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홍보영상 방불케 한 언론..옷차림 아침식사까지 소개
북한에 일일이 점검받고, 매달리는 듯한 정부

북한 예술단 사전 점검단을 이끌고 온 현송월에 대한 언론의 취재가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과열됐다. 현송월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됐다. 아침식사며 옷차림이 언론사 메인에 등극할 만큼, 다른 이슈를 삼키고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현송월 스타 만들기’에 주력하는 듯 보인다.
 

각 언론사 메인페이지(이미지 캡처)
각 언론사 메인페이지(이미지 캡처)

방송과 신문은 현송월 단장의 표정과 행보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TV를 켜도, 신문을 봐도 온통 북한의 여자 연예인에 신이 났다. 교황이 왔을 때, 여타 웬만한 해외 정상들과 정상회담을 하거나 국정과 관련된 조약, MOU 등을 체결했을 때보다 스포트라이트가 빛났다.

중앙일보 기자 스케치에서는 <킬힐로 갈아 신은 현송월>라며 아침식사를 마친 현송월의 빈 식탁을 찍어내보내기도 했다. YTN에서는 '현송월, 짙은 코트에 모피 목도리 착용'했다는 내용을 속보로 내보냈다.

북한 예술 공연단이 축제를 도와주기 위해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역대 최악 비인기 대회 우리가 구원의 손길 보냈다”는 북한의 노동신문 보도된 내용같이 ‘구원의 손길’에 환대하는 것인지, 주객이 전도되어도 한참 전도된 양상이다.

언론의 보도에 따라 국민들 또한 '현송월' 이슈에만 이목이 주목될 수 밖에 없다. 네이버 포털에서도 많이 본 뉴스 상위권은 '현송월'이 키워드였다. 이러한 보도행태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주목하는 것이 아닌 모든 언론이 현송월 단장 관련 기사로 도배하면서 ‘북한 홍보영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평양 올림픽’이라는 안타까운 오해를 받고 있는 평창올림픽의 스포츠축제의 위상을 현격히 격하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뉴스(이미지 캡처)
네이버 뉴스(이미지 캡처)

이에 대해 좌우 가리지 않고 비판이 나온다. 시청료나 구독료를 내기 아깝다는 의견마저 나온다. 북한과 현 정부 행보에 반감을 가진 사람 뿐만 아니라, 친정부 성향인 사람들도 평창올림픽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현송월 단장에게만 포커스가 가자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현송월 단장과 관련된 시시콜콜한 내용이 보도될수록 “평창올림픽이 ‘북한 잔치’로 전락됐다”고 느끼는 여론이 많아진다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평화라는 큰 그림으로 뉴스를 보는 시각을 망칠 수밖에 없다"며 "북한 참여가 어떤 긍정적인 영향이나 경제적 효과를 미치는지 보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존재했다. 또한 가십성 보도보다 남북관계를 직시하고, 북핵 문제의 엄중함에 대해서도 고려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과잉의전 또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21일 현송월 단장 방한 첫날, 경의선 육로를 따라 버스에서 내린 현송월 단장을 경찰 인간띠를 세워 KTX 승강장으로 안내한다. 경찰은 사이드카를 동원해 현송월 일행이 탄 차량 행렬을 호위했고 교통 신호도 통제했다. 경찰과 국정원 관계자들은 사전 협의된 취재진의 팔까지 잡아끌며 철통 경호했고 한 국정원 관계자는 "(현송월이) 불편해하신다. 질문 자꾸 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며 취재기자를 막아섰다. 또 다른 보도에서는 북한 점검단이 “(규모가 작아) 실망스럽다”고 하자 남측 관계자는 “미리 연락 주셨으면 여기 5만석 규모로 만들 수 있었는데 갑자기 연락 주시는 바람에 새로 만들 시간이 없었다”며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는 모습이 보도됐다. 북한에서 오랜만에 건너오는 화합의 결실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북한의 여성 연예인이어서인지, 국내에서는 차량통제 한 번 하면 ‘황제 의전’으로 공격받는 양상과는 사뭇 남달랐다.

앞서 남북회담에 나왔을 당시부터 “남색 계열 투피스를 입고 검은 하이힐을 신었다” “긴 머리를 꽃 집게핀으로 묶었다” “현송월이 수첩을 꺼낸 클러치백은 고가의 유럽 명품 브랜드 제품”, “짙은 아이라인에 미소를 머금어”, “강렬한 눈빛 눈웃음”이라며 말초적 흥밋거리에 집착하는 보도행태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자칫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대한 국민 여론을 호도하는 올바른 여론 형성에 그릇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과도하게 선정적으로 이슈화되는 것은 언론이 경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러한 여론에 비추어 평창올림픽을 안전하고 의미있게 개최하기 위해서는 보다 언론의 분별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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