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수사관, 우윤근 '금품수수' 이어 이강래→우제창 '커피머신 몰아주기' 의혹도 폭로
金수사관 "野정치인-언론사 동향보고 수없이 많았다" 거듭 주장
"靑에서 우윤근 주러대사, 김OO 공단 이사장 등 첩보올리자 묵살하고 보복"
가상화폐 투자 사찰 땐 "비트코인 업체 처벌할 만큼 되면 수석님 지시로 1계급 특진"
靑 '반부패비서관실 업무' 주장엔 "특감반 시킬 게 아니라 민정비서관실 통했어야"
'비위'로 몰린 경찰청 조회건 이후 "날 속이고 동의 안한 증거까지 가져가, 독수독과다"

정부부처에 대해 찍어내기 식·취재원 색출 목적의 사찰, 민간인 신분인 전직 공직자·은행장 등에 대한 첩보 수집 의혹으로 '민관(民官) 불법사찰' 논란에 휩싸인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가 야당 정치인과 언론사 사찰까지 벌였다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반면 청와대는 합법적인 감찰 직무 범위 내에 드는 여권(與圈) 출신 고위인사 비리 첩보에 대해서는 묵살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반(反)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에서 일하다 '비위행위자'로 몰려 축출된 김태우 수사관은 19일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특감반 근무 당시 "야당 정치인과 언론사에 대한 동향 보고도 작성해 보고했다"고 폭로했다.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특감반은 ▲현직 고위공직자 ▲현직 공공기관·단체의 장 및 임원 ▲대통령 친인척과 특수관계인 등에 한정해 비리 관련 감찰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야당 정치인과 언론사 감찰은 명백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중앙일보는 '야당 정치인 및 언론사에 대한 동향 보고가 포함돼 있느냐'고 기자가 다시 묻자, 김태우 수사관은 단호한 목소리로 "네"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사찰 대상 정치인 이름이나 첩보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김 수사관은 이런 내용을 "이인걸 특감반장(반부패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게 직접 보고했다"고도 폭로했으며, 보고는 문서 형태가 아닌 보안유지가 용이한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보고서를 바로 쓰지 않는다"며 "보고를 한 뒤 (특감반장이) '오케이'하면 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의 보고는 "수도 없이 많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선 나경원 원내대표가 김 수사관이 특감반원 시절 작성한 첩보 보고서 리스트를 공개했고, 조선일보 사주 일가와 이 신문의 취재 동향을 수집한 흔적이 이에 포함돼 있었다.

아울러 한국당 홍준표 전 제19대 대선후보, 현재 구속기소된 최경환 의원(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표적으로 한 사찰, 일부 민간기업 사찰 등 탈법 정황이 무더기로 드러났다. 

앞서 김 수사관은 18일 중앙일보에 A4용지 5장 분량의 입장문을 보내 "청와대가 저를 감찰하는 이유는 제가 이 정부의 실세 출신 공직자들에 대한 첩보를 많이 생산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생산한 첩보 중 친여당 출신에 대한 것은 모조리 무마됐고 그런 것이 쌓여서 미움을 받던 중 경찰청 조회건(자신의 첩보 내용에 대한 수사 상황을 확인)으로 말이 나오자 '불법증거'까지 써 가며 감찰조사했다"고 토로했다.

김 수사관은 "청와대에서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이○○ 공사 사장, 김○○ 공단 이사장 등 친여 성향의 감찰 대상자에 대한 저의 첩보를 묵살하고 보복으로 내쫓은 것"이라며 첩보 대상자들의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민주당 원내대표, 원내대변인을 각각 지낸 이강래 현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우제창 전 국회의원(사진=연합뉴스)

일례로 '이○○ 공사 사장'의 경우 조선일보가 19일 김 수사관의 진술을 토대로 보도한 '휴게소 카페 사업 몰아주기 의혹'에 거론된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강래 사장은 민주당 3선 의원과 원내대표를 지낸 인사로, 도로공사 산하 고속도로 휴게소에 입점한 특정 카페 매장의 커피머신과 원두 등 공급권을 같은 당 출신 우제창 전 재선 의원이 운영하는 업체에 몰아줬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김 수사관은 "이런 의혹을 담은 '감찰 보고서'를 지난 10월 중순 청와대에 제출했지만, 청와대는 이 보고서를 제대로 검증·조사하지 않았다"며 "청와대가 우윤근 주러대사 '금품 수수' 의혹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처럼 친여(親與) 고위 인사에 대한 의혹 보고서가 올라오자 또 뭉갠 것"이라고 조선일보에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김 수사관은 지난 10월 중순 '고속도로 휴게소에 새로 생긴 카페에 특정 업체 커피 기계가 대량 납품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도권의 한 휴게소를 방문 조사한 뒤 보고서를 제출했다.

'여권 인사가 이강래 사장에게 (ex-cafe에) 특정 업체의 커피 기계나 원두 등을 납품하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제보도 있다. 이 사장이 이를 들어주는 건 특혜 논란에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제보 내용이었다.

도로공사는 지난 6월부터 청년 일자리 지원을 내세운 커피 브랜드인 'ex-cafe'를 전국 8개 휴게소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이 카페를 전국 휴게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16~18일 3일간 죽전·기흥·화성휴게소 등 전국 ex-cafe 8곳을 찾아가 조사한 결과, 그중 7곳이 김 수사관 감찰보고서에 나온 대로 우제창 전 의원 회사 '테쿰'의 커피 기계·원두 등을 쓰고 있었다. 계약 조건도 테쿰에 상당히 유리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지난해 11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임명 제청을 거쳐 임명됐다. 이 사장이 2009년 민주당 원내대표를 할 때 우 전 의원은 원내대변인을 지냈다. 신문은 "두 사람이 올 6월 하남휴게소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목격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수사관이 보고서를 제출한 시점은 부적절 행위로 직무가 배제되기 불과 며칠 전이었다"며 "보고서 작성자가 감찰반에서 배제된 상황이라 이인걸 특감반장은 물론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조국 민정수석에게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보고 고의 묵살'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 사장의 비리가 있다면 그 자체로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 사장은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정한 기준을 통해 업체가 선정됐고, 우 전 의원을 만난 건 그 다음"이라며 "특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우 전 의원은 연락 시도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이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을 둘러싼 각종 논란의 '윗선'으로 최근 거론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수사관은 지난해 말 자신이 작성한 노무현 정부 공직자 출신 등 민간 인사들의 가상화폐 관련 동향을 수집한 배경에 대해서도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광풍이 불 당시 이를 잠재우기 위해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이나 암호화폐 관련자들에 대해 조사를 해서 보고서를 올리라고 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그는 "'수사가 이뤄져 비트코인 업체를 처벌할 수 있을 만큼 되면 1계급 특진을 해준단다','수석님 지시다. 수석님이 1계급 특진을 해준다'고 했다"고 밝혔다. 당시 박 비서관이 회식자리에서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같은 지시가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번지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서면브리핑에서 반부패비서관실은 '정책 수립'이 고유 업무이며 특감반원이 아닌 비서관실 행정요원 자격으로 이뤄진 것이었다는 취지로 부인한 바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엄청난 인력·자금을 지닌 국정원을 깨끗이 놓아버린 정부다. 그래놓고 10명도 채 안 되는 특감반원들을 데리고 민간인 사찰을 한다는 게 납득이 되느냐"고 했지만, 김 수사관은 "그렇다면 민정비서관실을 통하면 된다"며 "특감반은 감찰을 하는데, 특감반에 그걸 시키면 안 된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한편 김 수사관은 자신을 청와대 핵심부가 '비위행위자'로 지목한 데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중앙일보에 "2017년 기준 6개월간 특감반 전체 첩보 이첩 실적 20건 중 18건을 혼자 했을 만큼 일만 하고 살았다"며 "하루에 3~4시간만 자고 새벽까지 제보자를 만나 정보를 수집했는데 대검 감찰본부는 제가 마치 청탁을 받아서 정보를 생산한 것처럼 꾸며대서 피의자로 전환시켰다. 인간적인 모멸감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지인 수사 개입설'로 비화한 발단인 '경찰청 조회건'과 관련해 김 수사관은 지난 11월 2일 자신이 생산한 첩보의 실적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방문, 3건의 사건을 조회했다고 한다.

경찰청을 방문한 건 '검찰사무관 특별승진에 수사 실적이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확인하기 위해서'였는데, 그 직후 경찰청에서 직속상관인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전화를 했고, 이후 박 비서관과 독대를 하게 됐다.

김 수사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 "박 비서관이 내게 '나쁜 짓을 했다'는 식으로 화를 냈다. 내가 보여준 증거자료는 아예 보기도 싫다며 뿌리쳤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지인이 연루된 '공무원 뇌물 사건' 수사 상황을 물었다는 명목으로 지난달 김 수사관을 검찰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김 수사관은 당시 경찰청에서 자신의 지인(최모 회장)이 관련된 사건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첩보 쓴 내용이 언론에 기사로 나오니까 기분이 좋았다"며 "직속 상관인 사무관(특감반 데스크)에게 보고하니 '성과를 정리해서 보고해야 하니까 네가 잘했던 것들 한번 알아보라'고 해서 경찰청을 방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와대가 또다른 '비리'로 지목한 지난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개방직 5급 사무관 응모 건에 대해선 "올해 4~5월쯤 민정수석 친전 전달차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과 처음 만났는데, 당시 유영민 장관이 '내부 비리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추천해 주고, 당신도 관심 있으면 지원해 보라'고 해서 응모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 '부처 감찰 업무를 하는 수사관이 감찰 대상인 곳으로 승진 이동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와 지원을 포기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유 장관 측은 "김 수사관을 따로 만난 적은 있지만 그런 얘기는 안 했다"고 부인했다.
  
김 수사관은 '골프 향응'에 대해선 "특감반은 한 달에 150만원 상당의 활동비가 나와 한 달에 1~2번 치는 골프는 갹출 비용으로 충분했다"고 해명했다. 일부 업무시간에 골프를 친 것은 두 번이지만 이것도 업무 수행의 일환(정보 수집)이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감찰본부는 김 수사관이 드나든 것으로 알려진 골프장 7∼8곳에 대해 이날 압수수색을 벌인 상황이다.

이밖에 김 수사관은 "현 검찰은 청와대의 지시대로 불법증거를 이어받아 무리하게 피의자로 입건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자신에 대한 감찰을 '독수독과(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의해 발견된 2차 증거의 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법학 이론)'라고 지적했다.

앞서의 '경찰청 방문' 건을 계기로 청와대 특감반은 김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 받아 디지털 포렌식 분석에 들어갔는데, 당초 김 수사관은 이 건에 한해서만 조회하는 것으로 동의하고 휴대전화를 넘겼다고 했다. 
  
그런데 청와대가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며 자신이 동의하지 않은 부분에서 드러난 '골프 향응 접대 의혹' 등으로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김 수사관은 "경찰청 조회 건 외에 다른 부분은 내가 동의하지 않은, 불법 증거 자료에 의한 불법 감찰이다. 독수독과"라고 말했다. 

그는 박 비서관과 이 특감반장 두 상관에 대해 "너무 분하다"는 심경도 토로했다. "원래 휴대전화를 제출 안 하려고 했"지만 "이 반장이 억울함만 풀리면 바로 복귀시켜준다고 말해 제출했"더니 자신이 비위행위자로 몰렸다는 것이다.

김 수사관은 "박 비서관도 나를 보고 '살아만 와라. 나 너 좋아하는 거 알지?'라고 말해 그 말을 고스란히 믿었다. 완전히 속았다. 너무 분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청와대 핵심부를 겨냥한 폭로전을 이어가는 데 대해선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공익을 위해 국민에게 알리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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