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웜비어 가족이 북한정권을 상대로 11억 달러(약 1조 2400억 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8일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웜비어 가족 측 변호인은 지난 10월 재판부에 북한이 징벌적 손해배상액, 웜비어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금과 웜비어의 자산에 대한 경제적 손실액, 부모에게 지급할 위자료 4가지 항목에 대해 북한 측이 10억 9604만여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한 서류를 제출했다.

청구 금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북한이 웜비어와 부모인 프레드, 신디 웜비어에게 각각 3억 500만 달러씩 총 10억 5000만 달러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미국 법원이 2001년 북한 감옥에서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 유족에게 북한이 징벌적 배상금으로 3억 달러를 지급하라고 한 판례를 바탕으로 했다. 앞서 미 연방법원은 지난 2015년 북한이 김동식 목사의 아들 2명에게 각각 1500만 달러의 배상금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3억 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웜비어 가족 측 변호인은 “북한이 북한이 김 목사 유족에게 배상해야 하는 3억 달러가 북한을 억제하는 데 충분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금액을 책정해 북한에 극악무도한 행동을 계속하면 더 큰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이 밖에 웜비어의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보상금 1천만 달러, 부모에게 지급할 위자료 총 3천만 달러, 웜비어 자산에 대한 경제적 손실액 603만 8308달러 등을 지급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히 웜비어의 부모에 대해선 웜비어가 북한의 텔레비전 앞에 내세워진 것을 참고 지켜봐야 했고, 혼수상태에 있던 웜비어의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는 이유 등이 위자료의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은 이달 19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웜비어의 부모와 형제, 한반도 전문가인 이성윤 미 터프츠대 교수, 북한 인권전문가인 데이비드 호크 미 북한인권위원회 위원 등이 증인으로 참석한다.

이번 소장은 지난 6월 19일 국제우편서비스인 DHL을 통해 평양 소재 북한 외무성으로 배달됐으며, ‘김’이라는 인물이 우편물을 받은 것으로 기록됐다.

앞서 웜비어 가족 측은 궐석재판을 요구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궐석 판결은 소송을 당한 피고소인 측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재판부가 분쟁 없이 기존 증거만을 토대로 판결을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4일에 열린 사전심리에는 피고인 북한 측에서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19일에 열리는 증거청문 이후 추가 심리 없이 판결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웜비어 가족 측이 이번 재판에서 승소하더라도 북한이 실제로 배상금을 지급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웜비어는 2016년 1월 관광을 위해 찾은 북한에서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같은 해 3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2017년 6월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돼 엿새 만에 사망했다.

한편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씨는 지난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북한인권 침해 계몽주간’을 맞아 열린 국제회의에서 “북한정권은 지난 60년 이상 인질을 잡고 고문하며 법적 절차 없이 처형하고 있다”며 “북한정권의 이런 통치체제 때문에 너무 많은 가족이 고통 받아 왔고 피해자들은 공포로 마비됐다”고 했다. 이어 “나는 북한정권의 테러 피해자 가족으로서 지금도 고통받는 북한주민과 납북자 가족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다”며 “북한정권이 이렇게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방치하고 대응하지 않은 미국과 일본, 한국 등 국제사회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웜비어 씨는 “북한 김정은은 우리가 보내는 메시지를 신경 쓰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북한의 변화 방안을 찾고 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야만적인 북한정권 치하에 홀로 방치됐던 아들 오토가 숨졌을 때 자신은 북한의 상황에 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아들에게 굳게 약속했다는 설명이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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