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등 19명 종부세법 개정안 발의…기재부 "조세재정특위 논의사안"
공정시장가액비율 폐지·과표 구간별 세율인상·1주택자 공제금액 상향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쏟아내고도 서울 강남 집값 급등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 법안을 발의, 일명 '부자 증세' 논의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낳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일단 여당안(案)이라며 완전한 동조 여부에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여당의 '기재부 패싱'이 만연한 상황에서 여권은 결국 추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부동산 보유세 개편 내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의안과에 접수된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대폭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같은당 추미애 대표, 노웅래·이해찬 의원 등과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등 총 19명이 공동 발의했다. 

정부는 1~2월 중 출범할 대통령 직속 조세재정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의원 입법안과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법인세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세제 개편이 급물살을 탔던 것처럼, 부자증세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화면 캡처)
(사진=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화면 캡처)

 

박주민 의원발 종부세법 개정안은 ▲공정시장가액 비율(80%) 폐지로 다주택자에게 적용하는 세금부과 기준금액(과세표준) 상향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공제금액 상향 조정 ▲과표 구간별 세율 인상 등이 요지다. 당론은 아니지만 과표를 높여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늘리는 내용 등이 정부의 보유세 인상 기조와 일치한다. 

현재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 합계에서 6억 원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 80%를 곱해서 과표를 산출한다. 예컨대 A 씨의 다주택 공시가격 합이 10억 원이라면 공제액 6억 원을 뺀 4억 원에 80%를 곱한 3억2000만 원이 과표가 된다. 이 과표 구간에 해당하는 종부세율 0.5%를 곱한 160만 원이 종부세액이다. 

개정안이 처리될 경우 '공정시장가액 비율(80%)'이 없어진다. A 씨 보유 주택의 과표는 공시가격 합산액(10억 원)에서 공제금액(6억 원)을 뺀 4억 원으로 현행보다 8000만 원 높아진다. A 씨가 내는 종부세도 200만 원(4억 원×0.5%)으로 40만 원 늘어난다. 과표 금액이 공시지가와 같아지는 것으로, 정부가 가장 쉽게 과세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반면 20억 원 이하 집 1채만 보유한 사람의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개정안에서 1주택자의 과표를 산정하기 위해 공시가격에서 공제하는 금액을 현행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1주택 공시가격이 12억 원 이하라면 종부세가 면제되는 셈이다. 박 의원은 "2005년 종합부동산세 신설 당시의 과세 구간을 참고해 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종부세의 각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 인상도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6억~12억원 0.75%→1%, 12억~50억원 1%→1.5%, 50억~94억원 1.5%→2%, 94억원 초과 2%→3% 등이다. 최고 과표구간의 경우 세율이 기존 2%에서 3%로 50% 인상되는 셈으로, '표적 과세'를 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안대로 종부세 체계가 바뀌면 다주택자와 20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 소유자의 세금 부담은 크게 오를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과표 구간 6억원 초과∼12억원 이하인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1인당 세 부담이 현행보다 264만 원 늘어난다. 과표 구간 12억 원 초과~50억원 이하인 다주택자는 1인당 1164만원꼴로 세금이 증가한다. 

여당발 종부세법 개정안에 대해 기재부는 '여당안일 뿐 정부안은 아니'라면서 "공정시장가액비율 폐지는 시행령으로도 가능해 법안을 발의할 필요가 없고 보유세 등은 조세재정특위에서 논의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도 "이번 입법안이 여당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논의를 진전시키는 선도적인 방안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경제계는 이번 개정안 발의가 부동산 세제 개편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보유세 인상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한 상황에서 처음으로 구체안이 제시된 만큼 향후 논의가 급진전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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