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이후 첫 불법파업...노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
한국GM, 올해 최악의 실적 예상에 노조의 불법파업까지 겹쳐

한국GM 노조가 19일 불법파업을 강행했다. 파업권을 확보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약 1만명에 달하는 조합원 전원이 파업에 동참한 것이다. 업계에선 이같은 불법파업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에서 철수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GM 노조의 파업은 대우자동차가 미국 GM에 인수돼 한국GM이 생긴 2002년 이후 처음이다.

노조가 이날 파업한 이유는 한국GM의 연구개발(R&D)법인 분리 결정을 막기 위해서다. 노조는 "R&D법인 분리는 한국 생산공장을 폐쇄하기 위한 절차인 만큼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한국GM은 디자인부문과 R&D부문 인력 3000명을 떼어내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라는 이름의 신설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GM이 R&D부문을 따로 떼어내는 이유는 미국 본사의 글로벌 제품 개발 업무 확대와 이를 통한 한국GM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는 글로벌GM의 전략 중 하나로, 중국 상하이GM도 연구개발 법인이 별도로 분리되어 있다.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이같은 한국GM의 결정에 처음엔 반대 입장을 내세우다 지난 18일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법인분할 문제와 관련해 한국시장 철수의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동의를 못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날 10월 말 "법인 분할을 사전적으로 좋다, 나쁘다고 예단할 필요가 없다"며 "외국의 경우 법인을 분할하고 생산시설을 닫은 사례가 있지만, R&D 법인을 분할하고 경쟁력이 강화돼 생산을 유지한 사례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은 18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고 법인 분리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미 신설법인 대표이사와 이사진 선임 절차를 마쳤으며, 연내에 분할 절차를 마무리 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한국GM 노조가 자신들의 세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 법인 분리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한국GM의 급격한 실적 악화로 인해 R&D 법인 분리 후 국내 생산 공장을 폐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GM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총 7만4595대의 차량을 판매해 작년 같은 기간(11만176대)과 비교하면 32.3%나 줄었다. 한국GM 연간 판매량은 올해 10만 대에도 못 미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역대 최악의 판매량을 기록했던 2004년(10만4457대)과 비교해도 크게 저조한 숫자다.

일단 GM측은 10년 단위의 정상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에서 한국에서 철수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GM은 미국 내 공장 5곳과 해외 공장 2곳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로 한국 외 다른 국가들에서도 구조조정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GM은 올해 GM본사로부터 36억달러, 산은으로부터 8100억원 지원을 받아 재도약을 노린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이같은 노조의 행태가 반복된다면 GM 본사측이 한국에서의 조기 철수 플랜을 심각하게 검토해 볼 수도 있지 않겠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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