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전체주의적 사고의 일상화’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되고 있어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체제 타락 수준을 넘어서서 전체주의로 넘어가는 임계 상황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

지난 12월 11일 워싱턴 소재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열린사회와 한국에서의 그 적들’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그 부제는 ‘우파 권위주의에서 좌파 권위주의로?’였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는 북핵 문제와 한미관계를 다루는 회의들이 주로 개최되었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 국내정치 상황과 문재인정부의 성격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워싱턴 정가의 한국에 대한 관심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기회였다.

이날 발표에 나선 패널들은 문재인정부 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언론 탄압과 언론인 구속과 해직 사건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정권에 의한 방송 장악과 과거 군사정권의 보도지침보다 더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언론과 방송의 왜곡 보도에 대한 거센 비판이 이루어졌다. 과거 민주화운동을 했다고 자처하는 문재인대통령이 북한 인권에 무관심하고 언론 탄압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문재인정부가 ‘좌파 독재정권’으로 타락해가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진단이었다.

정치학에서 독재 혹은 권위주의 정권은 두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반동형 독재’이고 다른 하나는 ‘개발형 독재’이다. 개발형 독재는 후진국에서 경제발전의 위해서 국가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생겨나는 ‘개발국가’에서 볼 수 있다. 이런 정치체제는 경제발전을 위해서 국민의 정치적 자유를 부분적이고 일시적으로 유보시킨다. 경제발전과 시민사회 영역의 확대와 함께 개발형 독재는 정치적 민주화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사회적 코스트가 지불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이런 정치체제는 그 방향성에서는 옳았다는 점에서 역사적 재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반동형 독재’는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못 잡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정치와 경제의 성과들과 안보의 기반을 허물어뜨린다는 점에서 국가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이번 워싱턴 토론회에서 나온 논의들을 종합해보면 문재인정부는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고 북한과 민족공조를 통해 한미동맹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잘못된 경제정책을 통해서 경제와 산업 기반을 허물고 있다는 점에서 ‘반동적 좌파 독재정권’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의의 사회를 맡은 니컬러스 에버슈타트 박사는 지금 한반도에서는 두 개의 내전(內戰)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나는 남북한 사이의 체제 경쟁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이다. 이 갈등은 박근혜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찬반 양론은 한국 사회를 거의 내전 수준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열린사회’가 해방 직후와 같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내전적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열린 사회’는 칼 포퍼 쓴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에서 따온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칼 맑스와 같은 사상가들이 어떻게 자유로운 ‘열린 사회’를 파괴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는지를 예리하게 비판하고 있다. 인간의 행동과 사회적 현실은 인간의 생각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닫힌 사회’를 지향하는 사상들이 현실 정치세력과 결탁되면서 어떻게 인간의 자유를 탄압하고 20세기에 전체주의체제라는 괴물을 만들어냈는지를 포퍼는 분석해내고 있다.

북한 전체주의 정권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문재인정부의 체제 타락 현상은 ‘좌파 독재’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국 정치는 지상정치, 지하정치, 국제정치라는 세 차원을 동시에 고려하지 않고서는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다”는 노재봉 전국무총리의 주장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여기서 지하정치는 지난 70년간 북한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타도하기 위해 해온 ‘전복전’(顚覆戰)을 말한다. 이번 워싱턴 토론회에서는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한국 사회가 북한의 전복전에 완전히 속수무책으로 노출되어 있다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현재 한국 정치 상황은 워싱턴 한반도 전문가들이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그 이유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전체주의적 사고의 일상화’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뺀다고 해도 강건너 불처럼 보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이다. 한국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체제 타락 수준을 넘어서서 전체주의로 넘어가는 임계 상황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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