다.

천재교육 고등학교 보건 교과서(이영내 외, 2009)는 피임방법에 대해 무려 12가지나 제시한다. 피임효과가 높은 순으로 정관수술, 난관수술, 자궁 내 장치, 임플란트, 피임주사, 경구 피임약, 피임용 패치, 남성용 콘돔, 여성용 콘돔, 자연법, 살정제, 질외 사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뒤 "피임 효과가 낮은 피임법들은 두 가지 이상의 피임법을 병행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응급 피임약에 대해선 "성교 72시간 내에 고용량의 호르몬제를 복용하여 배란을 방해하거나 수정란의 최대한 빨리 복용해야 피임 효과가 높다"고 강조한다.  

일각에선 학생들에게 이 같이 피임법을 자세하게 가르치는 일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해당 성교육 내용은) 청소년 성관계를 용인하는 셈”이라며 “중학생에게 학생 시절에는 성관계를 하지 않고 성인이 될 때까지 보류하는 것이 최선의 위험 예방법이다는 내용을 교육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교과서에서 청소년 성관계의 위험성과 문제점 실태 제시가 우선되어야 하고 더 많은 분량을 할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생명인권학부모연합 허은정 대표는 “아이 넷의 엄마도 한 번도 보지 못한 낯 뜨겁고 부끄러운 내용들이 적나라하게 그림으로 설명돼 있어 놀랐다”며 “우리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이유는 미래를 준비하며 공부를 잘 하라는 것인데 그 공교육에서 성해방을 가르친다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전문가는 성교육에는 방어적 관점과 쾌락주의적 관점을 전제로 한 회피적 성교육이 존재하는데 현행 교과서들은 학생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며 성적 쾌락을 누릴 것을 전제로 하는 ‘회피적 성교육’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또한 현행 교과서들은 에이즈에 대해 허위·왜곡 정보를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우려를 더했다. 법정 전염병인 에이즈를 만성질환에 비유하는 등 의학정보를 왜곡하고, 주된 감염 경로인 남성간 성관계에 대해 전혀 기술하지 않으며, 콘돔을 사용하면 에이즈를 예방할 수 있다는 식으로 기술해 청소년들의 에이즈 감염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YBM 중학교 보건 교과서

 

YBM 중학교 보건 교과서(우옥영 외, 2015)는 에이즈에 대해 “과거에 치사율이 높았고 그 환자를 매우 위험한 사람으로 낙인을 찍는 경향이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에 감염 경로가 밝혀지고 치료제가 개발되어 치료만 꾸준히 받으면 건강한 생활이 가능한 만성질환이 되었다. 에이즈의 공포와 편견을 버리고 에이즈 환자를 차별하거나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염안섭 수동연세요양병원 원장은 “법정 전염병인 에이즈를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에 비유한 것은 상당히 잘못된 것”이라며 “에이즈는 충분히 동성 간 성행위를 그만둠으로써 예방할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이 있는데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은 사실상 미리미리 사전에 예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혀 다른 이 두 질병을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를 한다는 것은 에이즈의 주된 경로가 남성간 성관계라는 사실을 숨기려는 또 다른 기망행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행 중고등학교 보건교과서 14종 모두 에이즈의 가장 큰 감염경로인 남성 간 성관계에 대해 함구하고 에이즈 예방법으로 콘돔 사용을 권장하는 것에 대해서 염 원장은 “콘돔의 실패율은 약 15%로 콘돔만으로는 에이즈나 다른 성병을 예방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 동성애의 주된 경로인 남성 간 항문성교의 위험성을 널리 알려서 자라나는 학생들이 동성애를 하지 않도록 예방교육을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행 중고등 교과서에서 생물학적인 성(sex)과 사회문화적 성(gender), 그리고 욕망으로서의 성(sexuality)을 구분하고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것에 대해 학부모들은 '급진적 젠더 이데올로기 교육'이라며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한 전문가는 “인문사회학에서 섹스와 젠더, 섹슈얼리티는 분리될 수 없는 개념”이라며 “젠더에 대한 교육 자체를 금지하는 것보다는 우리나라의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해 제3의 젠더가 도입되는 것을 막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에 대한 욕망과 태도를 일컫는 섹슈얼리티를 교육할 때는 도덕과 책임을 강조해 건전한 성교육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생명과인권학부모연합은 21일 오후 2시 서울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교과서의 문제점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언주 국회의원의 주최로 부모들이 직접 현행 81권 교과서들에 나타난 성적지향과 젠더, 섹슈얼리티, 피임 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다. 연세대 민성길 명예교수와 육진경, 김종신 교사, 교육부 담당자, 김지연 약사, 전윤성 미국변호사 등이 토론자로 나설 예정이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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