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장성·간부의 조문이 드물었다고 하니 비애가...군복이 모두 촛불에 타버린 것일까?”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7일 투신한 고(故)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빈소에 현역 군인들 대부분이 외면했다는 소식에 대해 잔잔한 슬픔이 담긴 글을 썼다.

서지문 교수는 18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이재수, 물 위에 씌워질 이름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군 장성, 간부의 조문이 드물었다고 하니 비애가 느껴진다. 군복이 모두 촛불에 타버린 것일까?”라며 “우리는 슬픔조차 반역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나 보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유고(有故) 시엔 유능하고 충성스러운 장군 한 사람이 몇백만 명의 국민을 살리는 것이 아닌가”라며 “그런데 이 정부엔 나라가 수십 년 기른 장군이 안보의 보루라는 개념조차 없고 오히려 존경받는 장군의 명예를 훼손하고 굴욕을 주어서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무력화(無力化)하는 것이 국가 경영 전략인 모양”이라며 탄식어린 목소리를 냈다.

이어 “이번 이재수 장군의 비통한 죽음에 그의 많은 선후배 장성·장교가 조문하고 집단 추모사라도 읽었더라면 장군의 억울한 영혼과 국민의 슬픔이 위로받고 국민의 마음에 군의 존재가 그토록 희미해지지도 않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이순신 장군의 일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서 교수는 “노승석씨 완역본 '난중일기'의 정유년(1597년) 4, 5월분을 보면 이순신 장군이 옥문을 나오면서부터 친척과 친지들이 그를 맞아줬다. 또 그가 가는 곳마다 감사, 부윤, 현감 등 지방 수령들이 인사를 오고 사람을 보내 문안하고 음식을 보냈다”며 당시 선조의 눈 밖에 났던 이순신 장군이 여전히 그를 아는 이들로부터 환영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타까운 일은 지극한 효자였던 장군이 모친을 뵈러 집에 들르는데 장군이 당도하기 직전에 어머님이 운명하신 것이었다. 장군의 비참한 심경이야 어찌 말할 수 있었겠는가만 출옥해서 병영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장군을 위로하고 경의를 표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며 “아는 사람이 없는 고을에서는 누추한 곳에 숙박하거나 숙박을 거절당한 일도 있었지만, 체찰사(體察使) 이원익도 조문하는 뜻에서 상복을 입고 그를 맞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조의 눈 밖에 난 이순신 장군을 환대하고 위로했던 사람들을 떠올린 것은 지난 7일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재수 장군의 빈소가 매우 쓸쓸했다는 말을 듣고였다. 이재수 장군과는 개인적인 면식이 전혀 없고 오로지 언론 보도를 통해 그의 처지와 인품을 짐작할 뿐”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장군 사망 후에 나온 여러 사람의 말과 글, 그리고 장군의 유서를 보니 참으로 성품이 곧고 훌륭한 분인데 얼마나 치욕스러운 압박을 받았으면 자살을 선택했을까?”라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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