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날마다 우리軍 훈련·예산증대·지휘관회의까지 트집 '주권침해'에도…
중앙일보 "국방부, '무력증강' 문구 北에 수정 제의 추진…졸속합의 때문"
국방부 "사실과 다르다"면서도 "미래의 사안" 석연찮은 해명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왼쪽)이 지난 9월 임기를 마치기 직전 평양에서 북한 노광철 인민무력상(오른쪽)과 공동 서명한 9.19 남북군사합의서 내에 주권침해적 독소조항이 포함돼 논란이다. 북측은 "쌍방은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차단 및 항행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를 가동하여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합의서 제1조 1항을 빌미로 이른바 남북군사공동위를 구성하기도 전부터 우리 군의 훈련, 국방예산 증액, 방어용 무기체계 도입, 지휘관 회의까지 날마다 트집을 잡고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국방부가 9.19 남북군사합의서 내 '대규모 군사훈련과 무력증강 등을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협의한다'는 사실상 독소조항을 수정할 방침이라는 언론 보도를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완전히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는 언급을 내놔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관영 선전매체들을 동원, 9.19 합의를 빌미로 우리 군(軍)의 연합·단독훈련, 국방예산 증액, 방어용 무기체계 도입, 지휘관 회의까지 날마다 트집잡는 '주권침해'를 일상화하는 중에도 군 당국이 앞장서서 '북한 눈치보기' 태도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중앙일보는 17일 보도에서 "9.19 남북군사분야합의서의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구절을 수정해 북측에 제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부 소식통 언급을 전했다. 이 소식통은 "무력증강이라는 표현은 현재 쓰지 않는 용어인 만큼 남북 군사공동위에서 이를 상황에 맞게 바꾸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9.19 군사합의서 1조 1항이 "쌍방은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ㆍ차단 및 항행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를 가동하여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함에 따라, 대규모 군사훈련과 무력증강 문제는 앞으로 북한과 최우선적으로 협의할 대상으로 '전락'한 상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월19일 오전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월19일 오전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는 지난 13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 '성우회' 정기총회에서도 국방부가 해당 문구의 수정 계획을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자리에서 "무력증강 등의 용어는 26년 전 남북기본합의서의 내용을 받아온 것"이라며 "지금은 사용하지 않으니 수정하려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신문은 "군 당국은 단순히 옛날식 표현을 고친다는 입장이지만 군 안팎에선 '충분한 논의 없이 남북 합의가 진행돼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북한의 요구를 일단 받아들인 뒤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손질하려 한다는 '졸속 합의'라는 비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무력'이라는 용어는 군사력·전력 등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가 될 수 있는 만큼 이 구절을 손대지 않으면 북한이 전력증강 사업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됐다"고 짚었다. 

아울러 한 예비역 장성을 인용, "행사(성우회)에서 '무력증강 용어가 합의서에 담긴 건 군사주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군 관계자가 문구 재검토 계획을 밝힌 만큼 군사합의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전언을 싣기도 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17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군 당국의 군사합의 조항 중 무력증강 내용 수정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면서도, "이 문제는 향후 남북 군사공동위에서 협의해 나갈 사안이지, 아직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여지를 두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군사합의서 중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관련 문구는 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포함된 문구를 이번에 포함한 내용"이라며 "이 문제는 향후 군사공동위가 구성·가동되면 9.19 군사합의에 명시된 다양한 군사현안 의제들과 함께 협의해나간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이 같은날 정례브리핑에서 "9.19 군사합의서를 수정한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합의서 자체는 수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향후 군사공동위에서 협의할 내용 중 무력증강, 대규모 훈련이 포함돼 있느냐'는 물음에는 "미래의 사안으로 그때 논의가 되고 재개가 되면 (논의를) 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사안인데 왜 국방부 당국자가 성우회 공식행사에서 그런 취지(군사합의서 수정)의 발언을 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앞으로 논의해야 할 여러가지 사안들 중에 한 부분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최현수 대변인은 또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는 아직도 살아있는 합의서"라며 "남북관계의 기준이 되는 가장 중요한 틀이라 이 내용을 (9.19 군사합의에서) 준용한 것"이라고 정부 입장을 강조했다.

한편 국방부는 군사공동위 구성 시기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 대변인은 지난 13일 정례브리핑에서 군사공동위 구성 등에 관해 "남북 간, 그리고 정부 내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연내 가능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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