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수사관 "우윤근 대사 인사 검증을 무마한 것은 엄중히 문책돼야 할 것"
“임종석 靑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
“정권과 가까운 사람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쫓겨났다” 주장
검찰, 金에 '특감반 시절 비위 의혹' 고강도 감찰...휴대전화 압수수색 등
靑 "허위 사실 포함한 명예훼손의 법적 책임 반드시 물을것"

우윤근 주(駐)러시아 대사와 관련된 비위 첩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가 부당하게 쫓겨났다고 폭로한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김태우 수사관은 “나는 이번 정권의 미움을 받아 쫓겨난 희생양”이라며 “(전에 일했던) 이명박·박근혜 정권 특감반 당시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인터뷰하는 우윤근 주러 한국 대사(사진=연합뉴스)
지난 11월 5일 인터뷰하는 우윤근 주러 한국 대사(사진=연합뉴스)

김 수사관은 17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우 대사뿐만 아니라 여당 출신 고위 공직자, 공공 기관장 등에 대한 비리 보고서도 작성해왔다”며 “그런데 정권의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민감한 보고서를 계속 쓰다 보니 나에 대한 내부 시선이 안 좋아지는 걸 많이 느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현 정부 최측근들이 이런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는 것에 화가 난다”며 "우윤근 주러 대사 '금품 수수 의혹' 사건처럼 인사 검증을 무마한 것은 엄중히 문책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청와대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나를 감옥에 보내려고 하겠지만, 내가 해야 할 말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수사관은 우 대사 의혹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써서 윗선에 보고한 첩보 중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것들이 우 대사 건 외에도 많다. 그런 것들이 많지만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고 있다’며 자신을 비판한 청와대의 대해서는 “배신감이 든다. 지난해 특감반에서 작성해 이첩한 첩보 20건 중 18건이 내 단독 실적이다”며 “정권과 가까운 사람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엉뚱한 오해와 감찰을 받은 뒤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언급하면서 “나를 소모품으로 여기고 부담되니까 버렸다”고 했다.

청와대에서 '(김 수사관) 비리 행위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는 “처음에 내가 경찰청에 지인 사건을 조회했다는 언론 기사가 나왔다. 한순간에 '비리 당사자'가 됐다”며 “그러나 나는 지인 사건을 조회하거나 묻지도 않았다. 내가 작성한 '비리 첩보'가 실제 수사로 이어져 경찰청에 이첩된 사건의 실적 조회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를 위해 특감반 직속 상관에게도 보고하고 갔다. 내가 '비위 의혹' 대상자로 찍혀 검찰에 갔을 때도 청와대는 내가 무고한 것을 알았기 때문에 처음엔 감찰 공문도 보내지 않았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핸드폰을 제출받은 데 이어 애초 감찰 대상이 아니었던 업무 컴퓨터까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탈탈 털어갔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국회 사무총장이었던 우 대사는 감찰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반박에 대해서는 “우 대사는 작년 9월 5일 내정이 됐다. 나는 금품 수수 의혹 보고서를 3주 이후인 28일에 작성했다”며 “특감반 감찰 업무 직제엔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 우 대사는 이번 정부 비서실장으로도 검토됐던 사람이다. 직제에 '대통령 특수관계자'를 규정한 건 그만큼 청와대가 대통령 업무를 위해선 엄정한 감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인걸 특감반장은 '우윤근 대사 의혹'이 임종석 비서실장까지 보고됐다고 나에게 말했다”며 “임종석 실장이 우 대사 건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수사관은 2002년 검찰 7급 공채 출신으로 검찰 수사관으로 들어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범죄정보과에서 근무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민정수석실 특감반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앞서 자신에 대해 “비리 첩보 생산에 특화돼있는 수사관으로서 실력과 성실성을 인정받아 특감반 창설 최초로 3개 정권 연속으로 특감반에서 근무했다”며 “친여(親與), 친야(親野) 가리지 않고 비리 첩보를 작성해 박근혜 정부 당시엔 우병우 비서관에게 쫓겨나기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복귀한 직원들의 비위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감찰 강도를 높이고 있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특감반 비위 의혹과 관련해 지난주 청와대 특감반 출신 검찰수사관 김태우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김씨를 입건하고 압수수색을 통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사건 조사가 사실상 수사로 전환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감찰 인원을 보강하는 등 조사에 속도를 내는 등 고강도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조사 중인 의혹은 먼저 김씨가 특별감찰반 근무 당시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진행 중인 지인의 뇌물 혐의 수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는 것이 있다. 대검 관계자는 감찰본부의 수사는 김 수사관의 청와대 특감반 시절 비위 의혹에 대한 감찰에 국한된다고 선을 그으며 “김 수사관의 우 대사 관련 폭로는 무관하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김 수사관이 제기한 우 대사 관련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김 수사관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며, 김 수사관이 제기한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에 대한 법적 대응을 우 대사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며 “허위 사실을 포함한 명예훼손의 법적 책임은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대사 역시 16일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관련자들로부터 돈 한 푼 받은 적 없다”며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너무 가혹하게 다뤄지고 있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