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분단의 현장과 DMZ 인근 지역 생생히 체험하도록 조성할 것"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총 286억원 혈세 들일 예정
일각서 "관광객 피살 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 있나" 우려
신인균 자주국방 대표 "해당 사업, 통일여건 조성에 도움 안 될 것"

행정안전부가 조성한든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 (사진 = 행정안전부)
행정안전부가 조성한다는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 (사진 = 행정안전부)

정부가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에 약 290억원을 들여 총 길이 450여km의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을 만든다. 일각에서는 보안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16일 “DMZ 인근에 분단의 현장과 생태·문화·역사자원을 생생히 체험할 수 있도록 횡단 도보 여행길을 만들 것”이라며 ‘DMZ, 통일을 여는 길’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 길에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총 286억원(국세 200억원, 지방세 86억원)이 투입된다. 인천시 강화군부터 강원도 고성군까지, 접경지역 10개 시·군에 걸쳐 길이 456km인 도보 가능 도로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농로·임로 등 기존 길을 활용해 단절 구간을 연결하고, 순례길이 지나가는 지역의 관광지 등을 엮어 ‘분단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노선을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내년 초 지방자치단체의 신청을 받아 ‘DMZ, 통일을 여는 길’ 거점센터 우선사업 대상지를 선정할 방침이다. 거점센터는 10개 시·군 중심마을에 설치돼, 폐교와 마을회관 등을 재단장해 관광객 거점으로 이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주민 소득 증대를 꾀한다는 목적도 있다. 행정안전부는 ‘통일을 여는 길’이 조성될 경우 연간 100만명 이상이 방문해 2500억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등 일자리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접경 지역에서 400km가 넘는 ‘순례길’을 조성한다는 계획은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기독교인 순례길인 산티아고 길과 DMZ 순례길이 같을 수 있냐는 것이다. 2008년 7월 11일 북한군 조준사격에 피격된 ‘박왕자 씨’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박왕자 씨는 금강산 관광길에서 새벽 시간에 바닷가 산책을 나왔다가 피격됐다. 북한 측은 사과나 유감 표시 없이, 사망 책임을 관광객 부주의로 돌렸다. 재발 방지 약속도 없었다. 북한 측은 ‘(박 씨가) 경고를 무시하고 도망을 쳐서 쐈다’고 주장했지만, 박왕자 씨와 함께 금강산 관광을 갔다는 관광객들은 경고 없이 총성만 들렸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DMZ 인근에 도보길을 조성하는 경우,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오는 북한군을 식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실제로 GP가 철수된 지 하루 뒤인 지난 2일 오전에 북한군 1명이 강원도 동부전선 MDL을 넘어왔지만, 우리 군은 이 북한군이 MDL 이남을 넘어온 뒤에서야 감시장비로 식별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오청성 씨(25)는 지난달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군은 전체적으론 강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17일 통화에서 “순례길 조성한다는 구역이 DMZ 이남으로 우리 구역이기는 하지만, 400km가 넘는 관광지 조성 시 DMZ 인근의 보안시설이 대부분 노출될 것”이라며 “해당 사업이 통일 여건 조성에 도움이 될 것 같아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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