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靑대변인 "첩보문서 외부유출-허위주장"이라며 법무부에 추가징계 요구
특감반 축출 이유 "본인 변명 의하더라도…" 흐리고 언론 싸잡아 "여과없이 보도 유감"
民官사찰 의혹엔 "특감반 직무범위다" "개헌관련 동향 파악은 민정수석실 도운거다"
외교부 간부 사찰엔 "정보유출 건은 '품위유지 의무' 감찰 해당" "감찰목적 아니었다"
前총리 아들 사찰件은 "불순물"→"본인 작성 아냐"→"작성 맞다"→"原자료" 말뒤집기
사실상 민간인 사찰 반복-방조…"원대복귀 때 하드디스크도 포맷" 증거인멸된 듯

청와대는 17일 비위행위자로 자체 지목하고 특별감찰반에서 원대복귀시킨 김태우 수사관이 '첩보보고서' 목록을 조선일보에 추가 제공한 데 대해, "징계사유일 뿐만아니라 형사 처벌 대상이므로 법적 조치도 강구하겠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언론계에도 "더이상 대상자의 무분별한 폭로와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에 동조하지 말아달라"고 압박을 가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오늘자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해서 자신이 생산한 첩보문서를 그대로 외부에 유출함을 넘어서서 문서 목록 전체를 유출하고 허위 주장까지 하는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는 이에 앞서서도 김태우 수사관에 대해 선제적으로 실명을 거론하면서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며 "허위사실을 포함한 명예훼손의 법적 책임은 반드시 물을 것"(15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라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 수사관은 14일 자신이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친문(親문재인) 인사인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비위 첩보를 상부에 보고한 것을 발단으로 밉보여 특감반에서 축출된 것이라는 취지의 첫 제보 문건을 보냈다.

16일 이 신문과의 통화에서는 "나는 이번 정권의 미움을 받아 쫓겨난 희생양"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정권 특감반 당시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청와대가 공개 압박에 나선 데 대해 그는 "청와대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나를 감옥에 보내려고 하겠지만, 내가 해야 할 말은 계속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수사관은 이때 '첩보 보고서' 목록을 추가로 제보하면서 "나는 '비리 첩보'에 특화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우윤근 대사뿐만 아니라 여당 출신 고위공직자, 공공기관장 등에 대한 비리 보고서도 작성해 왔다"며 "정권의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민감한 보고서를 계속 쓰다보니 나에 대한 내부 시선이 안 좋아지는 걸 많이 느꼈다"고 전했다.

윤영찬 수석의 '미꾸라지' 발언에 대해선 "배신감이 든다"며 "작년 특감반에서 작성해 이첩한 첩보 20건 중 18건이 내 단독 실적인데, 정권과 가까운 사람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엉뚱한 오해와 감찰을 받은 뒤 쫓겨났다"고 밝혔다.

김 수사관은 우 대사 외 다른 여권(與圈) 정치인 비위에 대해선 일단 함구했다. 다만 그가 보낸 첩보보고서 목록에는 전직 국무총리 아들의 개인 사업 현황, 문재인 대통령발(發) 헌법개정에 대한 각 부처들의 동향, 민간은행장 동향 등 특감반 업무와 관련 없는 보고서들이 포함돼 있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이 최근 조선일보에 제보한 내용에 대해 반박했다.(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 보도 캡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이 최근 조선일보에 제보한 내용들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했다.(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 보도 캡처)

이와 관련해 김의겸 대변인은 "비위 혐의로 현재 감찰이 진행중이고 수사로 전환된 전직 특감반원이 자신 비위행위를 덮기 위해서 일방적으로 주장한 내용을 언론이 여과없이 보도하는 상황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면서 "전직 특감반원 김 수사관은 이미 2018년 8월에 부적절한 행위로 경고를 받은 바 있고, 이번에 새로운 비위행위가 드러나 복귀 한 것이 명백하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비위행위때문이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당초 김 수사관을 두고 '지인 연루 수사 내용을 직접 묻는 등 개입했다'는 청와대발(發) 주장과 달리, 김 대변인은 "경찰청 특수수사과 방문과 관련해 (자신이 비위 첩보를 보고한 수사가 전개 중인지 확인했다는) 본인의 변명에 의하더라도"라는 전제를 끼워 넣기도 했다.

그러면서 "상부에 보고 없이 자신이 생산한 첩보 결과를 직접 확인한 것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어 부적절 행위가 명백하다"며 "수사 대상자와 다수 통화 내용이 있는 듯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정황이 있으므로 이번 사안만으로도 당연히 복귀돼야 할 상황"이라고 공세를 폈다.

김 대변인은 "김 수사관은 2019년 1월 정기 인사 때 원 소속청으로 복귀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비위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서둘러 돌려보낼 이유가 전혀 없었다"면서 "2017년 9월경 작성한 보고서 때문에 정치적인 이유로 1년 2개월이나 지나서 복귀 조치를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수사관이 작성한 검증되지 않은 첩보보고는 특감반 데스크, 특감반장, 반부패비서관 등 3단계 검증절차를 거쳐 업무범위에 해당하지 않거나, 그 내용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폐기된다"며 "그 점을 잘 알면서도 김 수사관이 허위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김 대변인은 환경부 재활용 쓰레기 대란 사태와 고용노동부의 삼성전자 작업환경 보고서 공개 여부 동향 등 김 수사관의 첩보보고서 작성에 대해선 "당시 정부부처 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직무감찰의 일환으로 사실 확인을 한 것으로 명확히 직무 범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헌 관련 부처 동향 파악에 대해선 "개헌문제는 민정수석실이 국정 관련 민심동향 파악 차원에서 동향을 파악한 것이고, 특감반원으로서가 아닌 민정수석실에 포함된 행정요원으로서 다른 비서관실과 함께 협업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보도 취재원 색출·통제 목적으로 외교부 간부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외교부 정보유출건 문제로 감찰에 들어갔고 감찰과정에서 사생활 문제가 불거졌다. 이게 국가공무원법 제78조의 공무원들의 '품위유지' 의무에 해당한다고 보고 감찰을 한 것"이라며 "감찰대상에 해당하지만 애초 감찰목적이 아니었고 사안도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별도의 징계를 내리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 대변인은 "김 수사관의 이런 행위는 기존 통보된 3가지 징계 사유와는 별도로 청와대 보안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오늘 법무부에 추가로 징계요청서를 발송했다"고 알렸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12월17일 오전 춘추관에서 정례브리핑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한편 김 대변인은 이날 오후까지 이례적으로 추가 브리핑을 하고 출입기자단 문자를 통한 서면브리핑을 두차례나 더 내놓으면서 김 수사관이 공개한 첩보보고서로 불거진 민간인 사찰 의혹 해명에 부심했다.

당초 오전 브리핑에선 전직 총리의 아들 관련 보고서에 대해 김 수사관이 작성한 업무 영역외 "불순물"이라고 치부했다가, 오후 브리핑에서는 '김 수사관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말을 바꾼 뒤, 잠시 후 다시 문자로 보낸 서면브리핑을 통해서는 "반부패 관련 정책보고서 작성을 위한 로데이터(raw data, 원시자료)를 지원한 것"이라고 거듭 말을 바꿨다.

그는 오후 3시10분 춘추관 브리핑에서, 오전 브리핑 중 제기된 '김 수사관에게 내부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인에 대한) 불법 사찰을 계속 한 것인가'라는 질문과 관련해 "김 수사관이 여러 건의 민간인 사찰을 한 걸로 전제한 질문인데 오늘 조간에 보도된 전직 총리 아들, 민간 은행장 두 건 중 한 건만 본인이 첩보를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앞서 오전 11시 20분 브리핑에 이어 4시간도 안돼 열린 두번째 브리핑이었다. 김 대변인은 오전에는 "(민정수석실 상사들이) 본연의 업무를 벗어난 첩보를 가져오는 것에 대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라고 엄중히 경고했다"며 "경고는 한차례에 그치지 않고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가, 김 수사관의 불법을 방치한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즉답하지 않고 오후 추가 브리핑을 자청해 '민간인 첩보 수집은 1건뿐이었다'는 식으로 말을 바꾼 것이다.

김 대변인은 "특감반 초기에 김 수사관이 (이런 보고를 하자) 특감반장이 '업무 밖이니 이런 건 쓰지 말라'고 중단시켰다고 한다"며 "이후 문제의 첩보 수집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전직 총리 아들 사찰 논란에 대해선 "당시 민정쪽에 있었던 상황을 기억을 되돌려보니 김 수사관이 보고한 것이 아니었다"라며 "동료가 보고한 것을 왜 자기 첩보 보고 리스트에 올렸는지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기억에 의존한 해명이 논란의 소지가 있지 않냐'는 물음이 나오자 그는 "첩보를 다루는 기관 성격상 온갖 위험 요소가 있는 첩보를 다 기록으로 남기고 저장한다면 그게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신빙성이 없거나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을 폐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김 대변인의 설명은 곧 또 바뀌었다. 김 대변인은 오후 3시59분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브리핑 때 전직 총리 건에 대해 김 수사관이 아닌 다른 감찰반원이 올린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김 수사관이 올린 첩보가 맞는다"며 "기록이 남아있지 않고 기억에 의존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다보니 혼선이 있었다"라고 했다.

반복된 민간인 사찰을 방조했다는 책임론을 예상한 듯, 김 대변인은 오후 4시48분 출입기자들에게 추가로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전직 총리의 아들건과 관련 "반부패비서관실은 가상통화의 동향과 대책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하기로 하고, 반부패비서관실의 내근 행정관과 행정요원들인 감찰반원들이 협업을 하며 기초가 되는 로데이터를 수집했고, 그 로데이터 안에 김 수사관이 가져온 전직 총리 아들 관련 내용이 담겨있었다"라고 부연했다.

이밖에도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원대복귀하면서 청와대에서 사용하던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포맷됐다고 밝혔다. '민간인 사찰' 보고서들이 들어있을 수도 있는 증거가 인멸된 셈이다. 김 대변인은 "(김 수사관의) 휴대전화는 포렌식(증거물 분석)을 했지만 컴퓨터는 포렌식을 하지 않았다"며 "지난 11월에 김 수사관이 검찰로 원대복귀할 때 그 때 컴퓨터 하드는 포맷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어느 직원이든 업무를 보다가 (원대) 복귀할 때는 쓰던 컴퓨터를 다 새로 포맷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컴퓨터에 기록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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