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집회·행진 예고했으나 지휘부 "1만대 국회 봉쇄" 언급해 도로 정체
21일 오전 4시까지 '총파업' 진행…불편 예상되나 "오히려 도로 한적하다" 의견도
불친절·승차거부 등 민원 있지만 파업 강행한 데 비판 여론 커
카풀 업계, '파업으로 인한 시민 불편 해소하겠다'며 무료·할인행사 진행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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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차량공유) 시행 반대와 사납금제 폐지, 월급제 도입을 주장하는 택시기사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석하려 지방에서 올라온 택시들이 도로를 막으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극심한 교통정체도 함께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카풀 업체들은 무료 행사를 개최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단체 소속 택시 근로자 10만명(집회 측 추산)은 20일 오후 2시 여의도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번 집회는 세 번째 집회다. 지난 10월 1차 집회 때는 집회 추산 7만명, 2차 집회 때는 집회 추산 4만명이 모였다. 택시업계는 지난 10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분신자살한 택시기사 최모 씨 사망 이후 강경 투쟁을 예고한 바 있다.

주최측은 이번 집회를 앞두고 경찰에 3만명이 참여하는 단순 집회·행진을 신고했고, 경찰은 별다른 불허 통보 없이 집회 신고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집행부 일각에서는 언론을 통해 "택시 1만 대를 동원해 국회 포위나 진입을 시도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지방 택시들이 다수 올라오면서 대전과 여의도에 한때 극심한 교통정체가 발생했다.

시위대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서울 여의도의 의사당대로 전 차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이어가다가, 4시부터는 여의도 은행로를 지나 마포대교를 건너 행진했다. 경찰은 여의도에서 열리는 집회 영향으로 여의대로 등 인근에 극심한 차량 정체를 예상했지만, 집회 측에서 예고한 '택시 1만대 국회 진입'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이날 택시업계는 총파업을 선언하고, 오는 21일 오전 4시까지 택시 운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 선언했다.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주요 도시에 하루종일 택시가 운행되지 않기도 했지만, 집회에 참석하는 일부 지방 택시가 상경하면서 정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아내가 임신했다는 한 시민은 "오늘 아내가 산통을 겪어 병원으로 가는 도중, (시위에 참여하는) 택시 행렬을 만나 도로 한복판에 1시간동안 서 있었다"며 "다행히 현장에 있던 경찰 도움으로 무사히 병원에서 출산을 마쳤다. 담당 의사가 '늦게오는 바람에 산모와 태아 둘 다 위험할 뻔했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는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번 택시 파업과 시위를 다룬 인터넷 포털 뉴스에는 비판적인 댓글이 가득한 상황이다. '택시 파업으로 오히려 도로가 한적해졌다. 계속 파업해라' '스스로 혁신을 거부하고 밥그릇 지키기에만 바쁜 택시기사들을 응원할 수는 없다'는 식이다. 불친절과 승차거부 등에 대한 민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서울시가 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추진해, '불친절하고 난폭한 택시를 비싸게 주고 타느니, 간편하고 저렴한 카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커지고 있다.

한편 카풀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반사 이익'을 얻으려 시도하고 있다. '택시 파업으로 인한 시민 불편을 해소하겠다'면서 무료·할인 행사를 실시한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31일까지 3만원 상당 쿠폰을 이용자에게 지급하고 있고, 카풀 업계 1위인 풀러스는 21일 정오까지 거리·시간에 관계없이 2,000원만 지불하면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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